벼락거지는 아니고 대출거지...? 뭐 그런 거에요. 신혼집을 3천4백에 전세를 얻었고 집주인이 하도 지랄맞아서
수도권에 22평 집을 1억 주고 매입했어요. 그때는 주담대가 승계되는 시절이라 큰 문제 없이 이어받고 추가로
전세자금 대출 받고 그랬어요. 모아둔 돈 몰빵하고 해서 겨우 1억을 채웠어요. 그런데 애가 두명이 되고 집을
늘려가야하는데 저희가 봐둔 집이 그 이전 해보다 1억이 오르더라구요. 33평이 1억5천이었는데 2억5천이 된거죠.
저희가 2006년 5월에 진짜 영끌로 그 아파트를 샀어요. 딱 2억 5천을 주고 말이죠. 인테리어는 할 돈도 없고
도배, 장판, 페인트, 욕실, 싱크대 요기까지 8백 들었구요. 샷시는 꿈고 못 꾸구요. 돈 없는 집 남자하고 사는 건
그런 거였어요. 그때부터 알바를 하면서 저도 돈을 벌었어요. 퍼진 차 바꾸느라 또 빚이 2천만원이 들었어요. 젠장.
그러니 빚이 줄기는 커녕 늘어가는데 강제적인 맞벌이를 했죠. 남편이 소형차만 타다가 질렸는지 투싼을 사겠다고
징징대서 계약금의 반과 할부금을 제가 냈어요. 생각해보면 엄청 찌질한 놈이죠. ㅎㅎ 아, 진짜 거기에 1억5천이라는
빚이 원래 있었으니 애들 사교육 시키는 게 너무 짜증났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피아노, 미술, 가베 뭐 이런 걸 왜 다
시켰나 후회할 정도로 말이죠. 그때부터 대출이 조금씩 줄어들고 갚아나갔는데 돈 문제로 자주 다투었던 것 같아요.
사건의 클라이막스는 이게 아니었어요. 남편이 갑자기 문제가 생겨 퇴직을 하게 되었는데 적지 않은 500여만원의
월급은 공중으로 사라지고 남편과 저는 몸이 부서지게 일하면서 먹고 살아야 했어요. 퇴직금에 주담대 추가로 받고
저금 털어서 살았는데 1년 지나니까 없어지더라구요. 마이너스 통장 갚은 게 퇴직금으로 제일 잘 한 일이었어요.
결국 주담대는 또 늘어나서 9천만원 남은 대출이 다시 1억을 넘기게 되었어요. 게다가 소송까지 들어가면서 변호사
비용에 이것저것....암튼...제 말은 갑자기 인생에 급브레이크가 걸릴 수도 있으니 영끌로 집을 사는 건 신중하시란
겁니다. 잘 벌던 남편이 그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나마 시댁에서 돈을 퍼다 주셔서 이제는 살만 해요. 소송비용과
이런저런 생활비를 반년 동안 주셨거든요. 시누이와 애들 고모부들도 재기할 수 있게 많이 도와주셨구요.
부유한 친정과는 연 끊었어요. 전화도 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정말 속에서 피눈물이 났어요. 내일이 결심공판입니다.
항소라 더 할 수도 없어요. 지금 갚고 있는 주담대만 아니었어도 먹고 사는 건 200만원이면 다 해결되는데 그 대출
때문에 정말 힘들었어요. 대출 이율은 낮아도 원리금균등상환이라....;;;; 지금도 은행 집에 얹혀사는 기분입니다.
지금 저희 집 값은 실거래가 33평에 5억입니다. 계속 오르고는 있는데 몇번씩 부동산에 내놓았었어요. 팔고 전세로
가려고 했는데 제가 반대했어요. 노후에 집이 없으면 정말 자식들에게 짐을 지우는 거다. 팔면 안된다고 고집을
부렸죠. 이러다가 마음이 바뀔 수도 있는데 남편이 대출금 네가 갚을 거 아니면 팔라고 했었어요. 그 말이 그렇게
듣기 싫더라구요. 지금도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때는 워낙 이 지역이 쌌고 분당에
터를 잡은 친구들도 비교되고 기분도 많이 서러웠는데 살면서 이런 변수가 생기니 이거라도 있는데 다행이었다는
생각은 듭니다. 영끌로 집 사는 건 잘 생각해보세요. 수입이 엄청나거나 유산으로 받을 재산이 있는 게 아니라면
신중하게 생각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암튼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세요. 저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추가) 전 새로운 직업을 가지게 되었고 그 덕에 위기를 넘겼어요. 평생 삽질해도 안 되더니 갑자기 기회가
생기더군요. 50 넘어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기도 했구요. 웹소설 써서 먹고 삽니다. 화이팅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