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입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한 번 들어보고 싶었다. 청년들의 생각을 중앙 정치에서 전달하고 소통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면서 본인도 청년인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만나 본 이유다. 그는 이낙연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지명직 최고위원이 된 25세(만 24세) 청년이다.
그는 단단했다. 어떤 기회를 누리게 되었을 때 부러 치는 방어막 같은 단단함은 아니었다. 자신이 이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가치관에서 나오는 옹골참 같은 것이었다. 부풀린 자신감 혹은 사명감이 가져올 수 있는 공격적 단단함 또한 아니었다. 그래서 생각보다 더 궁금해졌다. 이이가 이 자리에서 해내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지, 자신을 포함한 청년들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지, 그리고 어떤 꿈을 꾸는지.
청년을 깜짝 발탁해 민주당이 청년들로부터 점수를 챙기고자 하는 건 아닐까란 질문에는 "소비되고 이용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지만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청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소통할 것"이란 모범답안(?)을 내놨는데 그 속의 능동성이 꽤 진실되게 느껴졌다. 그가 앞으로의 삶의 단계마다에서도 이런 단단한 의지를 계속 지켜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후보 토론회서 처음 본 이낙연…"직접 지명 전화 받고 3초 정적" -이낙연 대표와 인연이 있었나.
▶ 전혀 없었다. 당에서 청년 대변인을 지내던 중 당 대표 선거 기간 후보 토론회를 할 때 사회를 봤고 그때 인사를 했다. 하지만 마스크까지 쓰고 있었다. 또 내가 얼마 전까지 당 선거관리위원회 소속이었기 때문에 중립을 지키기 위해 어느 캠프에도 들어가지 않은 상태였고.
-최고위원 지명될 걸 사전에 전혀 몰랐다는 얘기인데.
▶ 그렇다. 전당대회가 다 끝나 대표가 선출되었고 집에서 TV를 보고 있던 밤이었는데 이낙연 대표로부터 전화가 왔다.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받았더니 대표께서 "지명직 최고위원에 지명하려고 한다"고 하셔서 3초 정도 정적이 흘렀다. "이게 뭐지?"란 붕 뜬 느낌이었다. 무언가를 제안하신다고 해도 청년 대변인 유임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놀랐지만 바로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씀드렸다. 전화를 받고 그 주말 동안 가족에게도 말을 안 하고 기다렸다. 다음 주 월요일 공식 인선 브리핑이 있었고 그때 부모님께도 알려드렸다(참고: 이낙연 대표는 지난달 31일 박홍배 한국노총 금융노조 위원장과 함께 대학생인 박성민 청년대변인을 최고위원에 지명했다).
-사명감이 깊다.
▶ 해야하는 역할이다. 제가 어리다고 해서 (당에서) 차별하는 건 전혀 없다. 그리고 저 또한 그런 걸 구애받으면서 얘기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청년이나 여성 문제에 있어선 항상 '중요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라는 수식어가 붙게 마련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지금 상황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전달해야 하는지, 어떻게 지혜롭게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
-이낙연 대표의 청년 감수성은 어떤가?
▶ 이 대표는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그래서 청년들의 말과 의견을 경청한다. 그건 굉장히 높은 수준인 것 같다. 실제로 청년들과 면담을 하고 나면 그 내용이 연설문에 담긴다든지, 아니면 청년들이 건의했던 사안이 공약으로 나온다든지 하는 일들이 여러 번 있었다. 제가 얘기를 드려도 "그럼 박 최고(위원)의 의견대로 진행을 해보도록 하자" 이런 식으로 답을 주시기도 한다. 그리고 청년 대변인일 때엔 의견 개진을 직접적으로 못 했지만 지금은 직접 소통할 자리가 되었기 때문에 더 편하게 의견을 드리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