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이공계 출신입니다. 주변 사람 대부분이 과학계에서 학사, 석사, 박사까지 마친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은 이번 정부는 과학기술 발전에는 그렇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합니다. 기용되는 사람들 면면이 그 분야에서의 평판은 그렇게 높지 않다면서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 좋은 사람 쓰고 싶어도 하겠다는 사람이 없는 거겠지 싶어요. 어느 한 자리 하려고 하면 이렇게까지 먼저 뒤지고 털고, 심지어 가족까지 공격하는데 자기 자리에서 자리 잡아서 아쉬운 거 없는 사람이 제대로 하려면 몸상하고(제대로 일하는 분들 얼마나 몸이 상하는지 눈에 보이지 않나요) 욕 먹는 일을 왜 할까 싶습니다. 자기 자리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만 잘해도 대단한 애국은 아니라도 적어도 스스로에게 부끄럽게 살지는 않으니까요. 그리고 그 선택도 존중합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조차도 열지 않고 이렇게 조리돌림을 할 때 우리 사회는 유능한 사람이 사회를 위해 일할 동기와 용기를 잃어버리게 만든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앞으로 어느 누가 이 고통을 견디면서 국가를 위해 봉사할 용기를 낼 수 있을까요. 여기서 헌신이 아니라 봉사라고 한 게 중요한데요. 저는 어느 누구도 치아를 잃고, 모발을 잃고, 얼굴이 부어오르며 헌신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꼼꼼하게 관리된 팽팽한 얼굴, 번들번들한 얼굴로 말끝마다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라고 거짓말하지 않고 그저 상식에 맞게, 열정을 가지고 일하며 직분을 완수하고 공인인 자신의 개인적인 삶도 누릴 수 있는 공직자를 원합니다.
적어도 (입맛과 필요에 따라 조작된 정보가 아니라) 사실에 입각해 자기와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고, 질문한 사람은 (당초 계획한 시나리오대로 고성으로 윽박지르는 게 아니라) 경청하는 청문회를 보는 것이 (한때 누군가의 눈에는 개돼지로 비쳤던) 국민들에게 그렇게 큰 사치일까요?
일본과의 갈등, 세계 무역 질서 개편, 안보 문제, 기존 정권에서 발생한 문제 수습...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생각하기에도 과제가 산적한 이 시국에 자기 할 일을 가장 하지 않는 사람들이 과연 누구인가 생각해 봅시다.
시간 약속 지키지 않는 알바생, 조기 퇴근하는 도우미 아주머니, 내가 산 복숭아를 거칠게 다뤄서 멍들게 하는 과일가게 아저씨만해도 그렇게 우리를 화나게 하는데 그 많은 세비에, 의전에 갖은 혜택을 누리면서도 해야할 일을 하지 않는 가장 큰 도둑, 제대로 된 정보를 전하는 게 아니라 전하고 싶은 정보를 (악의적으로) 전하는 도둑들로부터 내 정상적이고도 인간다운 삶을 지켜내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잠이 오지 않는 밤입니다.
잊지 마세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다 똑같은 놈들이라고 눈 감고, 귀 막고 욕만 하고 있으면 우리는 더 나은 사회를 더 나은 사람들과 만들 기회를 잃어버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