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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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의 빈집이요.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너무 너무 힘든날들에 울면서 읊던 시
1. ㅈㅈ
'19.2.13 10:36 AM (125.132.xxx.103) - 삭제된댓글저는 문정희씨 시들이요 좋은시 많아요
2. 바람
'19.2.13 10:36 AM (59.7.xxx.138)강
만화를 사서 나는 당신과 웃으러 간다
수박을 사서 나는 당신과 먹으러 간다
시를 써서 나는 당신에게 보이러 간다
아무것도 안 갖고 나는 당신과 멍하니 간다
강을 건너 나는 당신을 만나러 간다
- 다니카와 슌타로3. 고정희(1948~1991)
'19.2.13 10:41 AM (108.41.xxx.160) - 삭제된댓글관계
싸리꽃 빛깔의 무당기 도지면
여자는 토문강처럼 부풀어
그가 와주기를 기다렸다
옥수수꽃 흔들리는 벼랑에 앉아
아흔 번째 회신없는 편지를 쓰고
막배 타고 오라고 전보를 치고
오래 못 살 거다 천기를 누설하고
그런 어느 날 그가 왔다
갈대밭 둔덕에서
철없는 철새들이 교미를 즐기고
언덕 아래서는
잔치를 끝낸 들쥐떼들이
일렬횡대로 귀가할 무렵
노을을 타고 강을 건너온 그는
따뜻한 어깨와
강물소리로 여자를 적셨다
그러나 그는 너무 바쁜 탓으로
마음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미안하다며
빼놓은 마음을 가질러 간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여자는 백여든아홉 통의 편지를 부치고
갈대밭 둔덕에는 가끔가끔
들것에 실린 상여가 나갔다
여자의 히끗히끗한 머리칼 속에서
고드름 부딪는 소리가 났다
완벽한 겨울이었다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있는 저음으로
첼로를 켜며
비장한 밤의 첼로를 켜며
두 팔 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
어두운 들과 산굽이 떠돌며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달력 속에서 뚝, 뚝,
꽃잎 떨어지는 날이면
바람은 너의 숨결을 몰고와
측백의 어린 가지를 키웠다
그만큼 어디선가 희망이 자라오르고
무심히 저무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수없는 나날이 셔터 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꿈의 현상소에 당도했을 때
오오 그러나 너는
그 어느 곳에서도 부재중이었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바람으로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4. ㅇㅇ
'19.2.13 10:42 AM (121.152.xxx.203)기형도 시인 말씀하셔서 저는 엄마걱정 이라는 시가
가슴아프게 읽혔고 오래 기억에 남았어요
실제로 엄청나게 가난했던 유년시절 보냈다고하고
어릴때 살던 집 사진을 관련 책에서 봤는데
그 허름한 집안에 혼자 남겨진채
엄마를 기다렸을 어린 시인의 모습이 겹쳐서
마음이 너무 힘들정도였어요
이면우 시인도 좋아합니다.
전업 작가가 아닌 보일러 수리공 이시던가
직업을 따로 가진 시인이신데
어렵지 않으면서도 따뜻하고 소박한 정서가
읽으면 마음이 포근해지는 시들이죠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추천합니다5. 내 사람아
'19.2.13 10:59 AM (1.253.xxx.54) - 삭제된댓글내 사람아
그대가 꿈을 가진 사람인 것이
나는 참 좋구나
그대가 몹시 힘겨워 보일 때도
나는 그대가 절망하지 않으리란 걸 알지
그대는 늘 그렇게 다시
일어서곤 하는걸
내 사람아
그대의 맑은 웃음이
나는 참 좋구나
그대의 살아 있음이
나는 더없이 좋구나
내 사람아
그대가 아침을 기다리는 사람인 것이
나는 참 좋구나
그대가 몹시 슬퍼 보일 때도
나는 그대가 무너지지 않으리란 걸 알지
그대는 늘 그렇게 다시
깨어나곤 하는걸
내 사람아
그대의 착한 눈이
나는 참 좋구나
그대 가슴에 흐르는 도랑물 소리가
나는 더없이 좋구나
백창우6. 내사람아 - 백창우
'19.2.13 11:03 AM (1.253.xxx.54)내 사람아
그대가 꿈을 가진 사람인 것이
나는 참 좋구나
그대가 몹시 힘겨워 보일 때도
나는 그대가 절망하지 않으리란 걸 알지
그대는 늘 그렇게 다시
일어서곤 하는걸
내 사람아
그대의 맑은 웃음이
나는 참 좋구나
그대의 살아 있음이
나는 더없이 좋구나
내 사람아
그대가 아침을 기다리는 사람인 것이
나는 참 좋구나
그대가 몹시 슬퍼 보일 때도
나는 그대가 무너지지 않으리란 걸 알지
그대는 늘 그렇게 다시
깨어나곤 하는걸
내 사람아
그대의 착한 눈이
나는 참 좋구나
그대 가슴에 흐르는 도랑물 소리가
나는 더없이 좋구나7. 신동엽1
'19.2.13 11:03 AM (116.39.xxx.29)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 묻은 책 하이덱거 럿셀 헤밍웨이 장자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오라는 인사 한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실대는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무지개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 뭐라군가 불리우는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추럭을 두 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 이름 꽃 이름 지휘자 이름 극작가 이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느쪽 패거리에도 총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지성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내는 미사일기지도 땡크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나라 배짱 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무너진 성터가의 입맞춤이며 푸짐한 타작소리 춤 사색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8. 신동엽2
'19.2.13 11:06 AM (116.39.xxx.29)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제밤은
자다가 재미난 꿈을 꾸었지.
나비를 타고
하늘을 날아가다가
발 아래 아시아의 반도
삼면에 흰 물거품 철썩이는
아름다운 반도를 보았지.
그 반도의 허리, 개성에서
금강산에 이르는 중심부엔 폭 십리의
완충지대, 이른바 북쪽 권력도
남쪽 권력도 아니 미친다는
평화로운 논밭.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제밤은
자다가 참
재미난 꿈을 꾸었어.
그 중립지대가
요술을 부리데.
너구리새끼 사람새끼 곰새끼 노루새끼들
발가벗고 뛰어노는 폭 십리의 중립지대가
점점 팽창되는데,
그 평화지대 양쪽에서
총부리 마주 겨누고 있던
탱크들이 일백팔십도 뒤로 돌데.
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
물방게처럼
한 떼는 서귀포 밖
한 떼는 두만강 밖
거기서 제각기 바깥 하늘 향해
총칼들 내던져 버리데.
꽃피는 반도는
남에서 북쪽 끝까지
완충지대,
그 모오든 쇠붙이는 말끔히 씻겨가고
사랑 뜨는 반도,
황금이삭 타작하는 순이네 마을 돌이네 마을마다
높이높이 중립의 분수는
나부끼데.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제밤은 자면서 허망하게 우스운 꿈만 꾸었지.9. ...
'19.2.13 11:23 AM (211.216.xxx.227)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 김중식, 이탈한 자가 문득10. ..
'19.2.13 12:02 PM (211.224.xxx.142) - 삭제된댓글전 시집 같은거 딱 한번 사봤나 그럴정도로 시에 대해 문외한인데 시들이 참 좋네요. 다들 좋은 시들이네요. 신동엽시인 애기는 들었는데 시는 첨 봐요. 중립국,평화를 갈망하신 분인가봐요.
11. ..
'19.2.13 12:02 PM (211.224.xxx.142)전 시집 같은거 딱 한번 사봤나 그럴정도로 시에 대해 문외한인데 시들이 참 좋네요. 다들 좋은 시들이네요. 신동엽시인 애기는 들었는데 시는 첨 봐요. 중립국,평화,북유럽같은 복지국가를 갈망하신 분인가봐요.
12. 햇살
'19.2.13 12:22 PM (175.116.xxx.93)유하.
사랑의 지옥 중에서
...
그대여, 내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나가지도 더는 들어가지도 못하는 사랑
이 지독한 마음의 잉잉거림,
난 지금 그대 황홀의 캄캄한 감옥에 갇혀 운다
제가 좋아하는 시인.
기형도, 장정일, 유하.....13. --
'19.2.13 12:32 PM (220.118.xxx.157) - 삭제된댓글연가 (서태석)
두 번 다시 마주하기 힘든
그 어떤 날이 온다 할지라도
내가 흔들리지 않을 때
그대 항상 내 곁에 있을 것임을
제가 대학교 2학년이던 1989년,
바로 직전 해 복간되어 다시 나오기 시작한 창작봐 비평 여름호에 실렸던 시인데
그때 이후로 30년간 고이 고이 간직하고 있는 시랍니다.
짧지만 애절하고 눈물이 날 것 같은 사랑의 감정이 느껴지는 시죠.
창비 1989 여름호로 등단했던 서태석 시인은 그 이후로는 시작을 접었는지 소식을 알 수가 없네요.14. --
'19.2.13 12:33 PM (220.118.xxx.157) - 삭제된댓글연가 (서태석)
두 번 다시 마주하기 힘든
그 어떤 날이 온다 할지라도
내가 흔들리지 않을 때
그대 항상 내 곁에 있을 것임을
제가 대학교 2학년이던 1989년,
바로 직전 해 복간되어 다시 나오기 시작한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실렸던 시인데
그때 이후로 30년간 고이 고이 간직하고 있는 시랍니다.
짧지만 애절하고 눈물이 날 것 같은 사랑의 감정이 느껴지는 시죠.
창비 1989 여름호로 등단했던 서태석 시인은 그 이후로는 시작을 접었는지 소식을 알 수가 없네15. --
'19.2.13 12:33 PM (220.118.xxx.157)연가 (서태석)
두 번 다시 마주하기 힘든
그 어떤 날이 온다 할지라도
내가 흔들리지 않을 때
그대 항상 내 곁에 있을 것임을
제가 대학교 2학년이던 1989년,
바로 직전 해 복간되어 다시 나오기 시작한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실렸던 시인데
그때 이후로 30년간 고이 고이 간직하고 있는 시랍니다.
짧지만 애절하고 눈물이 날 것 같은 사랑의 감정이 느껴지는 시죠.
창비 1989 여름호로 등단했던 서태석 시인은 그 이후로는 시작을 접었는지 소식을 알 수가 없네요16. --
'19.2.13 12:38 PM (220.118.xxx.157)중간에 기형도 시인의 어머니 얘기를 꺼내신 댓글을 보니,
아들이 지은 시를 읽기 위해 아들이 가고 난 지 한참 되어
팔순이 되셔서야 남몰래 성인교육원을 다니며 한글을 깨쳤다던 기사가 생각납니다.
그래도 글을 모르셨던 시절에도 저 '엄마 걱정'이라는 시는 기억하고 계셨다고. ㅠㅠ17. ..
'19.2.13 12:45 PM (175.116.xxx.93)엄마생각은 교과서에 나오죠. 중학교 아이들이 다 알더라구요
18. 박재삼
'19.2.13 2:28 PM (85.203.xxx.78)울음이 타는 가을 강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 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19. 달
'19.2.13 2:59 PM (59.9.xxx.223)남해 금산(錦山)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이성복20. 커피향기
'19.2.13 10:21 PM (211.207.xxx.180) - 삭제된댓글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나도 그 섬에 가고 싶다
어느 영화인가에서 나온 시인데
제가 사람들과 관계에서 힘들었을때
생각나던 시 입니다
지금 검색하니 작자도 나오고 시도 약간 다르지만
전 저 문장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