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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핸폰을 찾아줬는데요

동네 아짐 조회수 : 3,209
작성일 : 2018-05-10 00:50:28
엄마 저녁 차려드리기 위해 차로 5분 거리의 동생네 집에 가는 길이였어요.
평소엔 제 차로 운전해서 가는데 전날 동생네서 저녁 먹다
와인 세 잔 마시는 바람에 차를 동생네 두고 와서 오늘은 버스 타고 가야 했어요.

저희 아파트 단지 앞 마을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으려고 하는데
이미 앉아 계시던 할머님이 저에게 말을 거시더라구요.
원래 낯선 사람과 말은 커녕 눈도 안 마주치는 터라 움찔 놀랐는데
저에게 핸폰 하나를 내미시며 여기 정류장 의자에서 주웠는데
주인 찾아주는 법을 모르시니 저에게 부탁 좀 하시겠다며
멋쩍게 웃으시는데 경계부터 한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지더라구요.

핸펀을 보니 제가 아는 갤럭시나 아이폰이 아니고
잠금화면 설정은 되어 있는데 뭔가 두툼하고 투박한게
혹시 학생들이 쓴다는 보급형 스맛폰인가 싶었어요.

할머님께 이거 제가 책임지고 주인 찾아드릴게요~라고 큰소리 쳤지만
주인한테 찾는 전화 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릴 수는 없어서
일단 제가 탈 버스가 왔길래 버스를 탔는데
타자마자 전화 오기 시작!!!

어떡해서든 받아서 통화하고 싶었는데
전화 받는 화면이 제 핸펀과 너무 틀려서
화면을 이리 밀어보고 저리 밀어봐도 절대 안 받아짐 ㅠㅠㅠㅠ

생전 처음 보는 핸펀과 씨름 하는 사이에 전화는 끊어지고 ㅜㅜ
아놔....이거 내가 핸펀 꿀꺽하려는걸로 오해하면 어쩌지어쩌지 하며
괜히 주인 찾아주겠다고 덥썩 받아들었나 후회까지 하는데
아까 그 번호와 이름으로 또 벨이 울리기 시작!!!!

기저귀 차는 애기들도 쓴다는 핸펀 나라고 못 받겠냐 싶어
정신 단디 차리고 혼신의 집중력으로 화면을 이리 밀고 저리 밀다보니
우짜다가 딱 받아짐!!!! 완전 얻어걸린거져 ㅋㅋㅋㅋㅋㅋㅋ

어린 여학생 목소리인데 핸펀 주인이냐고 물으니 맞다길래
어디냐고 물어보니 아까 핸펀 주웠던 정류장에 와있더라구요.
이미 버스는 3정거장이나 지나왔는뎅 ㅠㅠ

다급하게 지금 여기 xx사거리인데 내가 내려서 기다릴테니 오라고 하고
허둥지둥 내려서 기다렸어요.
혼자서 어린 여학생인데 이상한 변태같은 놈이 핸펀 주워서
꼬여냈음 어쩔뻔 했어...라며 혼자 마구 뿌듯해하며 기다림 ㅋㅋㅋㅋㅋㅋ

10여분 기다리며 제가 언제 오려나 목 빼고 기다릴 엄마 생각에 은근 걱정 됐으나
설마 저녁밥 30분 늦게 드신다고 별 일 있겠어 하며 두리번거리며 기다렸는데
초딩 1~2학년 정도 되어보이는 어린 여학생 둘이 헐레벌떡 뛰어오더라구요.

목소리 듣고 막연하게 중딩인가 상상하고 있다가
너무 어린 애들이 와서 당황했는데 그 어린 것들이 3정거장을 단숨에 뛰어와서
헥헥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데 아차 싶더라구요.

이렇게 어린 애들이라면 아무리 마을버스라도 부담되었을 수도 있겠구나.
그냥 내가 다시 버스 타고 가서 돌려줄걸 ㅠㅠ

게다가 핸펀 주인인듯 싶은 아이가 갑자기 자리에 주저앉더니
무릎을 끌어 안고 울기 시작하더라구요.
핸펀 잃어버린줄 알고 놀랬다가 다시 찾으니 긴장이 풀렸나봐요 ㅠㅠ

핸펀 재깍재깍 받을 줄 몰라서 3정거장이나 지나쳐 온 아짐은
그저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우는 애를 달래다가
마침 파리바게뜨 바로 앞이어서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들어가서
슈크림이랑 피자빵 사서 안겨줬어요.

마음속에선 핸펀도 제대로 못 받는 이 무지한 아짐을 용서해다오 였지만
담부턴 핸펀 찾아준다고 해도 어떤 나쁜넘들이 이용할지도 모르니
꼭 부모님하고 같이 오라고 일러주고 왔어요.

제법 쌀쌀했는데도 이마에 땀이 나서 머리카락이 붙도록 뛰어오던
애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쩜 미안해집니다 ㅠㅠ


IP : 116.34.xxx.84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T
    '18.5.10 12:55 AM (220.72.xxx.85) - 삭제된댓글

    어우~~
    사실적인 묘사로 다급했던 순간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ㅎㅎ
    아가가 많이 놀랬나보네요.
    따뜻한 원글님 수고하셨어요~

  • 2. 아웅
    '18.5.10 12:58 AM (223.38.xxx.99)

    스님가방님~~? 아니신가요~~?
    반가운 마음에 ㅋㅋ 아니시면 죄송하구요.
    애들은 폰도 찾고 빵도 얻고 괜찮았을 거예요,
    감사해요~~

  • 3. ㅇㅇ
    '18.5.10 1:05 AM (121.168.xxx.41)

    담부턴 핸펀 찾아준다고 해도 어떤 나쁜넘들이 이용할지도 모르니
    꼭 부모님하고 같이 오라고 일러주고 왔어요.
    ㅡㅡㅡ
    오늘 잘 하신 행동 중에 제일 잘 하신 말씀!!

  • 4. 너무
    '18.5.10 1:12 AM (58.122.xxx.137)

    좋은 이야기...
    어른들이 자기아이, 남의아이 가리지 않고 돕고 가르치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원글님,,잘 하셨어요.^^

  • 5. AOMG
    '18.5.10 1:20 AM (58.127.xxx.3)

    님 정말 멋지네요.
    핸드폰 잃어버린 그 아이의 애타는 마음도 절절히 전해집니다^^

  • 6. 고마워요
    '18.5.10 1:48 AM (221.161.xxx.36)

    어린 둘째있는 엄마로서
    원글읽고 고마워서 댓글 남깁니다.
    원글님 덕분에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는 큰교훈 얻었네요^^

  • 7. Wisteria
    '18.5.10 1:48 AM (99.173.xxx.25)

    원글님 때문에 로긴 했어요..따뜻한 마음에 행동하는 지성인이십니다!
    정말 그 어린 소녀 폰을 변태같은 놈이 안 줍고 님이 받으시길 천만 다행이네요.
    글도 넘 재밌게 쓰시고 낯선 폰에 전화 받을 줄 몰라 어리둥절 하셨다는 모습이
    꼭 제 모습 같아 속으로 웃기도 하구요 ^^
    복 지으셨으니 듬뿍 복 받으실 겁니다!

  • 8. Wisteria
    '18.5.10 1:58 AM (99.173.xxx.25)

    그 폰을 님에게 건네 주셨다는 세심한 할머님도 고맙고..
    긴장 끝에 폰을 찾아 눈물을 터뜨린 어린 소녀도 애틋하고..
    그리고 원글님 같은 분이 있어 세상이 여전히 따뜻하구요..

  • 9. 쓸개코
    '18.5.10 2:12 AM (14.53.xxx.124)

    원글님 참 자상하시네요.^^
    등장인물들 모두 훈훈합니다.

  • 10. 우와
    '18.5.10 3:19 AM (221.142.xxx.73)

    원글님 마음씀씀이가 정말 이뻐요
    게다가 생각도 깊으시고
    늦은밤 제가 다 뿌듯해지는글이에요

  • 11. 오늘
    '18.5.10 3:27 AM (211.201.xxx.173)

    그 아이에게 원글님의 모습을 한 천사가 다녀갔네요.
    댓가를 바라고 하신 일이 아니겠지만 복 받으시길 바래요.

  • 12. ^^^
    '18.5.10 4:26 AM (223.39.xxx.160)

    원글님 진짜 배려심 깊은 분이세요
    복받으실 거예요

  • 13. 일부러 로긴
    '18.5.10 6:42 AM (73.171.xxx.191)

    고마워요!!!!!!!!!!!!!!!!!!!!!!!!!!!!!!!!!!!!!!!!!!!!!!!!!!!!

  • 14. 원글님 같은 분은
    '18.5.10 7:48 AM (211.215.xxx.107)

    주변.사람들과.눈 많이 마주치면서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리고.사셔야.합니다!

  • 15. 최고 최고!
    '18.5.10 10:50 AM (121.137.xxx.231)

    원글님 최고!!

  • 16.
    '18.5.10 11:02 AM (118.34.xxx.205)

    원글님 너무따뜻하세요
    라디오에사연보내보셔요 ㅎ

  • 17. ...
    '18.5.10 1:06 PM (110.14.xxx.45)

    훈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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