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년차입니다.
시아버님이 4대 종손(거창하게 종손이랄것까진 없지만;;)
신랑은 5대 종손이구요.
명절과 제사에 손님도 많이 오시고
시어머님도 나름 열심히 준비하셔요.
그런데;;
시어머님이 손이 크시기는 한데
솜씨가 없으셔요 -_-
이제까지 일도 많이 치르셨을텐데
준비하시는 속도도 더디고..맛도 없고 ㅜㅠ
시어머니 흉보는게 아니라 ^^;;;
그 옛날 결혼전에 워낙 있는 집에서 곱게 자라신 건 다 알고 있는데
어째 평생 아직도 솜씨가 안 느셨는지
우왕좌왕 하시는거 보면 그간 얼마나 힘드셨을까 안쓰럽기도 하고
조금은 귀엽(무례라면 죄송;;;)기도 하고;;
제 친정 어머니는 워낙 감각있고, 손이 빠르고 솜씨가 좋으셔서
일을 맘먹고 착착하시면 2시간만에 있는 재료로도 수라상 차려내시는 분이에요.
음식 맛 본이들은 다들 혀를 내두르고요. 맛도 맛이지만 깜끔,정갈 그 자체에요.
저도 결혼 전에 요리 별로 해본 적은 없지만
보고 맛본 가락이 있어서인지 빠르고 맛있게 잘하는 편이고요.
그렇다보니 명절에 보면 전 참 ..
답답하달까요? ;;
전날에 일찍가도
손이 느리시다보니 밍기적밍기적..
재료는 최고급으로 다 신경써서 준비하시는데
재료 갈무리나 썰기도 대충대충..삐뚤빼뚤..
맛도 없고요 ㅜㅠ
그런데 마냥 착하신 울 시어머니
제가 분담해서 하려 옥신각신해도 마냥 요리는 도맡아 하세요.
그저 제가 일찍 와서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우셔서
넌 앉아있어라. 넌 과일 먹고 있어라.
정 그러면 저것만 좀 씻어주렴..
그럼 전 요리 중간중간에 나오는 설거지감들 설거지하고
옆에서 보조하듯 계속 도와드리죠.
예를 들어 갈비찜을 맡겨주시면 후다닥 맛있게 양념해서 만들텐데
계속 안 시키시고 느릿느릿..;;
(며느리한테 주도권 안넘기려 하시거나 고집 부리시는 건 아니에요;;
하겠다고 난리쳐도 이건 힘드니까 내가 해야해..이런 생각이셔요)
그렇다고 전 준비하는 하루종일 앉지도 못하고
내내 주방에 어머님 옆에서 서성서성 맴돌며 잡일을 하죠.
친정엄마 같으면 2시간도 안걸릴 일이..
아니 저 혼자 해도 2-3시간이면 될일을....하루 종일 ㅜㅠ
그러다가 명절 전날 8-9시에 우리부부 돌아가고 나면
힘들게 혼자서 밤에 무언갈 또 만들어 놓으셔요.
그제서야 생각났지 뭐니..하시면서.
옆에 하루종일 서있는 저도 이렇게 발바닥이 아픈데
관절도 안 좋으신 분이 어째 그리 종일 서 계시는지
그렇다고
제가 나서서 어머니 우리 이렇게 저렇게 해요~ 하고
나서기도 조심스러워서 아직은 하자시는대로 따르기만 하는데..
올 추석을 보내고 나니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드네요.
하나밖에 없는 아랫동서는 그저 철 없이
이 핑계 저 핑계로 손 놓고 있고, 늦게 오고, 안오는;;; 스타일이라
이미 전 깨끗하게 포기했구요.
명절 장도 아무 계획도 메모도 없이 보러가시는 울 시어머니 ㅜㅠ
제발
메뉴 정하고
장볼 목록 정하고
순서 정해서
맛있게 후다닥 만들어서
쉴때는 쉬고
손님들, 친척들 기왕이면 맛나게 대접하고 싶어요!! ㅜㅠ
어떡해야 할까요?
시어머니 평생 해오신 스타일(?)인데
제가 갑작 나서서 어쩌기도;;
아이고...우리 인품 좋고 100점 만점에 300점인 시어머니.
흉볼 생각 없는데 쓰고보니 흉본게 되네요 ㅜㅠ
죄송해요 시어머니~~~~~~ㅜㅠ
근데 우리 개선할건 해야죠!!
이건 아니잖아요!! ㅜㅠ
조언 좀 해주세요;;
내년 구정에 좀 좋은 방법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