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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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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8회 감상기 (복원합니다)

전주편 조회수 : 2,935
작성일 : 2017-07-22 13:31:48
오전에 올렸다가 댓글에 답하는 와중에 실수로 원문이 지워져버렸어요.
댓글 달아주신 분들 미안합니다. 참고하시고요.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2388790

다행스럽게도 한컴에 기록한 게 남아 있어서 다시 올립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만남의 광장에 모여 버스로 떠난 마지막 여행 전주.
버스 안에서 유희열이 각자 했던 프로포즈 방식을 질문하자
유시민/ "혹시 나하고 결혼하지 말아야할 특별한 이유가 있어?"라고 묻는 로맨틱과는 거리가 먼 방식이었음. (답다며 일동 폭소)

김영하/ 나는 정신을 차려보니까 결혼해 있었음.
실은 1인 독자인 그녀를 위해 소설을 써서 바친 게 프로포즈였음. 
그러나 결혼 후 돈은 떨어졌는데 쓸 거리는 생각 안나던 침체기에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 소설을 팔아먹었음. ㅋㅋ

전주 도착 후, 두팀으로 나눠 시장 콩나물국밥과 순대국밥으로 점심을 해결한 뒤 
남부시장 청년몰, 한지체험관, 전동성당, 국립박물관 등을 돌아보고 모인 막걸리집(=다찌집)에서의 저녁 수다.

유희열이 전라도 음식이 유명한 이유를 묻자
황교익/ 맛있다고 생각하니까 맛있는 것임.ㅋ
유시민/ 그런 거 아님! 대구에서 살던 사람은 이런 음식 (홍어회, 매생이국, 꼬막 등등)이 존재한다는 자체를 몰랐음.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문제라니까~ 

황교익/ 80년대쯤 '남도음식'이라는 관념이 만들어졌는데, 정치사회적 용어라고 생각함.
윗쪽 지방에서 산업화가 가열차게 진행되던 시절에 농업으로 특화된 지역 - 지방에 대한 향수- 가 필요했음.
즉 전통적인 걸 갈망하는 마음이 만들어 낸 느낌임.
물론 지리적 조건이 좋은 이유가 큼. 전주는 전북권 산물들이 다 모이는 곳임.
김영하/ 오리엔탈리즘과 같은 구조인 것 같음. 
서구가 발전하면서 잃어버린 걸 찾기 위해 동양을 신비화하고 이상화한 것과 같은 맥락.

이어서 전라도의 넘치는 상차림에 대한 시각적 쇼크와 버려지는 음식물의 아까움에 대한 의견들이 난분분하면서
김영하/과시와 낭비가 인간의 본성인 탓이 있는 것 같음.

유시민/ 베블런이 '유한계급론'에서 그 점 - 가격이 올라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으로 인해 
소비가 줄어들지 않는 효과- 를 지적했음.
우리가 돈을 버는 건 마음껏 소비함으로써 행복해지기 위함이나, 부자들은 남에게 이기기 위해서 돈을 번다고 갈파함. 
부자는 경쟁적으로 번 돈을 과시적 소비를 통해 존재증명을 함.
정재승/ 핸디캡 이론이기도 함. 공작새의 화려한 날개짓은 공격대상에게 자신을 노출시키는 취약점이기도 하나, 
그걸 극복할 만한 더한 강점이 있다는 걸 어필하는 의미이기도 함.  

'전주영화제'가 화제에 오르면서 각자 '나의 인생 영화'가 무엇인지 꼽아보는데... 
유희열/ '로마의 휴일'. 50번 넘게 봤는데 볼 때마다 움. 제가 전생에 공주였나 봄.
정재승/ '시네마 천국'. 
김영하/ 그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토토가 고향을 떠날 때 로베르토가( 주: 알프레도인데 이름을 착각하셨음)한 대사임. 
"돌아오지 마라, 편지도 쓰지 마라, 여긴 다 잊어라~, 그리워하면 안된다, 다 잊어라~" (I agree with ypu.)

유시민/ 난 '자토이치'가 참 좋았음.
눈 먼 검객이 사건에 휘말릴 때마다, 누구도 제어하지 못하는 불의에 맞서 강렬 단순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그 정당행위의 구도가 너무 좋았음.
그러다가 타란티노의 '장고'를 보면서 같은 감동을 받았음. 나는 장고를 좌파 액션 영화라 규정함. ㅋ
사회적 악덕인들을 그들이 했던 것과 같은 잔혹한 방식으로 응징하는 게 엄청 통쾌함! (으아~)
(혁명과 역모의 꿈을 대리하는 영화인가보다...라며 모두 키득키득~ )
황교익/ '라이프 오브 파이'를 인도 여행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봤는데 체험한 인도가 완벽하게 설명돼 있다고 느꼈음.

자연스레 종교란 무엇인가가 화제에 오르고 전동성당에 다녀온 감상을 전하며
유시민/ 신분제 유교 사회에서 고통받던 이들이 '만인은 평등하다'는 교리에 빠져들었던 것 같음.
종교는 현실을 잊게하는 아편이기는 하나, 진리로 생각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됨.
배교할 기회를 줘도 죽음을 선택할 정도의 확신이 종교가 없는 것보다 나을까? 라는 생각을 해봄.

(성당 앞 한옥마을에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할랑할랑대며 돌아다니는 게 보기에 너무 좋았더라는 그의 토로에
뭉클했음. 내세를 믿고 종교박해당한 할머니들과 대비되며 120년 간의 우리사회의 발전 결과가 뿌듯했다는 고백.)

정재승이 방귀박사로 TV에 데뷔할 뻔했던 얘기를 하면서, 방귀 이미지가 마음에 걸려 교수에게 상담했더니
너는 학위도 안 했는데 박사 타이틀 달고 나가면 학력위조야~라는 팩트 폭격이(농담조이나) 인상 깊었음. 
(논문 표절은 예사고, 학력 위조도 겁없이 해대는 일부 셀럽들 뜨끔했길 바람.)

국립 전주박물관에서 태조의 어진(복제품)을 보고온 김영하가 초상화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황교익이 윤두서의 자화상을 언급함. 
(제가 외국 친구들에게 우리 그림을 소개할 때 가장 먼저 보여주는 그림이라 반가웠음.ㅎ)
황교익/ 세계적 대화가들도 자화상은 보통 옆으로 튼 모습이지 정면을 직시한 그림이 거의 없음.
작가가 자신을 정면직시하는 게 그만큼 어려운 일인데,  윤두서는 독특한 근대 지식인이었음.

유시민/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건 중요한 일임.
내가 정치를 그만둘 때, 포털 이미지 검색으로 뜬 내 십년치 사진을 다봤는데, 
날카롭기도 했지만 고통스러워 보였고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음.
더는 이렇게 살지 말자 싶은 마음이 들어 결정적으로 정리를 결심하게 되었음.

그래서 주변인들에게 이런 제안을 하고 있음.
"우린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으니 친구든 동료든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끼리 서로 사진을 찍어주자, 
일주일 단위로 서로 교환해서 남이 기록한 자신의 얼굴을 보면 자기 상태를 알 수 있다. 
그 얼굴이 마음에 들면 그대로 살면 되고, 반반쯤 되면 뭔가 고칠 생각을 하면 되나, 
모든 모습이 마음에 안 든다면 직장을 바꿀 고민을 해봐야 한다."
미추를 떠나서, 사진을 통해 받는 자기 얼굴의 느낌이 행복의 척도 - 자신에게 맞는 삶을 살고 있나- 를 재단하는 바로미터가 됨.
다윈의 관찰에 따르면, 우리의 표정은 목적의식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심리상태를 드러내는 것임.

조선왕조실록을 보고 온 김영하가 실록의 취지와 의미를 화제로 올리자
유시민/ 왕의 옳은 판단을 위해선 과거의 전범이 필요함. 그게 사료의 중요한 점임.
일단 왕의 모든 것을 기록(사초)하고 이후 실록청의 엄밀한 검토를 거쳐 사초는 폐기했음.
현직왕은 자신의 실록을 보지 못하는 시스템이었음. 그걸 본 왕은 폭군이라는 증거임.

황교익/ 왕이 밥상을 받을 때의 예의는 그걸 생산한 농어민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이었음.
그 마음을 지금 우리도 식탁에서 갖어야 하는 것임.

남부시장 청년몰로 화제가 건너가고
정재승/ 거기 모토가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였는데, 요즘 청년용어에 '워라밸 work- life balance' 이라는 게 있음.
일과 삶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신임.
(청년몰에서의 폭풍 사재기 중에 유시민이 관념적 생태주의자인 따님을 위해 산 고래그림 동전지갑이 특별히 부러웠음. ㅋㅎ)

한지체험을 하고 온 김영하가 종이책의 미덕에서 부터 움베르토 에코의 책사랑 얘기까지 펼치던 중
김영하/ 알쓸신잡이 예상 외의 사랑을 받은 건, 대중이 새로운 지식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지식에 대한 불안과 초조함이 있어서이기 때문이라고 봄.
사실 우린 여기서 지식을 얘기한 게 아니라 지식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여줬을 뿐이라 생각함.

황교익/ 인문학이든 과학이든 한 견해는 '일리'일뿐 진리가 아님.
무리가 아니면 세상에 떠도는 다양한 일리를 받아들이는 게 중요함.
유시민/ 우리가 무엇을 경험/체험했다고 그걸 안다고 할 수 없고 단지 모르지 않은 것일 뿐임.
책을 비롯한 모든 권위를 그런 정도로 받아들이고 참고하면 됨.

* 다음 주에 편집했던 감독본을 방송한다니, 한 주를 기다릴 설레임이 남아 있는 거네요.
기록량이 넌출거리는 건 마지막 회의 아쉬움 탓이니 일독하시든 패스하시든~  -_-
IP : 122.34.xxx.30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
    '17.7.22 1:34 PM (122.34.xxx.30)

    댓글의 지적대로 김영하가 알프레도를 로베르토로 잘못 기억한 것임.
    저는 초딩 때 dvd로 본 영화라 토토라는 주인공 이름밖엔 기억 못함. - -
    김영하의 기억에 오류가 있었다 해도 많은 제작진이 수정하지 못한 건 프로답지 못했음.
    뭐, 한 사람이 놓친 오류는 (무슨 법칙인지 모르겠으나) 뒤이어 살피는 이들도 건너뛰기 일쑤이긴 함. -_- )

  • 2. 설라
    '17.7.22 1:45 PM (175.112.xxx.102)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 3. ......
    '17.7.22 2:16 PM (211.247.xxx.156)

    알쓸신잡..감사..

  • 4. ...
    '17.7.22 2:27 PM (125.130.xxx.15)

    감사....

  • 5. 자막에는 알프레드로 나왔어요
    '17.7.22 5:26 PM (123.254.xxx.105) - 삭제된댓글

    제작진의 실수는 아닌 것 같아요.
    김영하 작가의 말을 삐처리 안한것이 실수라면 실수겠지만
    그렇게 하기도 어려웠을 거예요.

  • 6. 요네하라마리
    '17.7.22 5:34 PM (180.67.xxx.177)

    기다린 글이네요
    님 글 읽고 재방송보면 귀에 쏙쏟
    쪽집게 과외듣는듯..
    그동안 글 올려주셔서 넘 감사드려요
    30분 넘게 쓴 글을 날려서 ㅠㅠ

  • 7. 원글
    '17.7.22 6:30 PM (122.34.xxx.30)

    자막엔 바른 이름으로 나갔다니 다행이네요. ㅎ

    서비스~
    김영하가 소설로 프로포즈한 얘기를 할 때, 그의 최신작 '오직 두 사람'에사 아내에게 바친 헌사기 영상으로 소개되었으니....
    "이십 년을 함께해온 아내 은수에게, 사랑과 경의를 담아,"

  • 8. 원글
    '17.7.22 6:34 PM (122.34.xxx.30)

    서비스 2
    유시민이 정치를 떠날 결심을 하고 SNS에 남겼던 짧은 글이 기억나서 붙임.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납니다.
    지난 10년 동안 정치인 유시민을 성원해주셨던 시민여러분, 고맙습니다.
    열에 하나도 보답하지 못한 채 떠나는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2013. 2.20 유시민"

  • 9. ..
    '17.7.22 6:34 PM (222.109.xxx.34)

    저도 알쓸신잡 몰아서 봤어요.. 너무 좋네요..
    예전에 처음편 봤을 때 어색하고 때때로 날이 서 보이기도 하는 느낌이었는데... 몰아 보면서
    너무 좋은 구성원이란 느낌이 들고 정이 듬뿍 들어버렸네요.
    유희열씨도 겉도는 듯한 느낌 간곳없이 너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 재미나고 뭉클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원글님 공부 잘하셨나봐요.
    요약정리가 기막힙니다^^
    그냥 지나다가 알쓸신잡 이야기 나와서 저도 한마디 거들고 갑니다..

  • 10. 감사
    '17.7.22 7:00 PM (114.203.xxx.60)

    와~ 알쓸신잡 요약 훌륭하십니다!^^ 감사해요~

  • 11. . . .
    '17.7.23 12:59 AM (59.12.xxx.242)

    알뜰신잡 정리 굿! 대단해요!

  • 12. phua
    '17.7.23 10:23 AM (175.117.xxx.62)

    정말 고마우이~~~

  • 13. 버드나무
    '18.1.9 6:32 PM (182.221.xxx.247)

    알뜰신잡 8회 - 전주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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