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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의 한(恨)

공희준 조회수 : 442
작성일 : 2017-01-04 17:32:32

 손학규의 한(恨)

“검은머리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우리네 속담이 있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배은망덕한 자들을 주의하라는 경고의 뜻이 담긴 의미심장한 얘기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어제오늘 동안 이 말을 곰곰이 되새기며 혼자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을지도 모른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손학규 전 대표를 겨냥해 느닷없이 생뚱맞게 정계은퇴를 요구한 사건이 검은머리 짐승을 별 조심성 없이 거둔 자업자득의 후과일 가능성이 대단히 큰 탓이다.

안희정은 단지 정계은퇴를 촉구하는 수준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왜 1년마다 동지가 바뀌느냐는 독설을 퍼부으며 손학규를 몰아붙였다. 앞의 요구가 손학규의 정계복귀에 대한 불만이라면, 뒤의 막말은 손 전 대표의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향한 원망의 표출인 셈이다.

나도 손학규의 정계복귀가 솔직히 탐탁하지 않다. 손 전 대표의 더민당 탈당이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생각하기는 안 전 지사와 똑같은 시각이다. 그러고 보니 충남 출신이라는 부분 말고도 나와 안희정 사이에는 공통점이 의외로 많다. 이거 기뻐해야 해? 아니면 창피해해야 해?

벌이 물을 마시면 꿀이 되고, 뱀이 물을 먹으면 독이 된다고 했다. 동일한 의견도 누가 개진하느냐에 따라 때로는 정당한 지적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악의적 음해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안희정의 손학규 비판이 후자에 더욱 가깝다는 데 있다.

안 지사에게 단적으로 묻고 싶다. 손학규가 매해 동지가 바뀐다면 안희정이 그 구성원인 친문세력은 왜 선거 때마다 숙주가 바뀌는가? 당장 몇 가지 예만 들어보자.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은 안철수의 지지층에 속된 말로 빨대를 꽂은 후에야 박근혜와 가까스로 박빙의 싸움을 벌일 수 있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안철수가 안희정의 선거운동을 마치 자기 일 같이 정말 열심히 해줬다. 게다가 서울시 여러 곳에서 구청장과 지방의원에 당선된 친문 성향의 후보자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치적과 이름값 밑에 숨어 편안하게 표를 얻었다.

작년은 또 어땠나? 2016년 봄에 치러진 제20대 총선에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맹활약 덕택에 원내 제1당으로 약진할 수가 있었다. 최경환의 진박 감별 소동과, 김무성의 “옥새 들고 나르샤”의 추태가 번갈아 연출된 새누리당의 지리멸렬 역시 친문세력에게 어부지리를 제공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이 적나라하게 증명하듯이 스스로의 힘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한 무리가, 영양가 많은 숙주에 기생해서야 정치생명의 연장에 필요한 자양분을 섭취할 수 있는 집단이 다름 아닌 친문세력인 것이다.

동지가 바뀌면 적이 된다. 그러나 기생체가 거쳐 간 숙주는 빈 껍질만 남는다. 한마디로 산송장이 되는 것이다. 현재 안철수도, 박원순도, 김종인도 정치적으로 빈사 상태에 처해 있다, 밤의 문화에서 주로 쓰는 섹시한 표현을 빌리자면 친문세력에게 양기를 다 빼앗겼기 때문이다. 진이 다 빠질 때로 빠진 세 사람 모두 친문세력에게 사실상 용도폐기를 당했음은 물어보나 마나일 테고. 이 모든 비극이 검은머리 짐승은 함부로 거두지 말라는 조상들의 지혜를 어리석게 무시한 데서 비롯되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 살아 있는 사람들 가운데 손학규만큼 친문세력을 위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 역할을 마다해오지 않은 인물도 드물리라.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5년 전인 2012년 초, 당시 민주당 대표로 있던 손학규는 당내의 거센 반발을 물리치고 혁신과통합과의 일대일 통합을 밀어붙였다. 민주당은 100석 가까운 의석을 가진 명실상부한 공당이었지만, 혁신과통합은 실체 없는 일종의 임의단체에 불과할 뿐이었다. 문재인에게 정계진출의 꽃길을 깔아준 주인공이 바로 손학규였다.

손학규의 친문 퍼주기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편파와 불공정 시비가 일었던 2012년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재인에게 패배한 다음 결과에 깨끗이 승복했다. 그리고 12월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TV 찬조 연사로 출연해 문재인의 당선을 위해 감동적인 지지 연설을 했다. 손학규의 지지 연설은 NLL(북방한계선) 시비에 발목이 잡혀 휘청거리던 문재인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2011년 4월에 치러진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손학규가 승리한 덕분으로 말미암아 민주당의 중도층 유권자 공략에 탄력과 가속도가 붙었음은 굳이 자세히 언급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그럼에도 안희정은 손학규에게 결초보은은커녕 적반하장 격으로 되레 정계은퇴를 요구하면서 무차별적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고 있다. 손학규의 숙주로서의 가치와 시효가 다했다고 영악하게 계산한 이유에서이리라.

2012년 초에 나는 손학규가 혁신과통합에 민주당 문을 따주는 조치를 강행하자 이를 맹렬히 질타했다. 신의 없는 자들에게 베푸는 호의는 오히려 불의만 더 키워준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손학규가 어깨에 멘 꽃가마를 타고서 민주당의 주인이 된 문재인은 예상대로 19대 대선에서 완패했다. 박근혜의 헌법유린과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벌어질 넓고 화려한 무대는 이때 마련되었다.

손학규의 가장 큰 잘못은 정계은퇴 선언 번복도, 더불어민주당 탈당도 아니다. 그의 치명적 과오는 사람 보는 눈이 없다는 거다. 그는 최소한의 고민조차 생략한 채 신의 없는 검은머리 짐승을 경솔하게 거둠으로써 은혜가 원수로 돌아오는 혼탁한 배신의 세상을 만드는 데 본의 아니게 일조하고 말았다.

당장 빠르고 확실하게 성공하고 출세하는 방법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길임이 분명하다. 친문세력이 단시간 안에 정국을 평정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허나 몇몇 사람을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는 법이다. 나는 친문세력의 배은망덕한 민낯이 언젠가는 꼭 백일하에 드러나리라고 믿는다, 박근혜의 한심하고 무능한 실체가 결국에는 까발려지고, 거짓과 곡필과 궤변 위에서 세워진 박정희 신화가 마침내 무너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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