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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남편의 셀카봉과 공주 시어머니

싫다고요 조회수 : 4,167
작성일 : 2016-05-02 22:37:25

시아버지 생신에
큰아들과 큰며느리는 관심도 언급도 전혀 없는데
효자병 남편만 안절부절 혼자 여행을 준비하더군요.
리조트 스위트룸 예약.고급 횟집에서 저녁.
지역 특산물 아침. 장어로 점심. 중간중간 선물 공세.
1박2일 효도 여행 땃!!!
시어머니 평소에는 건강하게 국내 곳곳을 여행도 다니지만
건강검진에서 뛰어다녀도 되는 건강이라고 칭찬 받은 체력이지만
아들 얼굴만 보면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고
한발자국 걷고 가슴 부여잡고
한걸음 걷고 눈을 못뜨고 비틀거리고.....
그래도 일년에 대여섯번만 참자!하고 꾹참고 다녔는데
이번엔 그저 웃음만 나오네요...

시누이가 시부모 모시고 왔는데
관광지 도착 전에 시어머니가 딸에게
오늘 내 사진 많이 찍어라. 내 사진 계속 찍어줘..하더라구요.
원색 등산복에 반짝이는 스카프. 요란한 선글라스. 꽃달린 모자.
어머니는 이날을 위해 정성껏 치장하고 오신거지요.
빨강 립스틱까지 다시 바르고 길을 나섰는데
눈치없는 남편이 셀카봉을 꺼내더니 저보고
여보 이리와! 하더니 계속 저랑 셀카를 찍자고 합니다.
제가 민망해서 사진 찍기 싫다고 자리를 피하는데도
여보 사진 찍자. 이리와봐!하며 저만 따라다니는 겁니다.
평소엔 저희끼리 여행다니면
아이들이 한창 사춘기라 사진 안찍는다고 도망가니
저랑만 셀카봉으로 사진 찍고 다녔던 버릇이 들어서요.

어머니는 기가막힌지 화가 나는지
왜 안찍는다고 도망가니? 남편이 찍자는데...하며 저더러 화내시기에
저는 살 찌고 뚱뚱해져서 사진 찍기 싫어요.
너무 못생기게 나와서 싫어요.했죠.진심이거든요.
그런데 사실 어머니가 더 뚱뚱하고 안예쁘시죠.
어머니는 자존심이 크게 상하셔서
그자리에 주저앉으셨어요.
아이고,아들아 내가 걷지를 못하겠다.
아들아,나 죽을거 같다. 아이고~~하시면서요.
남편은 당장 어머니를 업어드렸고요.
의기양양 어머니는 아들 등에 업혀서 한바퀴 도셨고
사진은 본인이 지정한 곳에서 아들과 둘만 찍었지요.
아버님은 멀리 떨어져서 구경만 하시고
시누이는 두사람 찍사로
저는 아버님 옆에서 이런저런 말걸어드리며 억지로 말동무 해드리고요.

식당에서 점심 먹는 중엔
남편이 아버님 생신이라 쌈도 싸드리고
이것저것 챙겨드리니
시어머니 또 화가 났나봐요.
엄마가 중요하지...생일이라고 아버지만 챙기냐? 엄마는???
세상의 중심이 자신이라고 굳게 믿고 사는 시어머니.
자식도 남편도 모두 자신만 위해주고
설설 기어다니게 만드려고 맨날 아프다는 협박만 하는 저 사람.시어머니.
언젠가 제가 친정 엄마가 암수술 후에도
씩씩하고 긍정적으로 사시는게 너무 고마워서
시부모 앞에서 우리 엄마 참 예쁘시죠!했다고
몇년동안 삐쳐서 우리엄마 에 대해 형님한테 흉을 그리 보던 사람.

결혼한 후에 형님이
어머님이 좀 공주병이시지?하실 때
저도 모르게 " 저런 얼굴이 어떻게 공주병이요?"했거든요.
공주병 중증 말기 맞더군요.
아들들과 남편.친척들 모두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는 굳은 믿음.
며느리야 말해 뭐하겠어요.
손주 낳고 몸조리 중인 며느리에게 가려는 아들 붙잡고
밤11시가 넘어서야 보내주면서도 화를 내던 사람인걸요.
그때도 엄마가 중요하지 지자식.마누라가 뭐가 중요하냐고
저한테 전화해서 호통을 치더군요.
하여튼
지난 주말 효자병 남편은 허리병이 났고
화병 며느리는 몸살이 났고
공주병 어머니는 엄살병이 났답니다.


IP : 221.148.xxx.69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신기하다
    '16.5.2 10:41 PM (223.62.xxx.117) - 삭제된댓글

    죄송한데
    남편분도 좀 답답이과네요.

  • 2. 어휴
    '16.5.2 10:50 PM (183.101.xxx.89)

    시어머니들은 왜 !! 아들한테 엄살을 부릴까요? 나도 아들둘이지만 절대 나 어디아프다 얘기안하는데 그런말은 남편한테 통하는거죠..시아버지가 안받아주나? 저희 시어머니도 혼자서 친구분들이랑 동생들이랑 여행 잘다니시면서 저번에 자식들이랑 같이 다니실땐 걷는것도 힘들어하셔서
    모두들 조심조심한 기억이 있습니다 헐~~~

  • 3. 하하하
    '16.5.2 10:54 PM (221.148.xxx.69)

    그러니까요.
    시이모들이랑 관광버스 타고
    강원도도 다녀오고
    부산도 재밌게 다녀와서 자랑하신 양반이
    딸.아들 차만 타면
    숨도 못쉬겠네 .다리가 풀려서 금방 죽겠네! 하는데
    듣는 제가 먼저 죽겠어요

  • 4. ㅁㅁㅁ
    '16.5.2 10:59 PM (39.112.xxx.110)

    정말 자식들이 먼저 죽겠어요 ㅋㅋ
    근데 저는 이제 곧 마흔인데 도 사진찍기 싫던데 아웅 시엄니 짱이시네요 ㅎㅎ

  • 5. 맞춰주는 분이 더 신기
    '16.5.2 11:10 PM (58.178.xxx.131)

    그걸 맞춰주고 받아주시는 원글님이 더 신기해요
    저같으면 그정도 당했으면 안따라갔을텐데요

  • 6. 엄살공주님이
    '16.5.3 12:06 AM (211.36.xxx.177)

    숨도 못쉬겠네 하면 여보 빨리 차돌려요.어머니 많이 힘드신가봐요.
    다리가 아파 못걷겠네하면 에고 이제 좋은데 못다니셔서 어째요.여보 빨리 집으로 차돌려요~

  • 7. 허거덕
    '16.5.3 12:13 AM (211.33.xxx.72) - 삭제된댓글

    저런얼굴 ㅠㅠ
    시어머니 얼굴보고 저런 얼굴이라고
    말하는 원글님
    무섭사와요.
    물론 핑계는 나도 모르게!

  • 8.
    '16.5.3 3:37 AM (223.33.xxx.33)

    울시모 엄살은 저리가라네요ㅎㅎ
    나이 먹었다고 어른은 아니 라는 생각이드네요

  • 9. 근데
    '16.5.3 10:12 AM (155.230.xxx.55)

    저도 쭉 읽다가 '저런얼굴'이란 멘트에 좀 놀랬습니다;;
    시어머님은 공주병 맞는 것 같고요 ㅎㅎㅎ

  • 10. .....
    '16.5.3 10:46 AM (222.108.xxx.15)

    숨을 못 쉬겠다..
    다리가 풀린다..
    하시면 여행을 올스톱하시고
    어머님은 남편이랑 큰 병원 응급실로 보내드리세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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