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날치기 방지'를 위해 도입된 국회선진화법(현행 국회법) 무력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로 한 것이다. 선진화법에 대한 헌법소원도 변호사 단체를 통해 병행 추진한다.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17일 국회법 정상화 태스크포스(TF)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국회의장과 각 상임위원장, 법안심사소위원장을 상대로 장기간 심의·표결되지 않고 있는 법안들에 관해서 조속한 시일 안에 심의·표결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그 결과에 따라 국회의장, 상임위원장, 법안심사소위원장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주 의장은 당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도 "국회 의사는 최종적으로 본회의에서 의원 과반수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런 절차가 막힌 법은 헌법정신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교섭단체 대표의 합의가 없으면 안건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할 수 없도록 하거나, 재적의원 5분의 3이 동의해야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도록 한 현행 국회법 조항이 표결 및 심의권이 보장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개개인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새누리당은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당론으로는 추진하지 않고, 찬성하는 의원들이 개별 헌법기관 자격으로 참여하는 형식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이와는 별도로 헌법소원도 민간 단체 차원에서 추진된다. 주 의장은 "변호사 단체에서 국민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준비해 놓았고, 소송 절차는 따로 가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다수당의 횡포를 막기 위해 도입된 국회선진화법은 지난 18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황우여 당시 원내대표가 주도해서 만든 법이다.자신들이 소수당이 될 것을 우려해 도입해 놓고 다수당이 되니 이를 고치려 한다는 점에서 '감탄고토(甘呑苦吐: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야당은 새누리당의 이 같은 시도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이 국회법을 대하는 집권여당의 태도인지 묻는다"고 비판했다.
유 대변인은 또한 "헌법정신에 반하는 것은 국회선진화법이 아니라, 입법부를 향해 호령하는 대통령과,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단독국회 강행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새누리당"이라며 "국민이 원하는 국회 선진화는 일방적으로 마구잡이식 법안을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정신을 되살리고 여야 합의의 정신으로 운영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대변인은 "불과 2년 전 자신들이 주도해서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이제 와서 국회의 발목을 잡는다며 엎어버리겠다는 것은 뻔뻔하기 그지없는 독선"이라며 "새누리당 내에서도 당론으로 정하지 못하고 개별 의원들이 제기하는 형식으로 추진하겠다 하니, 스스로도 어딘가 찜찜하긴 한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새누리당의 국회법 무력화 시도는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뭐든 뜯어고치겠다는 독재적 발상"이라며 "독재 정권의 오만이 극에 달할수록 성난 민심의 인내도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