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죠. 이제 거의 20년 되어가나..
우리 셋 각각 다른 고등학교를 다녔지만 한 학원을 다니면서 친해졌어요.
대학도 따로 따로 갔고 중간 중간 한참을 못보다 보기도 했지만
만나면 늘 반갑고 얘기거리가 끊임없는 친구사이에요.
그러다 차례차례 결혼을 했어요.
한 친구는 의사와, 한 친구는 물려받은 유산이 많은 회사원과, 저는 공부만 하는 신랑과.
결혼 후에는 일년에 서너번 밖에 못 만나지만 싸이미니홈피와 카스 등등으로
계속 연락은 주고 받았어요. 메신저나 카톡으로 수다도 많이 떨고...
그런데 한번씩 직접 만나고 돌아오면 늘 제 마음이 허해져요.
상대적 박탈감이 뭔지 처음 깨달은게 친구들과 만났던 어느 날이었어요.
버스 지하철 등을 타고 나온 저와 멋진 세단을 타고 나온 친구들을 비교하게 되면서요.
제 삶에 감사하죠. 저희 부부 건강하고 양가 어른들 정정하시고 아이들 예쁘고 잘 크고.
대출은 있지만 집도 차도 있고 많지 않아도 일해서 버는 돈이 있고..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 어려운 사람들 더 아픈 사람들 생각하며 섣불리 부러운 마음 쌓지 않으려고 해도..
그렇게 한번씩 만나고 나면 그냥 기운이 빠져요.
한달 씩 유럽여행을 다녀온 친구, 차 바꾼지 얼마 안됐는데 이번에 또 더 좋은 차로 바꾼다는 다른 친구,
친구들이 입은 옷, 들고나온 백들도 눈에 띄고 밥 값 계산하며 꺼내는 지갑도 보여요.
우습죠. 알아요, 물질적인 가치가 행복의 척도가 아니라는 것. 돈이 다가 아니라는 것. 알죠 알아요..
그리고 좋은 친구들이에요.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고 문제가 있으면 걱정하고 좋은 일은 함께 기뻐해요.
살면서 제가 이렇게 편하고 믿을 수 있는 친구들 다시 만나기 어려울거라고도 생각해요.
하지만 제 마음은 또 이래요. 넓고 넓은 친구들 집에서 놀다가 그저그런 저희 집에 돌아오면
이 집이 너무 답답하고 저희 통장의 잔고가 하찮고 그래요.. 이러다 말겠지만 그냥 주절거려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