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에 정말 크나큰 악재가 닥친거 같아요.
나이 31살 . 결코 어린 나이도 아니고 우스운일에 휘둘릴 성품도 아니구요.
거두절미하고 이 아리송한 사연 풀어볼게요.
올해 3월에 초파일에만 발길하던 사찰에 갔었습니다.
산신각 칠성각에 들러 좋은 인연 점지해달라는 발원하고 또 발원했습니다.
그러고 하산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우연히 집근처 고등학교 담벼락을 끼고 걸었습니다.
담벼락이 아담해서 그날따라 손으로 톡톡 건드리듯 아주 명랑하게 걷고 있는데
그 담벼락위에 증명사진 한장이 떠억 하니 있었습니다.
쌍꺼풀 없는 가로로 긴 눈매 긴 얼굴형 뚜렷하진 않지만 단정한 이목구비.
그 학교 학생인가 싶어 큰소리로 웃었습니다.
인연을 점지해 달라 빌었더니. 나에게 고등학생을???
길고 긴 솔로의 종착역이 징역이라굽쇼? (31살 먹고 미성년자 나빠요.)
근데 또 애매한 감정이 생기면서 그 선한 이목구비 약간은 슬퍼보이는 눈매에
에이 그냥 남의 사진 함부로 줍고 함부로 버리기 뭐해서 일단 지갑 사이에 콱 껴집어놨었습니다.
그러고 3개월 후에.
평소 발길도 뜸하던 어떤 장소에서 한 남자에게 스르륵 홀렸습니다.
백마탄 왕자님도 아니고 무릎나온 츄리닝에 목이 다 늘어난 티샤쓰 입은 청년에게.
근데 그때 제 뇌가 갑자기 무슨 아노미를 겪었기에
처음본 후줄근한 청년에게 마음이 스스륵 풀리며.
나 왠지 저 사람이랑 결혼하겠구나...
이런 미친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오는길에 미쳤구나 뺨을 찰싹 때려도 보고 자면서 하이킥을 수도 없이 차봤지만
떠오르는 그 늘어난 티샤쓰가 어느덧 제 마음도 엿가락처럼 늘이고 늘여서..
주변 분들을 꼬드겨 술자리를 만들어달라 같이 밥 먹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 징징거리기까지
만들었습니다.
태어나서 누군가를 먼저 좋아해보기도 좋아서 먼저 액션을 취해보기도 처음이였는데
어디나가서 말 못한다는 소리 못들어본 제가 그 청년 앞에서는 아...
한떨기 상병신이 되더군요. 말도 더듬더듬 어색한 몸짓과 시선..
그리고 몇번의 떼거리 만남에서 저보다 2살 연하임을 알게 되었고.
섣불리 카톡에서 좋아한다 고백하고 가차없이 까였습니다. 허허허
뭐 여기까지면 주책맞은 뇨자의 깜냥안되는 연하공략이였겠으나.
서프라이즈급 반전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머리속을 번개처럼 치고 날아가는 윌리엄텔의 화살!!
3개월전에 지갑속에 고이 두었던 묘령의 사진.
그걸 꺼내보고 정말 경악을 했습니다.
사진속의 사람과 그 청년이 너무나도 닮아서.
제 아군삼아 도움을 청했던 지인분에게 보였더니 저보다 더 심하게 놀라시더군요.
얼굴형과 쌍커풀 없는 눈매하며 잔잔한 이목구비까지.
참다못해 저 말고 그 지인분이 줏었다 어쨋다 그 부분 쏙 빼고 아는 사람인데 많이 닮았다고 하며
사진을 보여주니 본인도 매우 놀라워할정도로 닮았더란 말입니다.
물론 저는 이것은 인연이다 부르짖고 성급히 카톡으로 고백하는 과오를 범했으니.
그런데 말입니다. (김상중 톤으로)
도대체 저는 왜 깨끗하게 차인 마당에도 그 청년을 잊지 못하고 찌질거리고 있을까요?
그리고 그 사진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월하노인이 있다면 당장에 멱살을 붙들어매고 묻고 싶습니다.
왜 날 뷁!!!!!!!!
아 졸렵고 따분한 시간 .. 오너 몰래 작성한 글이오니 피식 웃음이 나오셨다면 땃땃한 댓글좀 .. 굽신굽신..
제 인생 미스테리 입니다. 정말. ㅎㅎ
정신병자. 과대망상증 이런 댓글 사양합니다. 이미 너무 많이 되뇌여서 지겹네요.
참고로 이는 100% 실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