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할 만한 내용이 많아 퍼왔습니다.
학교 냉방 관련 의견이니 82에서도 관심이 있으실 것 같기도 하구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참 다양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됩니다.
글쓴이는 현직 국어선생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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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방기를 덜 켜는 학교가 되면 좋겠네
날이 무척 덥다. 원자력발전소 부품을 싸구려로 끼워넣어 원자력발전소가 멈춰섰다. 전기가 넉넉하지 않다고 학교에는 전기를 줄여 쓰라는 안내문이 왔다. 한낮에 날이 한껏 더워지면 전기 비상이 올지 모른다고 걱정을 한다. 공무원들이 일하는 시설들은 에너지 절감 정책으로 냉방기를 충분히 틀지 못해서 덥다고 고통을 호소한다.
학교 전기를 싸게 하면 지구가 힘들어
학교에는 학생들이 교실에 우르르 몰려 있다. 고등학교 교실은 몸도 크고 한창 나이인 때라 활동량도 많아서 열기가 더 느껴진다고 한다. 그런데 전기료가 비싸고, 사회적으로도 전기가 모자라서 냉방기를 가끔만 튼다고 해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오마이뉴스에는 학교는 찜통이고 학원은 춥다고 기사 제목을 뽑아 더워서 힘든 학교 교실을 문제 삼았다.
한쪽에서는 학교에 들어오는 전기값을 싸게 해서,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자고 한다. 산업용 전기료를 학교에도 적용하라는 요구다.
나는 여기에 아주 소수인 의견을 내놓으려 한다. 학교에서 냉방기를 가급적 틀지 말자는 주장이다. 원자력발전소, 다른 말로 핵발전소가 아니면 지금처럼 싼 값에 전기를 쓰지 못한다. 한국 사회가 전기를 낮은 값게 편하게 쓰는 것은 핵발전소를 여러 개 지어서 운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은 땅덩이인 이 나라에 21개나 핵발전소가 돌아가고 있다. 이 중에 한두 개만 잘못되어도 우리나라는 치명적인 위기에 빠진다.
편하게 싼 값에 전기를 쓰는 대가는 심각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은 전기 생산비는 싸지만, 그 폐기물 처리가 어렵기에, 폐기물 처리 비용까지 합하면 결코 싼 에너지가 아니다. 핵발전은 그 전기 생산비가 생산시점에는 싸게 들지만, 두고두고 후손까지 그 비용을 내야 한다.
학교에서 냉방기를 틀면
학교에서 냉방기를 틀면, 그것은 우리 사회의 보편이 된다. 학생들은 초등학교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며, 여름에 늘 냉방기로 시원해진 공기 속에서 살아버릇할 것이다. 그러면 어른이 되어서 냉방기가 없으면 살기가 아주 어려운 몸을 갖게 된다. 나는 이것이 두렵다.
한민족이 오천년 동안 한반도에서 살아오며 냉방기 없이 사천구백년을 살았다. 그러나 이제 냉방기가 있는 교실에서 십 몇 년 동안 살아보았더니, 냉방기 없이 못 살겠다고 한다. 앞으로는 쭉 냉방기가 있어야만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 이것은 환경을 볼 때 지속가능하지가 않다. 핵발적으로 전기를 계속 만드는 것은 심각한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한다. 석유를 때는 화력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어내어도 화석에너지는 한계가 있다.
학교 교실에 무더우면 냉방기 대신에 다른 대안은 없을까. 결국 화석에너지가 더 줄어들고, 핵발전을 더 지속할 수 없게 되면, 다른 대안을 궁리할 수밖에 없다. 나는 건축적 대응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학교 운영을 날씨에 맞게 대응하는 방법이 있다고 본다.
건축적 대응
건축적 대응은 학교 시설을 조정해서 더위를 막는 시도이다. 전기가 없던 시절에 인류가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이 방법을 축적해왔다.
첫째는 학교 교실에 처마를 깊게 만들어서 여름에 직사광선을 피하는 방법이다. 햇볕은 여름이 될수록 수직에 가깝게 내리고, 겨울이 될수록 수평에 가까워진다. 처마가 깊으면 여름의 수직 햇볕은 가리고, 겨울의 수평 햇볕은 교실에 깊게 받아들이게 되어, 온도 조절 효과가 있다.
둘째는 학교 남쪽 창 바깥에 햇볕을 가리는 블라인드를 설치하는 방법이다. 최근에 지은 학교는 대부분 남쪽 창에 처마가 없다. 햇볕이 곧바로 창 안쪽으로 들어오는데 창 안쪽에 달린 커텐을 친다. 커텐을 치면 사람의 몸에 직접 햇볕이 닿지는 않지만, 커텐이 열을 그대로 흡수해서 교실 전체의 온도는 올라간다. 유리창 바깥에 블라인드를 설치해야 열이 창 안쪽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셋째는 겹쳐서 교실을 만들지 않고 홑집 형태로 만드는 방법이다. 예전에 냉방기가 없던 시절에 한반도에 지은 교실은 대부분 맞창이 나 있었다. 창 한쪽은 운동장을 향해 있었고, 복도 쪽 창을 열면 복도 너머로 건물 바깥이 나왔다. 그래서 양쪽 창을 열어두면 바람이 불었다. 그런데 요즘 일부 학교에서는 복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게 교실을 겹쳐서 만들어두기도 한다. 이러면 자연환기가 안 되어서 냉방기가 없으면 살기가 힘들게 된다. 이런 겹집 교실을 모두 홑집 교실로 바꾸어야 한다.
넷째는 학교 교정에 나무를 심어 온도를 낮추는 방법이다. 운동장에 나무를 심어 그늘을 만들면, 햇볕이 내려쬐는 곳과 그늘이 진 곳이 온도차이가 나서 바람이 일게 된다. 옥상에도 정원을 만들어서 건물의 열기를 떨어뜨리면 좋겠다. 물론 건축물 자체에 열 차단을 위해 단열을 아주 단단히 하는 일은 당연하게 시행하고 말이다.
이 네 가지는 하고, 그래도 안 되면 제한적으로 냉방기를 쓰면 좋겠다. 기존의 학교 건축물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더워지는 환경을 내버려둔 채, 막대한 전기를 돌려서 공기를 차갑게 하려면 결국 악순환이다. 환경이 훼손되어서 점점 날씨가 더 더워질 테니까 말이다.
학교 운영 차원의 대응
지금과 같은 학교 건물에서 예전에는 어떻게 여름을 났는가. 날씨가 진짜 심하게 더운 한여름에는 방학을 두어 학교를 쉬었다. 날씨에 순응하며 국가적으로 학교를 운영한 것이다.
첫째는 여름에 수업을 5~10분 줄여서 운영하는 방법이다. 더운 날에 수업하기 힘드니, 중학교 수업은 40분에서 35분으로 줄이고, 고등학교는 50분에서 40분으로 줄이기만 해도, 학생들의 부담은 훨씬 준다.
둘째는 여름에 낮잠 시간을 1시간씩 두는 방법이다. 수업을 5~10분씩 줄여서 남는 시간을 낮잠 시간으로 쓰면 된다. 낮잠 시간을 나는 군대에서 체험했다. 냉방기가 없던 시절에 군대에 있으면서 한낮에 한숨 자고 일어나서 다시 하던 일을 했는데, 할 만했다. 원래 날씨가 더운 스페인 같은 나라에서 시에스타라도 해서 낮잠 자는 문화가 있었는데, 이 제도를 학교에 들여오면 좋겠다.
셋째는 여름방학을 늘리는 일이다. 날이 더워져서 수업을 하기 힘들면, 여름방학을 늘리면 어떨까 싶다. 겨울방학을 줄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연간 수업일수를 열흘 정도 줄이자는 이야기다. 겨울방학 때도 교실마다 천장에 달려 있는 전기 온풍기가 돌아가느라 전력난이 여름 못지않게 심각하다. 날씨가 너무 덥거나 추울 때 30~40명 학생들이 좁은 교실에 모여서 공부하는 제도를 잠시 운영하기를 멈추고 쉰다고 해서 무슨 큰일이 있을까 싶다. 어차피 무더운 날에 학교에 온다고 해서 공부도 안 되는데 말이다.
넷째는 교실에서 수업할 때 학생들 보고 양말을 벗을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더울 때 발에서 열이 많이 나니, 양말만 벗어도 체감 열기가 1~2도 정도 줄게 된다. 심리적으로도 시원하다. 냄새가 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요즘 학생들은 몸 관리에 신경을 쓰는 문화가 있어서 쉬는시간에 깨끗이 씻고 단정하게 교실에 앉아 있을 테니까.
건축적 대응은 시설을 손보아야 하니까 돈이 어느 정도 든다. 그런데 날씨를 고려해서 학교 운영을 하는 방법은 돈 한푼 안 든다. 사회적 준비도 그리 어렵지 않다. 무더운 날에는 수업시간을 5~10분 줄여서 운영하는 것은 학교장 자율로 권한을 주기만 하면 곧바로 시행할 수 있다.
아주 소수 의견
무더운 날에 학교에서 냉방기를 틀지 말자는 주장은 아주 소수인 의견이다. 어디에서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학생들이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는데 냉방기를 끄자니, 지금도 별로 냉방기를 틀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할 이야기가 아니다 싶기도 하다.
욕 먹을까 두렵다. 그러나 말해야겠다. 원자력발전소를 비판하면서 학교 교실에서 냉방기를 충분하게 틀자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조금만 생각하면 다 아니까. 미국이 이라크를 쳐들어가고 점령하는 일을 마음으로 비판한다면, 값싼 석유에서 만들어지는 값싼 전기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핵발전소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윤리적이지 않다고 여긴다면, 오늘 학교 교실에서 무더운 공기를 마시며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보며, 냉방기 이외의 대안을 생각하면 좋겠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학교에 다니면서 냉방기가 있어야만 여름을 날 수 있는 몸이 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