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이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우울증이었던 엄마는 늘 누워있었고 어린시절부터 엄마한테 모진말을 듣고 폭력을 당하며 살았어요
때문에 엄마의 사랑이 뭔지 모르고 자랐고 행여나 또 모진말을 들을까 엄마한테 말 한마디 거는것조차 무서웠었지요
성인이 되어 결혼을 했는데 아이는 낳고 싶지 않았어요
불행한 유년시절로 인해 제 자존감은 바닥이었고 약간의 분노조절 장애도 있거든요
사회생활은 잘 하지만 남편에게 분노조절이 안되는 때가 많아요
또 엄마의 사랑이 뭔지 모르는 제가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게 너무나 두려웠어요
그런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아이가 생겼고 정말 열심히 키웠어요
우리 아이에게는 엄마의 사랑을 듬뿍 주고 싶었고 저의 불행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았어요
때로 너무나 힘들때도 있었지만 화장실에서 혼자 소리치는 한이 있어도 아이에게는 항상 밝은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요
그런데 이게 정말 어느 순간이었어요
어느 순간 그간의 긴장이 모두 풀어진 느낌?
그러면서 어느새 아이앞에서 찡그린 얼굴을 하고 있고 아이에게 소리치고 잔소리하고 있고
일상생활의 사소한 일에도 엄청나게 분노표출을 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저희 딸은 지금 48개월인데요
똑똑하고 예민한 아이에요
엄마의 모든 말과 행동을 속뜻까지 다 파악하는거 같아요
어린이집에서 모범생에다가 적극적이고 배려가 많다 라고 평가받던 아이가 어느날부터
엄청 산만해지고 난폭해지고 이기적이고 짜증이 많은 아이가 되어 있었어요
약간의 틱도 생겼어요
그럴수록 전 계속 아이를 다그쳤죠
어느날 새벽에 한참 자던 아이가 갑자기 일어나 울면서 저한테 말해요
엄마가 밉고 엄마가 무섭대요
엄마가 다른 집에서 살았으면 좋겠대요
그러면서 그동안 자기가 엄마때문에 속상했던 일을 줄줄 말해요
통곡을 하면서요
아이 말을 들으면서 너무 놀랐고 머리를 한대 맞은거 같았고 아이를 끌어안고 엄마가 잘못했다고 하면서
같이 엉엉 울었어요
저의 유년시절의 아픔을 제가 제 딸한테 그대로 물려주고 있었어요
그날 이후 저 자신을 돌아보고 다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계속 아이에게 상처주고 반성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어요
아이에게는 "엄마가 너한테 소리치고 화낼때도 있지만 엄마는 널 많이 사랑해. 엄마가 널 슬프게 하도라도 엄마를 이해해 줄수 있겠니?"
라고 말했어요
고작 48개월 아이에게 배려를 바라는 못난 엄마지요
저희 딸 다시 예전의 사랑스러운 아이로 돌아올수 있을까요?
저희 딸이 불행한 유년시절로 저같은 삶을 살게 될까봐 너무나 두렵습니다
저와 저희 딸이 행복해질수 있을가요?
우리 아기에게 한없이 한없이 미안해지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