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오늘이 thanksgiving day라 어제 오후부터 공휴일이예요.
보미는 밖에 나갔고, 새끼 세마리는 정말 집이 무너져라 뜁니다. 어디서 저런 에너지가 나오는 걸까요. 나비는 세마리가 뛰면 정신이 빠지는지 두눈이 휘둥그레해져 몸을 움츠리고 쳐다봐요. 그러다 섞여서 놀기도 하지만요.
몸은 숫놈 '시'보다 나비가 작지만 무게는 많이 나가서 그런지, 간혹 '시'를 나비가 혼내주는데 싸움 경륜은 무시 못하는지 '시'가 대적을 하다 도망갑니다.
'시'는 왜 그런지 절 너무 핥아요. 잠들기 전에 침대올라와 핥고 또 아침에 핥아주러 올라와요. 골골대는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 핥고 머리카락은 왜 또 그렇게 씹기를 좋아하는지. 그래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있으면 또 이불 틈새로 비집고 들어오는데 그 힘이 장사예요. 그렇게 30분을 씨름을 하니 잠들기도 힘들고 아침에 잠을 잘 수 가 없죠. 오늘은 제가 야단을 쳤는데, 꿈쩍도 안 합니다. 근데 이 놈들은 야단을 많이 칠수가 없어요. 그냥 늘 애잔한 느낌이 들어서요.
'시'는 야단 맞고도 한참을 제게 장난치더니 그 무거운 몸을 철퍼덕 제게 기대고 잠이들어요. 늘 반복되는 아침 침대 위 모습이예요. 고양이를 아직도 잘 모르지만, 대체로 숫놈이 암놈보다 애교가 많은 듯 싶어요.
미국엔 대도시 빼고는 야생동물이 많은데요, 특히 소도시에 살면 주변에 정말 많죠. 사슴이 보이는 건 예사이고, 철갑을 두른듯한 동물..갑자기 이름이 생각 안 나네요. 여우도 자주 마주치고요. 코요테는 너무 흔하죠. 여기서 처음으로 파섬이라는 걸 봤는데요. 커다란 쥐와 같이 생겼어요. 좀 징그럽긴해요. 큰 놈은 우리 나비보다도 커요.
늘 두마리가 나타나는데, 연락하면 잡아가긴 하거든요. 잡아서 다른 곳에 풀어준다고 하는데 파섬이 안 잡히고 고양이가 잡힐까봐 걱정이예요..이걸 연락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해서 웹을 뒤져보니, 크게 해로운 동물은 아니나 생김새가 혐오스러워 사람들이 싫어한다고 해요. 이 동물을 애완동물처럼 보호하는 단체도 있더군요. 지금도 늘 망설이게 돼요..이 놈들을 잡아가라고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얘들이 밤마다 고양이 먹이를 먹으러 나타나거든요. 먹어야 뭐 많이 먹는건 아니지만 볼때마다 좀 징그러워서요. 어미와 새끼가 오는 듯 한데 새끼는 산토끼 만 해요. 그런데 어제 밖에서 덜그럭 소리가 나서 창문으로 보니 새끼가 먹이를 먹는데 그릇 높이가 있어서 그런지 그릇 가장자리를 발로 눌러서 사료를 쏟아먹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뒷다리쪽이 좀 이상한거예요. 아마 차에 치인 듯 싶어요. 물그릇도 발로 잡는 바람에 다 쏟아놓고 제대로 마시지도 못해요. 어쩐지 엊그제 물그릇이 다 쏟아져 있기에 이상하다 싶었거든요. 보통 고양이는 얌전히들 먹고 가서요.
걷는데보니 뒷다리 전체를 끌고 앞다리로 걸어요. 저번주엔 괜찮았는데 이번주 언제 차에 치었나봐요. 그러니 또 저런 놈들을 잡아 가라고 하기가 또 그렇네요.
고양이 먹이를 주다 보니 끝이 없는 듯 해요. 처음엔, 작년에 안락사 시킨 고양이를 마지막으로 절대로 먹이를 안 주리라 생각했는데, 올 봄에 보미를 보곤 안 줄수없어서 주기 시작하다가..보미 새끼까지 다 키우고나선 이젠 정말 주지 말아야지 했는데 보미 남편이자 새끼들 아빠인 길냥이 레오를 안 줄수없어서 주게 됐고..레오는 FIV지만 제가 이곳을 떠날때 어떻게든 평생 살수있는 곳에 데려다 줄 계획이구요..레오 밥을 내다 놓으니 저번처럼 새끼길냥이가 찾아오구요..
어제도 새끼 파섬이 먹이를 먹는데 그 옆에서 낙엽으로 장난치며 지키고 앉아있어요. 파섬이 다 먹고가니 그제서야 먹이를 먹어요. 아직 이 냥이새끼가 너무 작아서 파섬도 새끼지만 몸이 다섯배이상 커요.
이 글 쓰는동안 세마리 냥이들이 이젠 다 놀았는지 갑자기 잠잠해서 보니, 까만냥이 '레'는 호기심에 차서 뒷뜰을 내다보구요..이녀석은 뒷뜰 내다보는 걸 요즘 너무 즐겨해요. 태비숫놈 '시'와 턱시도 '라'는 큰 대로가 보이는, 어렸을때 부터 자라 온 방에서길게 몸을 뻗고 밖을 내다보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