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별 거 아닌데 자꾸 머릿속에서 맴돌아서 여기라도 털어 놓으면 시원하려나 하고 올려요.
애기 종일반 어린이집 다니는데 오후 간식을 세 시 쯤 먹으니, 제가 퇴근하며 데려가는 시간즈음이면 배가 많이 고플 시간이잖아요.
퇴근이 빠른 것도 아니고 일곱시 다되는데 집에 오면 여덟시.
그래서 쿠키나 빵 같은 거 사서 오늘 길에 차에서 간단히 허기만 면하게 먹이고
집에 와서 밥을 먹이거든요.
근데 또 빵 사면서 한 개 만 사 지나요. 이것저것 사는데 같이사는 시어머니가 단팥빵 좋아하는 거 생각나서 하나 샀어요. 남편 좋아하는 소세지빵도 사고요. (한 달에 빵값만 수억들어가는 듯 ㅡ.ㅡ;;)
집에 와서 남편이 '엄마 이것 좀 드셔보시죠' 했더니 '난 괜찮은데 요새 꽈배기가 땡기네, 다음에 살 때는 꽈배기로 사다 주렴' 하시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빵 살 때 꽈배기도 같이 샀어요. 참 여기까지는 참 좋은 맘이었는데...
근데 사고 나서 갑자기 울컥 하는 거에요.(아 생리가 돌아오나.. 민감해요..)
저희 시어머니 한달에 백만원 용돈 드리거든요.
처음에 애기가 어린이집 적응하며 감기를 달고 살아 열이 39도 넘게 펄펄 나는 날에도
점심 약속 있어서 나가 봐야 한다면서 데리고 가라시는 분이에요.
효자 아들 덕분에 한달에 백만원씩 타 쓰시면서도 꽈배기 드시고 싶으면 동네 빵집 가서 사 드시지를 않고
며느리가 빵 살 때 사 오라고 얻어 먹겠다고 하시는게
갑자기 제 속이 밴댕이처럼 오그라들면서 화가 나는 거에요.
백만원 받으시면서도 시금치 한 단, 본인 변비 때문에 하루에 500밀리리터씩은 드셔야 한다는 우유 한 팩을 안 사시는 분이에요.
뭔 백만원씩이냐 하시겠지만 결혼하고 애 낳고 제가 육아휴직 하기 전까지는 무려 200만원을 드렸답니다.
제가 미쳤죠. 제가 순진했던 거죠.
결혼 초에 남편이 '어머니가 어디 우리 돈 함부로 쓰실 분이냐, 100만원은 생활비 하시고, 100만원은 용돈 하시게 200만원 드리자' 하길래 전 시어머니가 어디 좋은 계라도 우리 몫으로 부어 주시나 싶었어요. 그냥 뭐에 홀린 것처럼 어어어 하다보니 결혼하고 한달 월급 250만원 받아서 시어머니한테 200 드리고 있더군요. (남편 월급도 비슷해요.)
아 갑자기 열받으니 옛날 생각 또 나네요. 제가 육아휴직 들어가니 월급이 안 나오잖아요. 수당 나와봤자 얼마 되나요. 그래서 남편 월급 밖에 없으니 100만원 '밖에' ㅡ.ㅡ 못 드린다고 죄송하다고 ㅡ.ㅡ 남편이 말씀 드렸어요. 그랬더니
같이 사는 시누 저 몸조리하는 산후조리원까지 와서 남편을 불러내서는 '어디 어른한테 드리는 돈을 처음에 드리던 대로 드려야지 중간에 잘라먹냐고 지*지*하고 갔대요.(저 지*지*은 간질 발작을 속되게 이르는 단어를 두 번 연속해서 쓴 거에요) 요건 남편이 끝까지 얘기 안 해 줬는데 시모한테 들었어요. 그러면서도 '딸이 엄마 생각해서 그런 거니 니가 마음 넓게 써라' 그러더군요. 이 집에서 마음은 저만 넓게 써야 해요.
육아휴직 1년 하는 동안 당연 생활비 모자라죠. 첫 애기 낳으면 들어가는 돈도 많은데 300도 안되는 돈에서 시모 용돈 100만원 제하고 시모, 시누, 저, 남편, 애기 다섯 식구 살림을 사는데다, 주말이면 꼭 꼭 한 번씩 이혼한 시아주버니께서 오셔서 냉장고를 텅텅 비우고 가셨거든요. 제가 결혼 전에 모았던 적금 다 깨고 결혼하고 들었던 적금은 납입 중지하고 간당간당 나중에는 정말 휴직 더 하고 싶어도 돈 때문에 못하겠다 싶어서 복직했어요.
돌 지나서 복직하면서 1년을 시어머니가 봐 주셨죠. 비용은 250만원.
그렇게 저희가 베이비시터 쓰겠다고 면접보고 난리를 쳐도 안된대요. 사람 못 믿는대요.
그러면서도 니가 어디 가서 이 돈에 도우미 구할 수 있냐고 소리소리 치시더라고요. 시세를 잘 모르시나봐요.
아.. 제가 결혼 무렵에 친정 엄마가 다단계에 휘말려서 ㅠ_ㅠ(JU 아시죠 몇 년 전 사기로 언론을 휩쓸었던...) 있는 재산 다 털어드시고, 곱게 길러 가르쳐서 큰딸(저)한테 30만원(월세로 나가는 돈이에요), 작은딸한테는 공과금 결제 받으시면서도 미안해 하시며 아직까지 두 분 다 일 하시는데 참 우리 시어머니는 아들 하나 잘 둬서 팔자가 편하구나...하니.. 참 마음이 그러네요.
쓰다보니 글이 길어집니다. 이쯤에서 결혼할 때 얼마 받았는지 궁금해 하시겠죠?
결혼할 때 남편이 '난 반드시 부모님(이때는 시아버님 살아 계실 때였어요.결혼 전 돌아가심)을 모시고 살아야하고 부모님도 그렇게 생각하시고 계셔서 사는 집 명의로 내 이름으로 해 놨다'고 해서 그런가 보다 했죠.(이 때 82를 알았어야 했는데.)
그때 남편 살던 집이 작은 평수 빌라였는데 집값이 많이 올라서 팔면서 강남 3구(그중에선 가장 싼 데여요) 쪽에 아파트 전세로 이사를 오셨죠. 그러면서 슬그머니 아들 명의에서 세대주가 시어머니로 바뀌었어요. 점쟁이가 부동산 거래 다 시어머니 이름으로 해야 좋다고 그랬대요. 30평대 아파트에 제일 큰 안방 시어머니 혼자 쓰고, 두 번째 방 시누 혼자 쓰고, 제일 구석방 남편이랑 저랑 아기랑 셋이서 복닥대며 살아요. 그러면서도 챙겨야 할 시가 식구들 많다며 예단은 1,000만원 드렸더니 200만원 봉채비로 주시던데 그러면서 '내가 너 때문에 큰 아파트로 이사가지 않냐'는 공치사는 빼놓지 않으세요. 그때 작은아들 결혼 안 했어도 이사 가실려고 했었어요. 그래서 친정엄마는 '그래도 너 그집 집 하나 있는 거 보고 보냈는데 뭔 전세라고 2년에 한 번씩 이사한다고 난리냐'며 속상해 하세요. 아 결혼하면 이런 거 저런 거 다 잊어먹어야하는데 집안이나 결혼정보회사 기준의 관점에서 보면 제가 남편보다 좀 나은 조건이긴 했거든요.
아 그냥 생각난 김에 다 쓸게요. 요 며칠 예물 얘기도 한창이던데 전 간소하고 검소한 예식을 우리 손으로 하자는 주의라 예물에 관심도 없고 최소한으로 커플링만 이쁜 거 하자고 그렇게 했어요. 귀걸이 목걸이 세트도 우리 나이에 다이아 귀걸이 해 봤자 알아보겠냐 싶어서 그냥 큐빅으로 했고요. 사실 금반지는 우리 식구 됐다는 상징인데 하나 해 주시지 않을까 기대했었거든요. 큰 것도 말고 딱 1돈짜리로요. 그런데 같이 예물 보러 간 남편 아무 말 없길래 괜히 속물처럼 보일까 싶어서 말았어요. 나중에 함 들어오고 엄마가 막 속상해 하셨어요. 우리딸 제대로 대접 못 받고 시집 간다고요. 나중에는 속물 취급을 받거나 말거나 예물이라도 남들 받는 만큼 3부 다이아라도 받고 이것저것 챙겨달라고 했으면 오히려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먼저 받는 거 이것저것 생략하자고 하니까 시집 쪽에서 검소한 며느리로구나 칭찬하기는 커녕 저희 쪽이 많이 쳐지고 무슨 흠이라도 있어서 사양하는 꼴이 된 거에요.
에효.. 너무 자세하게 써서 이따 집에 가면 원문을 지우게 될 가능성이 많네요.
그냥 내가 남자 보는 눈이 없고 내 복이 이거밖에 안되니, 내가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고 남편은 그 옆에서 구했겠거니... 그러면서 살아요. 막 농담으로 남편한테 난 이토히로부미고 당신이 안중근이었을 거야.. 이러면서요..
아.. 가을도 아닌데 센치해 지면서 꽈배기 하나에 너무 생각이 많았네요. 길고 우울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다 쓰고 나니 손가락과 뇌가 피곤해지면서 퇴근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우 요새 목감기 장난 아니에요.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