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는 일찌감치 재우고선..
오늘도 역시나.. 조촐한 혼자만의 밥상을 차리고 혼자만의 식사를 했네요.
만 5년을 이래왔으니 무덤덤해질때도 됬으련만..
고슬고슬 하얀 김 올라오는 저 맛난 밥이.. 오늘도 제게는 까슬까슬하니 목에 걸리고 마네요.
결혼하고 내려온 타지..
시댁도 친정도 전부 멀고, 모두 일을 하셔서 주말에 올라가보지 않으면 뵙기 힘들어요.
애낳기 직전까진 저도 회사 다니느라 이웃 사귈 틈이 없었답니다.
산모나 아기에게 좋다는 자연분만을 했건만
회음부 상처가 너무 심해서 정말 출산 후 한달 동안 제대로 걷지를 못했어요.
애기의 젖병 거부가 너무 심해서 정말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젖 물리느라 너무 힘들었고요.
물리면 나온다더니.. 조리원에서도 애기 건강을 걱정할 정도로 젖이 안돌았지만 애기가 젖병을 입에 대지도 않아서 어쩔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모유수유를 햇답니다.. 젖량도 적었는데 정말 유선염은 달고 살았네요.
이리 몸이 안좋은데도, 조리원 퇴원 후 정말 혼자서 울며 애 씻기고..
서툰 육아에 살림에..
젖 좀 돌라고 정말 하루에 한솥은 먹어댔던 미역국을 혼자서 끓이는데 어찌나 서럽던지..
젖이 안도니 돌아서면 배고프다 울어대는 애기 안고 어찌나 울었던지..
조리원 나오자마자 손빨래에 걸레질을 해댄탓에 손은 제대로 펴지지도 않고
발목이며 무릎이며 아프지 않은곳이 없고..
끼니 챙기기도 힘들어..
아침에 미역국에 말아놓은 밥.. 점심때 한참 지나서야 차디차게. 팅팅 불은 밥먹으며 얼마나 울었던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산후 우울증이 극에 달했던거 같네요.
내몸이 너무 힘들고.. 어디라도 나가면 수시로 젖을 찾고 울어대는 애기탓에 외출도 쉽지 않았고.
신랑은 신랑대로 바쁘니 주말부부나 다름없었고, 주말에도 자거나 일나가기 일쑤였답니다.
이웃 사귀기도 힘들었고 몇몇 얼굴 알고 지내던 이웃들도..
제 마음과 몸이 힘드니 연락이 와도 반갑지도 않고..
정말 자의반 타의반 집안에 갖혀 살았던듯 합니다.
두돌이 좀 지나니.. 그나마 좀 살겠다 싶었는데..
갑자기 몸 여기저기가 아파오더라고요.
어느과를 가도 속시원히 말해주는데가 없고..
결국 얼마전 희귀난치병 검사까지 받았네요.
아직 결과 나오기 전인데.. 정말 하루하루가 너무 지옥같네요.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던데..
아무 잘못없는 애기를 원망했다가.. 신랑탓을 했다가..
유전병이 아님에도 이렇게 낳아준 엄마탓을 했다가..
남탓만 하다가 또.. 못난엄마라서 울 딸한테 미안해 울다가..
못난 아내라서 울 신랑에게 미안해 울다가..
난 사는게 왜이런가..
내가 뭐가 부족해서.. 처녀적 안쓰고 열심히 모은돈 다 털어 왜 이렇게 가난한 남자와 결혼했을까..
아무도 몰라요.. 신랑 정말 돈한푼 없이 결혼했답니다..
다 이해했어요..
신혼초 도박으로 전세금 전부 날린것도 꾹 참고 이해했어요.
정말 궁상맞을 정도로 악착같이 모아서 전세금도 회복하고 집까지 사고 사랑스런 애도 낳았답니다.
근데.. 지금 남은게 뭔가 싶어요. 나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결과가 왜 이렇지..
내몸은 아프고..
신랑은 늘 바쁘고..
몸이 아파 힘든건지.. 마음이 외롭고 황량해서 힘든건지..
가끔 그래요..
혼자 저녁 먹는거 싫다고..
그럼 주위 사람들은 그러네요.. 차라리 집에서 저녁 안먹는게 좋다고..
전 5년째 혼자 먹다 보니..
정말 눈물날 정도로 외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