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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전 오늘도 혼자네요.

애기엄마 조회수 : 2,954
작성일 : 2012-02-06 22:01:05

애기는 일찌감치 재우고선..

오늘도 역시나.. 조촐한 혼자만의 밥상을 차리고 혼자만의 식사를 했네요.

만 5년을 이래왔으니 무덤덤해질때도 됬으련만..

고슬고슬 하얀 김 올라오는 저 맛난 밥이.. 오늘도 제게는 까슬까슬하니 목에 걸리고 마네요.

 

결혼하고 내려온 타지..

시댁도 친정도 전부 멀고, 모두 일을 하셔서 주말에 올라가보지 않으면 뵙기 힘들어요.

애낳기 직전까진 저도 회사 다니느라 이웃 사귈 틈이 없었답니다.

산모나 아기에게 좋다는 자연분만을 했건만

회음부 상처가 너무 심해서 정말 출산 후 한달 동안 제대로 걷지를 못했어요.

애기의 젖병 거부가 너무 심해서 정말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젖 물리느라 너무 힘들었고요.

물리면 나온다더니.. 조리원에서도 애기 건강을 걱정할 정도로 젖이 안돌았지만 애기가 젖병을 입에 대지도 않아서 어쩔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모유수유를 햇답니다.. 젖량도 적었는데 정말 유선염은 달고 살았네요.

 

이리 몸이 안좋은데도, 조리원 퇴원 후 정말 혼자서 울며 애 씻기고..

서툰 육아에 살림에..

젖 좀 돌라고 정말 하루에 한솥은 먹어댔던 미역국을 혼자서 끓이는데 어찌나 서럽던지..

젖이 안도니 돌아서면 배고프다 울어대는 애기 안고 어찌나 울었던지..

조리원 나오자마자 손빨래에 걸레질을 해댄탓에 손은 제대로 펴지지도 않고

발목이며 무릎이며 아프지 않은곳이 없고..

끼니 챙기기도 힘들어..

아침에 미역국에 말아놓은 밥.. 점심때 한참 지나서야 차디차게. 팅팅 불은 밥먹으며 얼마나 울었던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산후 우울증이 극에 달했던거 같네요.

내몸이 너무 힘들고.. 어디라도 나가면 수시로 젖을 찾고 울어대는 애기탓에 외출도 쉽지 않았고.

신랑은 신랑대로 바쁘니 주말부부나 다름없었고, 주말에도 자거나 일나가기 일쑤였답니다.

이웃 사귀기도 힘들었고 몇몇 얼굴 알고 지내던 이웃들도..

제 마음과 몸이 힘드니 연락이 와도 반갑지도 않고..

정말 자의반 타의반 집안에 갖혀 살았던듯 합니다.

두돌이 좀 지나니.. 그나마 좀 살겠다 싶었는데..

 

갑자기 몸 여기저기가 아파오더라고요.

어느과를 가도 속시원히 말해주는데가 없고..

결국 얼마전 희귀난치병 검사까지 받았네요.

아직 결과 나오기 전인데.. 정말 하루하루가 너무 지옥같네요.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던데..

아무 잘못없는 애기를 원망했다가.. 신랑탓을 했다가..

유전병이 아님에도 이렇게 낳아준 엄마탓을 했다가..

남탓만 하다가 또.. 못난엄마라서 울 딸한테 미안해 울다가..

못난 아내라서 울 신랑에게 미안해 울다가..

 

난 사는게 왜이런가..

내가 뭐가 부족해서.. 처녀적 안쓰고 열심히 모은돈 다 털어 왜 이렇게 가난한 남자와 결혼했을까..

아무도 몰라요.. 신랑 정말 돈한푼 없이 결혼했답니다..

다 이해했어요..

신혼초 도박으로 전세금 전부 날린것도 꾹 참고 이해했어요.

정말 궁상맞을 정도로 악착같이 모아서 전세금도 회복하고 집까지 사고 사랑스런 애도 낳았답니다.

 

근데.. 지금 남은게 뭔가 싶어요. 나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결과가 왜 이렇지..

내몸은 아프고..

신랑은 늘 바쁘고..

몸이 아파 힘든건지.. 마음이 외롭고 황량해서 힘든건지..

가끔 그래요..

혼자 저녁 먹는거 싫다고..

그럼 주위 사람들은 그러네요.. 차라리 집에서 저녁 안먹는게 좋다고..

전 5년째 혼자 먹다 보니..

정말 눈물날 정도로 외롭네요..

 

IP : 211.207.xxx.83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ㅠㅠㅠ
    '12.2.6 10:04 PM (217.165.xxx.134)

    글 보는 마음이 짠하네요,, 어찌쓰까이...ㅠㅠ

    그냥 위로드려요,,,

  • 2. 그냥...
    '12.2.6 10:04 PM (1.251.xxx.58)

    남들도 다 꽃방석 위에서 사는건 아니랍니다......

    저도 지금 상황 말하자면
    주말부부, 말이 주말부부지 2주,3주에 한번 남편 오고요.
    항상 아이와 둘이만 지낸지 올해 7년째?되나?
    저도 나만 그런줄 알았는데

    주위에 의외로 이런 가정 많고....

    나만 그렇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 3. ....
    '12.2.6 10:06 PM (121.184.xxx.173)

    애기가 있으신데 식사는 꼭 애기랑 마주 앉아서 드세요.

  • 4. 스뎅
    '12.2.6 10:09 PM (112.144.xxx.68)

    저 님 글 읽고 지금 막 울고 있어요...

    혼자라는 말이 너무 가슴에 사무치고 아프네요..ㅠㅠ

    주위 도움없이 모든걸 하려니 어렵기도 하겠지만 맘이 많이 외로우시겠어요..그 외로움이 아픈거겠지요..

    그런데 건강까지... 아마 정신적인 데서 시작해 몸도 아픈거 같아요

    뭐라 도움을 드릴 말이 생각이 안납니다

    그냥 같이 마음으로 아파해 드릴게요.. 옆에 있진 않지만 손 꼭 잡아 드리고 싶어요

    이쁜애기가 크고 남편분도 좀 덜 바빠지면 오늘을 웃으면서 얘기할 날이 올거에요..힘내세요..ㅠㅠ

  • 5. 토닥토닥..
    '12.2.6 10:09 PM (180.224.xxx.116)

    우째요..
    저두..늘 혼자먹네요...
    울아들이 이제 6섯살이요..
    항시 급하게 먹느라 늘 꺼억꺼억하지요..
    통곡마사지 받고 젓물렸지요..족다린물로살았구요@@
    싫다싫다했는데 백일지난 아이 또.................... 있네요..욘석둘 재우고 ..지금 컴에 앉아봅니다..
    하루가 어찌 가는지...
    울아자씨는 아침에나가면 들어오는시간을 모릅니다..두달에 한번은 출장도 가주십니다..
    남들은 편하다 하는데..전 지쳐가는듯...그래도 휴~~~~웃는 아이들때문에 살지요..
    님도 힘내세요..참 유치원가니 아이 친구엄마들과 짬짬이 얘기도 하고 그럽니다..

  • 6. 혹시
    '12.2.6 10:18 PM (124.197.xxx.161)

    많이 힘드시지 않으시면
    출퇴근 도우미 쓰시는게 어떠세요

  • 7. 벼리
    '12.2.6 10:20 PM (121.147.xxx.63)

    애기 두돌은 지났다 하셨으니..
    일단 애기 저녁 먹이실 때 밥 한술이라도 같이 뜨세요.
    저는 네살, 두살 아이들 키우는데요 저 역시도 거의 혼자에요.
    아침 점심은 어찌 넘기는데, 저녁은 아이 먹는 시간에 같이 먹는게 잘 안됐어요.
    그래서 아이들 재우고 저 혼자 간단히 배부를 수 있는걸로 대충 배만 채우고 그랬지요.
    그러다보니 몸이 아프더군요. 아프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아프면 저 아이들은 무슨 잘못으로
    아픈 엄마 밑에서 자라게 될까.. 그런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그래서 그 후로는 밥 한술이라도, 밥 반공기라도 큰애 저녁 차려 먹일 때 꼭 같이 먹어요.
    애들 재우고 나면 뭔가 허기지고 심심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밥이 아예 안 들어갔던 때와는 좀 다르더라구요.

    그리고.. 아직 아이는 하나이신거에요? 그러면 아이 문화센터라던가.. 이런 곳에 가시나요..?
    굳이 친구를 만들고 누구를 만나고 하실 필요는 없겠지만 그런 수업이라도 잠시 가면
    선생님과도 이야기 나누고 다른 엄마들과 소소한 수다도 잠깐 떨면서..
    아.. 나도 살아있구나.. 나도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구나.. 그런 생각 들더라구요.
    너무 당연한 사실이지만 아이와 집에만 있다보면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슨 생각이 있는건지 모르잖아요.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면 더욱 시간 내셔서 원글님만을 위한 뭔가를 해 보시구요.
    뭐 대단한거 아니더라도, 문화센터에 나가서 취미에 없던 만들기를 하더라도..
    뭔가 나 혼자 독립적으로 한다는 사실 자체로 충분히 환기가 되더라구요.

    많이 아픈건 아니시길 바래요.
    지방 어디에 사시는지요. 글 쓴 분위기가 왠지 남같지 않아서
    저희 집 가까이에 사시면 오며가며 만나서 차도 마시고 맥주도 한잔 마시고 그러고 싶단.. 생각이 드네요.

  • 8. kandinsky
    '12.2.6 10:25 PM (203.152.xxx.228)

    에구 어째요 남일 같지 않네

    병원진단 나오면 일단 친정에 가서 염치 불구 비비세요
    어쩔수 없어요 몸부터 추스리세요
    내가 건강해야 아이도 살아요 아셨죠?
    그리고 너무 심적으로 난 힘들어 힘들어 하지마세요

    식사시간 때는 아이 밥 먹을때 같이 드세요
    꼭 식사시간 지키세요 아이와 웃으면서 너한입 엄마한입....
    앞으로 절대 밥 혼자먹지마요

    아이가 좀 더 커서 어린이집도 가면 숨통이 좀 트여요
    그때까지 몸 건강 잘챙겨요 아프면 안되요 힘내요

  • 9. 피카추
    '12.2.6 10:53 PM (182.213.xxx.86)

    에효 진짜 원글님 마음 저 백만번 이해해요.
    희귀난치병만 빼곤 저도 다 겪은거네요.
    원글님 마음이 너무너무 이해되고 그 아픔 외로움 등이 전해져서
    제가 눈물이 다 터져나오려고해요.
    가까운데 산다면 제가 종종 아기라도 봐주고싶어요.
    저도 참 출산후, 육체적 고통 정신적 고통 경제적 고통으로
    지옥같은 몇년을 보냈는데 아기낳고 4년 지난 지금
    몸이 많이 좋아졌어요.
    출산후 과장없이 정말 머리카락부터 발톱까지 온몸이 아프고 병명 하나씩 달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조금씩 회복되네요.
    젓가락질을 못할정도로 손가락이 아파서 밥먹으려다가 펑펑 운 기억이 납니다.
    돈도 없고 외롭고 아기 말곤 내 옆에 사람이 없던 그 시간들.....
    아....원글님응 위해 뭐라도 위로드리고 싶어요.
    정말 시간이 지나니 육체적 통증은 조금씩 나아지더라구요.
    희망을 잃지마세요.
    몸이 나아지면 마음도 좀 가뿐해지더군요, 저는 말이죠.

  • 10. ㅏㅏ
    '12.2.6 11:14 PM (115.140.xxx.18)

    조금만 참으세요
    아이가 말이라도 하면
    외로움이 조금은 가신답니다
    전 오죽하면 시댁식구들도 반가웠다니까요...

  • 11. ..?
    '12.2.7 12:34 AM (121.144.xxx.163)

    맘아파 로긴했어요.. 자기손으로 미역국 끓여 먹을때 그설움 압니다..
    저도 친정엄마 한테 상처많이받아 우리딸들이 출산할때는 진짜 목숨걸고 잘해주고 싶어요..
    지금 저도 외로워요 오늘저녁도 미드보며정말 먹기싫은 라면 먹으며 외로움 씹고있네요..
    고3짜리딸 귀가전이고..에 남편벌써 코골고 한밤중..큰애는 대학다니느라 서울있고..
    외롭지 않은적 없었네요 돌이켜보니..다들 외로워요 열중할 대상을 한번 찾아보세요
    가족말고 ..정말 하고싶은것 찾아 행복한 시간보내시길^^~

  • 12. ^^
    '12.2.7 1:24 AM (182.211.xxx.53)

    정말 손이라도 잡아드리고 싶어요!!

    저 역시 비슷한 상황에서 넘 고생했고 아직 진행중요.
    힘드실 때 통화라도 하고 밥이라도 먹고
    멀지 않다면 친구해드릴게요.

    쪽지주세요!
    사람으로 따뜻한 대화로 치유하는 게 최고인거 같아요.
    제가 그랬고 그러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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