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비키니 사태를 보면서 문득 대학시절 일이 떠올라요
그 때는 한창 여성주의 대두되면서 당연히 교양으로 여성주의 강좌 봇물 이르고 또 대학가 안에서의 성희롱 담론이 시끄러웠거든요
그 때 당시 과 체육대회인가 장터인가를 마치고 뒷풀이 겸 우르르 노래방을 갔는데요
그 중에 적당히 술과 흥이 취한 상태에서
한 여학생이 걸그룹의 노래를 불렀는데 섹시한 수위의 춤이 있는 노래였고
여학생은 무대에 올라 그 춤을 추었죠.
그러니 남학생들 반응이 난리가 나면서 좋아했죠. 그 친구는 참 예쁜 친구였으니 더더욱이요.
그 친구의 춤이 끝난 후, 바로 끼많은 남학생이 이어서 섹시 춤을 췄지요
그런데 이 때 여학생 선배에게서 버럭 제지가 들어간겁니다.
이건 이 자리에 있는 다른 여학생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는 성추행? 성희롱이라구요. 남학생이 춘 섹시춤과, 남학생들이 거기 호응하는 분위기가 다른 여성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그리고 분위기는 싸하게 얼어붙었죠. 그 여학생 선배가 더 나가 남학생의 사과를 요구하려 했지만, 다행히 그 정도까지 가지 않았구요.
그런데 이 중 가장 상처받았던건 가장 먼저 춤을 추었던 여학생이었죠. 물론 누구도 이 여학생을 비난하지도 않았고,
처음 문제를 제기한 여학생 선배도 그 여학생에게 아무 말이 없었지만
판이 깨진 빌미를 제공한 꼴이 됐으니까요
이후도 그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 경우에 정말 이 여학생에게 상처를 준건 누구일까. 그 여학생이 분위기 파악 못하고 칠칠맞았던걸까. 아니면 그 여학생은 섹시 춤을 출 수 있지만, 다른 남학생들이 거기 과하게 호응하지 않아야 했던 것일까.
그 남학생들이 누나~ 섹시해요~워우~ 이런 식으로 말한게 다른 여학생들을 과연 불편하게 했을까.
전 여자였지만 사실 가장 불편했던 순간이 오히려 다들 가만있고
적어도 나는 불편하지 않았는데
이건 여자들을 불편하게 해라고 여학생 선배가 주장하던 순간이었어요
내가 갑자기 불편해야 한건가
나 가부장적 사고방식에서 지금 성희롱 당한 피해자가 된건가
헷갈려지더군요
그리고 처음 섹시 춤을 흥에 겨워 췄던 그 여자 신입생이
악의가 없었음에도 상처받았던거구요
그 여학생 선배가 처음 춤을 춘 신입 여학생의 마음도 배려했더라면
그 자리에서 그렇게 버럭 나섰을까 싶기도 하구요
물론 이 경우는 나꼼수와는 조금 다른 사안이기는 하지만요
비슷한 부분이 누가 누구를 불편하게 했는가와
그 자리에 있던 여성은-나를 포함- 과연 피해자였던가 였습니다
그 여학생의 춤을 보고 남학생이 코피 팍~ 누나 섹시해~를 외칠 때
난 옆에서 같은 여자니까 불편해해야 했던건가????
아니면 불편한 여자가 있다면 그녀의 감정은 존중받아야 하기에
다른 불편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그 문제제기로 불편해져야하는건가
여성주의에서 피해자 중심주의로 사건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
물론 중요하죠.
다만 위에 예를 든 경우에는 그 피해자가 누구였던지가 가장 모호해졌던거죠
특히 각잡고 하는 회사 회식 같은 권력관계에서 벌어진 강제성이 있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그 섹시춤으로 분위기 자체가 불편하다는 사람이 있다면
여기서 피해자는 누구였던 것인지
정말 대학시절 그 일이 저도 모르게 오버랩되더군요
전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요
지금도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둔감한건가란 생각이 들어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