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카드를 긁었다고 문자가 옵니다.XX집 삼십만원....
12월달은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12월 초부터 날라오는 문자들을 보며 사회생활을 하는 덕--혹은 탓--
이려니 생각을 합니다.
결혼한지 24년...그 동안 시동생, 시누 결혼을 네번을 시켰고, 시아버지 육순, 칠순, 팔순을 했고...
수많은 친인척 결혼식및 장례식 병문안등 참으로 많은 행사들이 있었네요.
일가친척 하나 없는 서울에서 살면서 아이를 맡길데도 없고, 아이 맡기는 비용이나 내 월급이나 비교해보니
내가 집에 들어 앉는 것이 맞는 것 같아 들어 앉아서 살림 산 게 지금까지네요. 결혼 하고 일이년은
전직과 관련된 알바를 했지만 남편 따라 지방근무로 삼년 쯤 지내다 오니, 아이도 둘이고 알바를 다시 시작 할 수도
없더라구요. 성격이 활발하거나 그렇지도 않아서 넉살 좋게 사람을 사귀고 주변에 뭘 부탁하는 스타일도 아니여서
아이를 내 손만으로 키울 수 밖에 없었네요.
전 아직도 남편이 버는 돈은 내돈 같지가 않아요. 지금까지 살면서 십만원 넘는 옷은 사보지도 않았어요.
82에서 말하는 등신중의 등신이죠. 명절때마다 돈 잘 버는 며느리이야기하는 시어머니 이야기가 머릿속에 박혀 있어서
스스로 자격지심으로 나를 묶었는 지도 모르겠네요.
나이가 드니 몸도 안좋고, 해 놓은 것도 하나 없고 뭘 하고 살았나....
이렇게 황폐한가? 나는 뭔가? 이런 생각도 많이 들고..
차곡차곡 날라오는 남편의 카드 대금에, 결재한 명절 기차표 값에 줄줄이 돈 쓸일은 많은데 주로 시집과 연관된 지출이면서 '그래 니가 벌어 니집에 쓰는데!' 이런 생각도 들면서 많이 우울하네요.
연말에 몸도 안좋아 벌려 보는 손바닥엔 건질것이라곤 삶의 피곤만이 묻어 있고... 잠들었다가 깨어나면 24년 전 내가 살던 이문동 골목집이었으면 좋겠어요. 다 꿈이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