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딸 아이가 초등병설유치원에 다닙니다.
그 전에는 대학부설어린이집 3년정도 다녔는데 애교가 많은 편이라 선생님들이 많이 예뻐해 주셨어요.
올해 병설 유치원에 들어갔고, 1학기에는 기간제 선생님이 가르치셨는데 연세도 좀 있으셔서 엄마처럼 아이들을 다독거
려 주시는 분이셨어요. 2학기에 그 선생님께서는 다른 학교 기간제로 가시고 출산으로 인해 휴직하셨던 선생님께서 복직
을 하셨는데 사전에 들은 이야기로는 그 선생님께서 오시면 유치원이 '절' 이 된다고 하더라구요.
아이들이 많이 통제하고 떠드는건 용납하지 못하는 분이시구나.... 우리 애는 적응을 잘 하는 편이니 별 문제 있겠나... 하
고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런데, 두석달만에 그렇게 유치원 생활이 즐겁다던 애가 유치원 가기가 싫다고 매일매일 떼를 쓰네요.
중간중간 애가 유치원에서 벌 섰던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럴 수도 있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요즘들어 심해진 것 같았습니다.
한 번은 같은 반에 개구쟁이 남자 어린이와 같이 이야기하다 떠들고 웃어서 수업 분위기를 흐렸나봐요.
나가서 너희들끼리 실컷 떠들라고 복도로 내보냈나봐요. 나중에 다른 분을 통해 들으니 1시간정도 복도에 내 보내고 들여
보내지 않았다 하더라구요.
요즘 초등학교도 그렇게 벌은 안 주는데 교육외에 보육의 기능이 필요한 유치원에서 애가 얼마나 큰 잘못을 했다고 복도에
한시간 이상을 방치하는지... 아이의 안 좋은 점을 교정하려는 목적이라면 한시간 동안 복도에 내보내 놓는다는건 설득력
이 없는 체벌로 여겨집니다만, 부모인 저는 객관성이 결여될 수 있으니 듣고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습
니다.
평상시에도 선생님께서 다양한 방식의 벌을 아이들에 줍니다. 손들고 반짝반짝 해라... 너희는 떠들었으니 계속해서 복도
반이다... 떠들고 장난쳤으니 쌀알을 줄테니 쌀알을 세라.... 한 번은 준비물이 계란껍질이길래 미술활동을 위한 것이려니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떠든 아이들에게 계란껍질을 절구에 넣고 가루가 될 때까지 계속 빻게 시킨답니다.
며칠 전에는 딸 아이가 유치원에 스티커를 갖고 가려고 하길래 못 갖고 가게 했더니 저 몰래 넣고 갔나봐요. 스티커땜에 아
이들이 모여들고 소란스러워지니 선생님께서 복도로 나가라고 하시고, 밥도 원무실에 따로 혼자서 먹으라고 하셨더라구
요. 딸 애한테도 들었지만 아이들 말만 100% 믿을 수 없어서 유치원에 있는 아는 분을 통해 들은 얘기니 비교적 정확한 이
야기입니다.
중간에 선생님과 한 번 상담도 했는데 30분을 아이 단점만 얘기하시더라구요. 여지껏 문제 없이 어린이집과 유치원 생활하
던 아이가 졸지에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제일 벌을 많이 주는 문제아이가 되어 있더라구요. 당장 떠드는 것도 바로바로 제
재하시는 분인데다가, 선생님 말씀으로는 우리 아이가 유치원 아이들과의 놀이나 활동에 있어 너무 자기주도적이어서 그
걸 고쳐놓겠다고 단호하게 얘기하시더라구요. 어찌보면 어른과 아이의 기싸움처럼 들리던데, 매일 매일 다양한 유형의 벌
외에도 보듬어 주고 달래기도 하는 방법을 같이 사용해도 될텐데 선생님은 자신의 교육철학에 대한 나름 확고한 신념 같은
걸 강조하시더라구요. 물론, 그 방법으로 나는 다양한 벌을 준다는 말을 절대 안하시고......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그 행동을 반복하도록 해서 질리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복도를 뛰어다니면 지칠때까지 계속
뛰라고 합니다. 말하면, 복도에 나가서 계속 말하라고 합니다.... 과연 좋은 체벌인지 모르겠습니다.
같은 교실내에서 타임아웃을 시켜도 되고, 좋아하는 활동을 못하게 하는 등의 바람직한 체벌방법도 많은데...
울 아이도 나름 고집이 있고, 자존심도 센 편이어서 거듭되는 벌에 자존심도 상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남편이 선생님과 상담을 했는데 남편도 선생님이 '자기에게 맡겨달라'는 말에 '뭐 어쩌겠어..'라고 합니다.
아이들 통제의 수월성을 위해 그러시는건지, 정말 아이의 단점을 고치시겠다는건지, 체벌형태와 하루도 빠지지 않는 벌로
볼때 신뢰를 갖기가 참 힘듭니다. 아이한테는 별 다른 티를 안내고 '네가 잘못했으니까 선생님이 벌을 주시는 거겠지, 그러
니까 말하지말고 바르게 행동해'라고 얘기하고 보냈지만 참 마음이 아픕니다.
선생님께 말하기도 어렵고, 얼마남지 않았는데 유치원을 바꾸기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