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이건 뭘까?
안방 옷장 문에 매달린 트랜스포머 로봇이다. 일명 "배드 가이" 라서 코난군이 체포 구금한 상태이다.
이 녀석은 오즈의 마법사 영화를 보고 영감을 얻어서 코난군이 자기 방에다 손수 제작한 "스캐어 크로우" (허수아비 라는 단어는 아직 모른다) 이다. 갈색 털이 허수아비의 지푸라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실제로 미국 허수아비는 T 자형 나무 막대기에 양손과 발을 묶어서 고정시킨 형태라서, 상당히 실제의 모습과 닮은꼴이다.
이건 거실 탁자 다리에 묶여있는 또다른 배드가이.
추석 특사로 석방된 것인지, 아니면 프리즌 브레이크를 감행했는지 확실치 않은 셰리프 우디. 다른 배드가이는 생긴 것도 좀 괴물같고 늘 배드가이 역할만 맡는데 반해, 코난군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토이 스토리> 의 주인공인 우디는 배드가이가 되기도 하고, 배드가이를 무찌르는 폴리스가 되기도 하는 등 배역에 변화가 많다.
만 2세가 지나면서 어린이는 상징적 놀이를 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이 생기고, 처음에는 자신을 이용해 다른 사람인 척 하는 수준의 상징 놀이를 하다가 (팔을 앞으로 쭉 뻗은 채로 달리면서 슈퍼맨 흉내를 내는 것이 좋은 예이다), 나중에는 사물을 이용해서 상징 놀이를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 본격적으로 즐길 수 있게 된다 (고 피아제를 비롯한 인지발달 심리학자들이 말했다 :-).
상징놀이는 만 3세부터 5세 까지, 즉 유치원기 연령의 아동기에 절정을 이루는데, 이를 통해 어휘력, 사회성, 신체, 정서 발달이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읽기와 쓰기 능력 향상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코난군의 예를 들자면, "배드가이" 와 "폴리스" 의 전형적인 역할이 무엇인지 학습하고, 폴리스가 배드가이를 잡아서 감옥에 가두는 행위로부터, 무언가 알 수 없는 위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도 한다. (언어+사회+정서 발달)
"꽁꽁" 묶는 것과 "기냥" 묶는 것의 뉘앙스를 자신의 손가락 근육을 조절하면서 알게 되고, 굵은 밧줄, 가느다란 노끈 등의 다양한 재료로 탁자 다리, 침대 다리, 문 손잡이 등에 각종 다른 모양의 배드가이를 구금하다보니 소근육 운동에도 도움이 된다. (언어+신체+공간지각능력 발달)
아직 혼자 힘으로 매듭을 묶을 수는 없지만, 매듭의 양 끝을 다시 매듭 속으로 끼워넣어서 매듭이 풀리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기도 했다. (문제해결능력)
이러한 손가락의 소근육 발달과 눈과 손의 협응력 발달은 나중의 쓰기 능력 향상을 위한 밑거름이 되고, 왼손과 오른손을 교차하고 번갈아 사용하는 과정은 좌뇌와 우뇌의 분화를 도와서 글자를 읽을 수 있는 기초가 형성된다. (문해 능력 발달)
가끔은 아빠 엄마에게 배드가이가 되라고 시키기도 하는데, 양손과 발을 꽁꽁 묶여서 제법 긴 시간 동안 지내다보면 불쌍한 인형들에게 해주고픈 말이 있다.
늬들이 고생이 많다!
하지만, 마음씨 고운 코난군은 이렇게나 많은 인형을 아래층 거실에서 윗층 안방까지 모두 데리고와서 "무비" 를 보여주는 호강도 시켜주기도 한다.
바른 자세로 앉아서 영화를 감상하는 운좋은 인형 친구들.
2011년 9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