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 이런 거...
기대하시고 계시는 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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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나누고픈 오늘의 이야기는 "예쁘고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아닌, "아이의 발달에 도움이 되는" 장난감 정리법 입니다.
물론 아이에게 어려서부터 깔끔하고 정돈된 환경에서 생활하게 하는 것은 나중의 생활습관을 바르게 잡아주는데 큰 도움이 되어요.
누구나 들어본 적 있는 이름 <마리아 몬테소리> 박사가 일찌감치 그런 주장을 했지요.
차분하고 정돈된 환경에 자주 노출되면 정서가 안정되고, 스스로 자기 주변을 정돈하려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게 된다고요.
하지만, 자칫 어른의 눈에 깔끔하고 예쁜 환경이 아이의 창의성이나 인지 발달에 해로운 환경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 둘을 절충하는 방법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일단 저희 아이의 장난감장 모습입니다.
허걱, 녀석이 심령사진 버전으로 출연했군요.
네살박이 아이지만,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코난군이라고 부르겠사와요. (저는 명탐정 코난 왕 팬... :-)
코난군은 2007년 11월에 태어났으니, 한국에서 세는 나이로 네 살이고, 만으로는 32개월이 되었군요.
그 나이에 걸맞게, 코난군은 거실과 제 방, 안방, 주방의 경계를 구분하지 않고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며 놀이하기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저런 장난감 집합소가 집안 곳곳에 더 있어요.
일단 거실에 둔 장난감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맨 윗칸엔 자동차 주차장...
두 칸엔 퍼즐... 오른쪽 구석에 파란 링으로 제본된 것은 한 페이지씩 펼치면 그림책이고, 페이지를 뜯어서 바닥에 펼치면 큰 퍼즐 그림이 되는 건데, 한국인 이웃으로부터 얻은 거예요.
그리고 각각 주제에 따라 분류한 상자에 담긴 장난감들...
이 칸에는 작은 상자에 담긴 장난감과, 오리지널 박스에 담긴 장난감이 들어 있군요.
저 상자는 달러샵에서 한 개에 1달러씩 (우리돈 천 원이 조금 더 되겠지요?) 주고 산 건데, 투명해서 상자 안이 보이고, 뚜껑이 "짤칵" 하고 야무지게 닫히는 데다가, 차곡차곡 쌓을 수 있도록 뚜껑과 바닥 사이즈가 잘 맞는 디자인이예요.
저걸 사와서 아이와 함께 장난감을 분류해서 넣고, 아이가 보는 앞에서 바로 이름과 그림을 써붙여 주었어요.
아이가 뭘 잘 모르는 것 같고, 또 엄마가 혼자 쓱싹 정리를 하면 시간도 단축되어서 좋을 것 같지만...
그랬다가는 앞으로도 영원히 장난감 치우기는 엄마만의 일이 되기가 쉬워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실수할 수 있는 건-요건 저희 남편 스타일이 좀 그래요 ^__^-완벽하고 멋지게 정리하겠다는 야심이 살짝 오바하여, 컴퓨터로 글씨를 쓰고 칼라 프린터로 뽑아서 가위질에... 코팅에... 간판업자처럼 작업을 하다간, 아이는 싫증을 느끼고 이미 저~ 쪽에 가서 혼자 놀고, 엄마/아빠만 정리 삼매경에 빠지는 아픔이 생긴다는 거예요.
아이들은 즉물적이고 즉각적이에요.
다시 말하면,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관심을 보이고, 그 관심이 지속되려면 계속해서 변화와 진척이 눈에 보여야 하지요.
제가 삐뚤빼뚤 손으로 쓰고 발로 그린 그림을 좀 보세요.
줄 간격도 좀 안맞고 엉성하지만...
그래도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며 그리는 동안에, 네살박이 코난군은 각 상자에 붙은 테이프가 무슨 의미인지 확실히 알게 되었답니다. 엄마 손에서 그려진 그림을 보며 웃고 즐거워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구요.
유아기에는 아직 유창하게 읽고 쓰기를 하는 아이가 드물고, 또 읽기 쓰기 연습을 억지로 시키는 것은 효과가 별로 없습니다.
그렇지만, 눈이 가는 곳곳에 아이가 의미를 아는 단어가 씌여있고, 또 그 단어의 뜻을 상기시키는 힌트-작은 그림이라든지-가 함께 있으면, 아이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글씨를 읽는 것에 관심과 흥미를 느끼게 되지요.
코난군에게 익숙한 단어를 사용하느라, 미니카 상자에 <자동차> 라고 쓰지 않고, <빵빵> 이라고 써붙인 것이예요. 장난감 그림도 실제로 그 상자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의 모습을 그린 것이어요 (그래도 발 그림...흑흑...)
코난군은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배우고 있는 관계로, 한글과 영어 둘 다 적어주었어요.
그리고 놀이가 끝난 후에, 혹은 거실에서 놀다가 윗층 제 방에 올라가서 놀자고 할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제자리에 넣게 합니다. 물론 처음 몇 번은 엄마가 주로 치우게 되지요. 그 "몇 번" 이라는 것은 아이의 성향에 따라 퍽이나 차이가 있으므로, 최소한 열 번은 엄마가 시범을 보일 각오를 하시면 스트레스를 덜 받으실 거예요 ^__^
엄마가 장난감 정리하는 걸 아이가 보고 있지 않더라도 꾸준히 시범을 하셔야 해요. 아이들은 안보는 척 하면서 엄마 아빠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다 알고 있거든요 ^__^
그리고, 엄마의 치우기가 끝나야 자기가 원하는 바가 이루어진다는 걸 가르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해요.
"엄마, 위에, 방에, 놀아"
"그래, 여기 장난감 다 치우고 올라가서 또 놀자"
이런 상황이 되면, 아이가 엄마를 도와야지만 빨리 놀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는 뜻입니다.
절대 잊어버려선 안되는 한 가지: 정리가 끝나고 놀아주기로 했다면 그 약속을 꼭 지켜야 해요. 안그러면 다음 번에 장난감을 치우자고 할 때 아이가 협조를 안할거예요.
그렇게 여러 번 치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도 함께 하도록 권하고, 정리를 한 후에 함께 기뻐하다보면, 아이가 스스로 정리하는 것에 재미를 갖게 됩니다.
사실, 치우는 것도 즐거운 놀이의 한 부분이거든요.
기차가 그려진 상자에 기차를 넣고, 자동차가 그려진 상자에는 자동차를 넣고... 이건 뭐... 입체 퍼즐 놀이와 다를 바 없지요?
장난감을 두는 곳은 그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여야 합니다.
넓다란 거실엔 퍼즐을 펼쳐놓고 맞추기에 좋고, 기차나 자동차가 정체현상 없이 쭈~욱 달릴 수 있기에 거실에 있는 장에는 그런 종류 장난감이 들어가 있어요.
그리고 손을 씻거나, 붓을 씻기 쉽게, 화장실 옆에 그림 그릴 곳을 마련해 주었어요.
크레용, 물감, 가위, 테이프, 연습장, 등등 미술 도구는 마찬가지로 투명상자에 담고 이름표를 붙여 주었어요.
요즘 코난군은 가위질에 꽂혀서, 이젤에 걸린 종이를 이렇게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놓았네요.
요기는 차분하게 앉아서 책을 읽거나 색칠공부 하는 곳...
현관 옆 공간에는 공풀...
낙서의 유혹을 느끼는 하얀 벽 앞에는 보드와 마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음을 어느 정도 비운 부모의 느긋한 태도가 아이의 놀이와 성장 발달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믿어요.
코난군이 태어나기 전에는 음악도 많이 듣고, LP며 CD며 수집하곤 했는데, 아이가 생기니 아예 장난감장으로 CD장을 막아버렸어요.
코난군이 CD를 다 꺼내서 망쳐놓을 염려 없고, 음악을 듣고싶을 땐, 코난군이 유치원에 가있거나 잠들었을 때 장난감장을 밀어내고 음악을 꺼내서 들으면 되니까요.
장난감 정리하고 치우기...
여러분은 어떻게 하고 계세요?
좋은 팁 있으시면 함께 나누어 보아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