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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한 아침밥상

| 조회수 : 3,017 | 추천수 : 232
작성일 : 2010-06-24 21:14:41
아침 7시쯤 민박집 아주머니의 노랫소리에 잠을 깼다.
그런데 노랫소리가 그냥 흥얼거림에도 불구하고 예사롭지 않다. 레퍼토리도 퍽이나 다양하다. 아침나절에 열댓 곡의 노래를 흥얼거리는 아주머니.
“내가 노래를 좀 좋아해. 음악을 전공했거든. 이만큼 살고 보니 음악이랑 사는 거랑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이 일 하는 것도 음악과 무관하지 않고.”
으잉? 민박하는 것과 음악이 같은 조화라고 말하는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그런데 이 멋진 아주머니에게서 이 말을 듣고 나면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삶의 조화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 그럴 때 비로소 자연스럽고 아름다워진다.
흥얼거리면서 차려낸 아침상은 입이 떡 벌어진다. 아저씨가 매일 아침 한라산 중턱까지 올라가 채취해온다는 고사리와 마당에서 직접 키운 돌미나리 무침은 그야말로 약상이다. 전날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시원한 맛에 자꾸자꾸 더 마시게 되는 콩나물국, 노랗게 구워진 고등어와 조기 구이 등등. 깔끔하기 그지없는 상차림은 뭘 먼저 먹어야 할지 들려진 젓가락이 상위에서 서성댄다.
사실 나는 아침밥을 거의 먹지 않는다. 그렇다고 식구들 아침상까지 안 차려주는 것은 아니다. 나는 안 먹어도 식구들은 먹기 때문. 나의 아침식사는 사무실에 출근해서 떡이나 빵 등을 커피와 함께 마시는 정도다.
그러나 여행을 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특히나 올레길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걸어야 하는데 아침밥을 굶고 걸을 수는 없는 일. 특히나 올레길 주변에 식당들이 즐비한 게 아니므로 제때 먹고 챙겨가지 않으면 곤란하다.
기름기가 자르륵 흐르는 하얀 쌀밥 한 그릇을 뚝딱 먹어치우고 나니 문득 시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생각났다.
“먹으려고 하면 먹혀지는데, 그렇게 한 숟갈도 입에 안대냐.”
아침밥을 먹지 않는 나를 보고 하시는 말씀이다. 내가 한 그릇을 싹싹 비워낸 걸 보면 아마도 우리 어머니,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거 상 밑에 눌은밥도 있다.”
아, 내가 좋아하는 눌은밥. 이럴 줄 알았으면 한 그릇 다 안 비우는 건데. 그래도 눌은밥을 포기할 수 없어 한 그릇 퍼서 또 먹는다. 마지막 숭늉까지 다 먹고 나니 배가 꽉 찼다. 이렇게 배가 부를 때마다 하는 생각.
‘미련 맞게 이렇게 많이 먹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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