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꼭대기에서 돌을 던지면 아마 대학 졸업한 사람이 맞을 거다. 우리나라는 그만큼 대졸 자가 많다. 그러나 자기가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직업에 연결시켜 일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또한 고학력으로 인한 직업에 대한 만족도 저하 등 많은 문제가 노출되고 있지만 학력중심의 사회풍토에서 벗어나는 일은 이미 불가능에 가깝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대학 나온 사람보다 더 많은 돈을 벌수 있고 남부럽지 않게 승진할 수 있는 직업이 많아진다면, 부모세대보다는 현실적이고 영특한 우리 젊은이들의 생각은 점차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얼마든지 기회가 있고, 원대한 포부를 가질 수 있는 독일의 직업제도가 마음에 든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독일은 고학력 사회가 아니다. 학부형 모임에 참석해 봐도 한 학급 30명 정도의 부모들 중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겨우 두세 명. 유치원 선생님들도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고, 대학을 나온 간호사도 없다. 은행을 봐도 지점장 한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졸 자가 아니다. 직업학교 선생님들도 대학에서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또 관공서를 가 봐도 고학력자는 흔치 않다.
물론 책임자나 고위직은 약간 다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굳이 대학을 나온다고 해서 특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연봉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이 사회가 이처럼 전문적인 직업인에게 불필요한 학력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그들의 직업학교가 확실하게 역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세 도제제도에서부터 이어져온 직업의 오랜 역사와 자부심은 이들의 이름에 잘 나타나 있다.
독일 사람들의 성은 대부분 그 조상들의 직업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유명한 자동차 경주 선수인 미하엘 슈마허의 조상은 신발을 만드는 사람이었고 녹색당 소속으로 독일 외무부장관을 지낸 요시카 피셔의 조상은 어부였다. 슈나이더는 재단사, 메쯔거는 정육점 주인, 바우어는 농부, 찜머만은 목수 등 천 년 이상을 내려온 그 들의 성에 아직도 오늘날 존재하는 직업이 있다는 사실은 이들의 직업제도가 얼마나 깊게 뿌리 내리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아우스빌둥이라고 하는 직업 교육은 10학년까지의 정규 교육과정을 마치면 시작하게 된다. 학제로 본다면 약간 다르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 아우스빌둥은 우리나라의 전문대학 정도의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문대학이 지식 위주의 전달에 그치고 있다면 아우스빌둥은 보다 현실적이고 깊이 있는 직업 교육이다.
이원제로 운영되는 직업 교육에서 학교수업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나머지 시간은 현장에서 아쭈비나 레어링으로 불리는 실습생으로 배우면서 일한다. 대부분 허드렛일부터 시작하여 차츰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을 배워나간다.
레어링을 채용할 수 있는 기업은 그 분야의 전문가인 마이스터가 운영하는 곳이나, 마이스터를 채용하고 있는 곳이다. 마이스터만이 실습생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봉급은 3년 동안 교통비 정도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비싼 인력보다는 레어링을 쓰는 것이 훨씬 이익이고, 학생은 또 교통비라도 받으면서 배울 수 있으니 일거양득인 셈이다.
교육과정은 1학년은 직업에 대한 기초지식과 일반과목을 수료하고, 2,3학년 동안 전문지식과 기술을 학습한다. 3년간의 아우스빌둥이 끝나고 졸업시험에 합격하면 비로소 게젤레라는 전문가가 된다. 13개 분야에서 은행원, 공무원, 제과제빵사, 안경사, 유치원 교사, 원예사 등 350여 종의 직업에 종사하는 게절레가 모두 이 직업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다.
게절레로써 3년 동안 현장에서 일한 사람은 마이스터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독일은 우리나라의 장인과 같은 의미인 마이스터가 각종 직업에서 전문가로서 확실한 대접을 받는다.
독일 사람이 중산층의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두 가지다. 그 하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그에 상응하는 직업과 보수를 보장 받은 부류고, 다른 하나는 직업학교를 나와서 현장에서 갈고 닦은 실무능력에 전문적인 지식을 겸비한 마이스터가 되는 길이다.
마이스터가 되려면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마이스터 시험을 준비하는 학교인 마이스터슐레는 현직에 종사하는 게젤레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주간도 있지만 야간도 있고, 인텐지브코스도 많다. 목표가 확실한 이들은 다른 어떤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들보다 열심이다.
마이스터가되면 스스로 공장을 설립할 수 있으며, 실습생도 가르칠 수 있고, 직업학교의 교사로 일할 수도 있다. 직장에서의 대우도 당연히 차별화된다. 대학을 나온 관리직보다 마이스터의 연봉이 더 높은 경우는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자신의 공장을 운영하는 독립한 마이스터들은 수입 면에서도 여느 대학을 나온 전문가 못지않다. 정육점 주인이나 빵집 사장이 의사보다 수입이 더 많은 예는 아주 흔한 일이다.
우리나라에도 장인이라는 훌륭한 직업이 있다. 그러나 기술을 천하게 여기고 공부를 해야만 대접을 받았던 사회풍조 때문에 장인의 위치가 우리사회에 크게 자리 잡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장인을 오늘날의 직업과 연결시킬 수만 있다면,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점을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가정해 본다.
그것을 위해서는 생각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제도적인 뒷받침이 우선되어야 하겠지. 장인이 되면 같은 직장에서 대학을 졸업한 사람보다 월급을 더 받을 수도 있어야 하고, 독립을 하기 위해서도 장인 자격증이 필수요건이 되어야 하고.
또 기술을 전수할 수 있는 학생을 가르치는 일도 장인들에게 직접 맡긴다면 쟁이로 비하되기 쉬운 장인의 위상이 높아지고 따라서 실속 없는 대학공부보다는 이 길을 가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장인은 차츰 한국사회의 경제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산층으로 자리 잡게 되지 않을까.
학벌위주의 우리나라 교육은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공부를 강요하고 대학에 들어가야만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사고를 심어준다. 그 때문에 우리 사회는 과중한 사교육에 몸살을 앓고, 청소년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공부만 해야 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없다. 또 대학을 나와도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을 찾기가 쉽지 않아, 대학교육은 졸업과 동시에 쓰레기더미 속에 묻혀버린다.
무엇인가 분명 변화되어야 하지만 대안을 찾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독일의 마이스터와 같은 우리나라 장인을 제도화해서, 새로운 직업의 양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면 어떨까 한번 상상해 봤다.
*출처 : 독일교육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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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터킨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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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9-05-01 21: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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