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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교환과 질문의 장

꼴찌만 과외를 받는 나라

| 조회수 : 1,819 | 추천수 : 78
작성일 : 2009-05-03 01:04:31
사교육 때문에 우리나라 중산층 가계가 휘청거리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해결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돈이 없는 사람도 공평하게 경쟁해서 대학에 들어 갈 수 있는 진정한 평등주의는 우리 사회에서는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 특히 그 부분에 대해서 독일과 한국은 많이 다르다. 독일의 교육정책이 사교육 때문에 고민하는 일은 없다.

우리 아이는 독일에서 10학년이 될 때까지 단 한 번, 그 것도 일주일에 한 시간 씩, 한 달 정도 학원을 다녀 본 일이 있다. 횟수로 따지자면 네 번 정도다.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고 약간 쑥스러워지기까지 한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특히 독일어는 내가 더 이상 봐 줄 수 없는 수준이 되자 불안한 한국 엄마의 본능이 슬슬 발동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두어도 그냥저냥 잘 따라가는 아이를 더 확실하게 잡아주겠다고 학원을 알아보았다.

우리가 사는 곳에도 수소문 해 보니 학원 비슷한 곳이 있기는 있었다. 작은 건물 한 층을 빌려 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사설학원이었다. 교실도 대여섯 명 정도가 둘러앉으면 꽉 찰 것 같이 보이는 작은 방들이 서너 개가 있었고, 원장이라는 사람이 혼자 경리도 보고 전화도 받고 등록도 관리했다.

연일 학생들로 북적거리는 한국 학원을 기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썰렁한 분위기에도 당황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등록과 상담을 마치고 아이를 수업에 들여보내긴 했는데, 끝나고 나온 우리 아들의 표정이 영 떨떠름했다.

첫째 강의 내용이 너무 쉬워 배울 것이 없었고, 게다가 선생님은 우리 아이를 아주 희한한 학생 취급했다. ‘도대체 네가 학원에 나오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꼬치꼬치 묻더니,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는 것이다.

‘왜 학원에 나오느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할 말이 없었던 우리 아들은 무척 황당했던 모양이다. ‘성적을 좀 더 올리려고요.’라든지 ‘지금보다 더 잘하려고요.’라는 말은 사실 독일에서는 좀 민망한 대답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부만 밝히는 공부벌레’라는 식의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일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여기 아이들은 잘하는 것은 고사하고, 학교수업을 어느 정도 따라가기만 해도 과외나 학원이란 말을 전혀 생소하게 생각하고 있으니, 학원 선생님에게  우리 아이가 특별해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그 후 몇 번 더 나가면서 분위기를 보니, 거기 오는 학생들은 모두 다음 학기에 낙제를 할 위기에 처한 아이들이었다. 반에서 거의 꼴찌를 한다는 소리다. 그래도 돈이 아까워 몇 번 더 나가기는 했지만, 마지막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시간만 낭비하는 것 같아 선불한 학원비가 아깝기는 해도 그만두고 말았다.  

그렇다. 독일 사람들의 사교육에 대한 생각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성적을 더 올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음 학기에 학년을 올라 갈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극소수 아이들만을 위한 위급처방이다.  

독일학교 성적은 최고 1점부터 최저 6점까지 나뉜다. 만일 평균 3점 정도의 점수를 받는 아이에게 과외를 시키겠다고 상담을 하면 어떤 선생님도 찬성하지 않는다. 잘못 물어봤다가는 훈계만 잔득 듣고 오게 된다. 그러니 상위권 학생들이나 대부분의 평범한 아이들까지 공부는 사실상 완전히 학교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다.  

독일학교는 제도적으로 학생들에게 선행학습을 금지 시킨다. 예습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미리 배워서 알고 있는 학생이 있다면 선생님의 수업 진행에 방해가 된다고 간주한다.

결론적으로 한 반 30여명의 학생들은 모두 비슷한 여건에서 수업을 받게 되고 성적이 좋고 나쁜 것은 수업시간에 누가 더 집중을 잘하느냐에 달려 있다. 거기다 숙제와 시험 준비 기간 동안에 하는 한 두 차례의 복습이 전부다. 그러니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한국에서도 물론 힘들겠지만 과외도 시킬 수 없는 독일에서는 거의 구제 불능이다.

이처럼 순수하게 학교 교육에만 의존하는 독일 교육이 과연 얼마나 깊이가 있을까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지만 학교 시험문제를 보면 결코 수준이 낮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고학년 독일어나 영어 시험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에서 전공을 해야 접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 높은 논술 문제들이 주를 이룬다.

아이가 학교에서 시험지를 받아올 때마다 깊이 있는 지식과 사고를 요하는 문제들을 보면서, 이들의 학교 수업은 단순히 경쟁을 이기기 위한 연습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지식을 심어 준다는 것을 확인하곤 한다.

독일이 국제학력경시대회에서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는 것도 이러한 시험 경향이 한 원인이 된다. 독일 교육계는 다른 나라보다 죽자고 공부하지 않는 독일 학생들의 수준 탓도 물론 있지만, 그런 대회의 문제유형에 익숙하지 않은 이유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자체적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을 보면 사교육  없이 학교교육만으로도 얼마든지 양질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과연 누가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가 가장 큰 난관인 것 같다. 자식의 미래가 걸려있는 교육에서 모험을 감수할 용감한 부모가 과연 몇이나 될까. 안타까운 일이지만 나라도 사실 자신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출처 : 독일교육 이야기*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나나
    '09.5.3 7:03 AM

    좋은 정보 너무너무 감사 드립니다~~^^
    아휴~~ 저도 한국엄마라...
    학교 가기전에 ABC 시키려고 난리를 치고 있는데..
    좀 느긋해져도 될듯 싶습니다..ㅎㅎ

  • 2. 무터킨더
    '09.5.3 11:49 PM

    저도 큰아이 때는 한국에서 온지 얼마되지 않아 그랬어요.
    그랬더니 초등학교 들어가서 선생님이 당장 부르더라고요.
    아이가 너무 많이 알고 있다고...^^
    둘째는 저도 큰아이 때보다는 느긋하게 되었답니다.
    그래도 한국 엄마들은 어쩔 수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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