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거의 모든 집에 하나씩 있는 미니 전기오븐.
빵굽는 것,
첼로를 배우는 것,
재봉틀을 사는 것,
이 세가지를 인생의 목표로 삼았던 저는
이제 모든 것을 이루었습니다.
그게 지난 일년여의 시간 동안에 후다닥 이루어졌는데
제일 처음,
낯선 세계로 문을 열어
그 물고를 트게 해 준 것이
바로 이 미니 전기오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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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쓰는 삼*카드 명세서를 우연히 보는데
남편이 무심한 덕에
겨우겨우 생긴 포인트가 기한이 지나서
이제 막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눈에 잡혔습니다.
어리둥절해하는 남편의 옆구리를 찔러,
그 날로 그 포인트를 써야겠다 마음을 먹었구요,
고민고민하다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말 핫세일하는 틈을 타서
포인트와 세일덕분으로
몇 만원 에 이 오븐을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아마 그 다음 스토리는 모두 아실거예요.
오븐가격보다,
베이킹도구를 지르는데 몇 배의 돈이 드는 것. ㅋㅋㅋ
그래도 좋았습니다.
제 돈을 제가 쓰면서도 기분 좋을 때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이쁜 그릇을 살 때~
(이번 이벤트 기간 동안 그릇장도 꼭 한번 공개해볼랍니다. 허허허)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베이킹 재료들을 살 때인것 같아요.
에.. 이쁜 옷은 결혼하고 살찐 후로 멀리하고 있지요. 허험.
어쨌거나,
작은 오븐을 하나 들여놓으니
밍숭맹숭했던 삶이 달달해지는 것이 한순간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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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츌라가 없어서 숟가락으로 생크림을 덕지덕지 바르고 꽃 한송이 꽂았던
남편 생일케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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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합류하신 이사님 댁에 초대받아 가는 날
새벽부터 설쳐서 만들어 선물로 가져갔던 호두타르트랑 크림치즈 타르트
이날 이후로, 이사님은 저의 든든한 백이 되셨지요.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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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울적한 날이나 기분 좋은 날이나
껀수만 있으면 남편과 술 한잔 하기 위해서
오븐을 돌려서 손쉽게 술안주를 만드는 것도
전기오븐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지요.
이렇게 해먹다보면 돈 아까워서 밖에 나가 술마시기 어렵지요. ^^
저렴하게 사서 좋기도 했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회사일 이외에서는 어떤 만족감이나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고
시간에 쫓겨 살았는데
비록 작은 것이지만 오븐을 사고 나서
제 손으로 빵과 과자를 만들면서
잊고 있던 자신감도 되찾았어요.
그 이후로는
연습용 첼로를 사고
세일하는 재봉틀을 사서
나머지 제 꿈을 이루는 것은 정말 일사천리로 이루어졌습니다.
사고, 처음 치기 어렵지, 그 이후부터는 뭐 고속도로 아니겠어요? ㅋㅋ
아무튼,
요즘은 처음처럼 그렇게 자주 돌리지 못하지만
오븐을 볼 때마다
뭔가 하나의 길이,
제가 미처 선택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그 길이 다시 열린거 같아서
고맙게 생각한답니다.
때도 꼬질꼬질하게 낀 오븐,
조만간 청소 한번 해줘서
때깔 곱게, 처음 느낌 그대로 다시 한번 마주서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