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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내겐 너무 소중한..

| 조회수 : 5,612 | 추천수 : 27
작성일 : 2005-10-07 18:04:20
오늘은 좀 심한 자랑모드 입니다... 모두들 양해 해 주시길 부탁드려요..ㅎㅎㅎ

사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릇들이 모두 하나같이 오래되고 낡은 것들입니다..
굽 부분에는 오랜 세월의 때가 뭍어 있구요, 심지어 빗살무늬 종지에는 바닥이 약간 파손되기도 했답니다..

그럼, 이렇게 오래되고 낡은 그릇이 제게 왜 그토록 소중하냐구요?
그건 바로 "깨닮을 주는 그릇" 이기 때문이에요...ㅎㅎ

사실 전 그릇으로 밥먹고 사는 사람이랍니다..^^;; 그래서 늘 새롭고 멋진 그릇도 많이 구경하고 접하곤 합니다. 또 이곳 82에 오면 너무도 멋진 명품 그릇들도 접하게 되곤 하죠~

그리고 무엇보다 전 아주 어렷을 적부터 이상하게 그릇을 유달리 좋아했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2학년인가... 그때 학교에서 자체 생활박물관을 만들 예정이니, 집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쓰시던 오래된 물건들 있으면 하나씩 가지고 오라는 과제가 주어졌었어요..
같은 학교를 다니던, 오빠들과 언니 그리고 사촌 오빠들까지 가세해서 할머니 댁으로 갔지요.. 다들 오래된 담배곰방대를 가지고 서로 가지겠다고 아웅다웅 했었는데, 저는 그냥 이상하게 살강(찬장)에 처박혀 있던 '막사발'이 더 좋아 보이더라구요..^^ 해서 다툴 필요도 없이 그걸 가지고 왔지요..
그런데... 그걸 가지고 다음날 등교를 하는데, 비닐봉투에 넣어서 달랑달랑 들고가다, 그만 길에 놓쳐버려 그릇이 반으로 쪽 쪼개지고 말았어요...ㅡ.ㅡ;;
그 때 얼마나 서운해했던지...

또 대학다닐때는 친구들은 용돈 모아 옷을 사입곤 했는데, 저는 술먹고 남는 돈 있으면 그릇가게 가서 구경하고 하나씩 집어오곤 했어요..^^ 물론 그땐 브랜드에 대한 개념도 없고, 보는 안목도 지금보다 못해서.. 그저 보기에 이뻐보이는 그릇을 사다 놓았는데, 요새 보면 다들 그렇게 한심해 보입니다..^^

암튼 그렇게 그릇에 관심이 많아서 인지, 일도 그런일을 하게 되었네요..^^

이론, 또 이거이 너무 사족이 길어졌네요..ㅎㅎ

평소 그릇에 그렇게 관심 많던 저, 시댁에 가서도 가만 있질 못합니다.
울 어머님은 평소에 어떤 그릇을 사용하시는지 어떤 그릇들이 있는지.. 함부로 보지는 못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살짝살짝 들여다 보곤 하죠...

이 그릇들은, 저희 시증조할머님께서 사용하시던 그릇들이랍니다..
최소 50년 이상은 다 된 그릇들이지요..시댁 찬장 한구석에 몇개 쌓아져 있던 걸 찾아내고서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했지요..
이상하게 그릇에서 뭔가 포스(^^)가 느껴지더라구요..
내가 너보다 훠월씬  이 집안 부엌에 살았었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어머님께 여쭤보니, 어머님의 시할머님께서(그러니까 저한테는 시증조할머님 맞으시죠?) 사용하시던 그릇인데, 너무 오래되서 않쓴다고.. 그래도 버리기는 그래서 버리지는 못하신다고..
그래서 얼른 부탁드렸죠.. 저 이거 몇개만 가져도 될까요? 하구요..
시어머님 " 요새 젊은 애들은 시어머니가 쓰던 그릇도 않쓴다고 그러던데, 넌 괜찮니?" 의아해 하십니다 ㅎㅎ

그런 사연으로 우리집으로 온 그릇들입니다.

그런데 왜 깨닮음을 주는 그릇이냐구요?
"온고지신" 이랄까요? 그런걸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저희 시아버님을 실질적으로 키워내셨다던 시증조할머님의 숨결도 느껴지는 것 같구요..

갈수록 더 빨리, 더 많은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 저는 이그릇들을 보며, 옛것을 생각해보고, 미래를 생각해보고,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느껴 본답니다...

님들께서도 저처럼 이런 사연 가지고 있는 그릇 있으시면, 함께 감상해요~ㅎㅎ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달콤키위
    '05.10.7 6:13 PM

    아유.. 저 눈결정모양의 그릇. 넘 이뽀요. 소박한 그릇이네요. 글 읽으며 화려함과 새것에만 욕심을 내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네요.

  • 2. 챠우챠우
    '05.10.7 6:19 PM

    오래전 것인데도 이뻐요...
    오랜 시간의 이야기와 손길이 담긴 그릇이라 더 아름다워보이는지도...

  • 3. miru
    '05.10.7 6:40 PM

    어머나.. 달콤키위님...감사해요.. 부끄러우시다니요,... 새것 욕심내는 건 저도 마찬가지인걸요..^^
    챠우챠우님.. 그렇죠? 오래된 건데도 넘 이뻐요.. 정말 포스가 느껴진다니까요 ㅎㅎㅎ

  • 4. morihwa
    '05.10.7 7:36 PM

    왼쪽 아래 접시 예전에 우리집도 있었는데 월부장사한테서 화려한 홈셋 사면서 그것 쓰자고 어린마음에도 버리고 싶었던 그릇이 언제 부턴가 새며느리가 들어와 한꺼번에 정리하면서 버렸던 바로 그 접시내요.
    버린지 10년도 훨~~ 넘었는데 이젠 새롭게 보이내요.

  • 5. 김혜경
    '05.10.7 8:51 PM

    저 아래 연두색 접시...예전에 저희 외할머니도 쓰셨던 것 같아요...
    할머니 보고 싶어요...

  • 6. 김은이
    '05.10.8 2:34 AM

    매일 그릇파는 가게앞에서 새롭고 이쁜 그릇들에 마음쏠린 제가 좀 부끄럽고 민망해 지네요. 그릇에 역사가 묻어 있는것을..... 배움받고 갑니다. 꾸벅.

  • 7. 라니
    '05.10.8 7:54 AM

    김혜경님 말씀처럼 아는 그릇이 있네요.

  • 8. miru
    '05.10.8 8:36 AM

    모리화님.. 월부장사 정말 오랫만에 듣는 말인것 같아요..^^ 예전 어머님들 소소한 살림장만 하실때 애용하셨던..ㅎㅎ
    샘요.. 전 한번도 못뵈었지만, 이 그릇들 보면 저도 저희 시증조 할머님이 뵙고 싶어져요..^^ 글구, 일밥에서 하나씩 모으신 포트메리온 시리즈 따님께 물려주시고 싶으시다는 글 읽고 공감 많이 했어요..ㅎㅎ
    김은이님 별 말씀을요...^^ 옛것"이" 소중한것이여.. 가 아니구 옛것"도" 좋은 것이여 하는 마음이였어요...^^
    라니님.. 저희 친정에서는 눈꽃 모양 비스무리한 찬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아주 오래전에 정리가 되었지만요 ㅎㅎ

  • 9. 달걀지단
    '05.10.8 9:12 AM

    저희어머니는;;;버리는걸 너무 좋아하셔서..제가 말리느라 힘들어요..ㅋ
    가끔 아주 아기때부터 자라며 보아온 그릇들을 보면 흑백사진이상으로 감상적이 되지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느낌.

  • 10. 어설프니
    '05.10.8 11:00 AM

    저희 친정에서도 본 그릇이 있네요.....

    그게 글케 오래 된거구나......

  • 11. 라일락향기
    '05.10.8 11:21 AM

    울 친정엄니는 새 그릇 사 놓으시면 아까워 함부로 꺼내쓰시지도 못했어요.
    좋은 날, 귀한 손님오시면 조심조심....
    그런 그릇들이 나와 맞지않고 유행에 뒤진다고 구박한 것이 마음 아프네요.
    제 살림을 하면서보니 그릇마다 이야기와 추억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묵은 그릇들이 한결 더 소중해지고요. 저 이제 철드나봐요...

  • 12. miru
    '05.10.8 12:57 PM

    달걀지단님..그랬군요..지금 보시면 예쁘다기보다는 고즈넉한 느낌 받으실 것 같아요..^^
    초록비님.. 감사해요~^^ 예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가 쓰시던 사기그릇들도 너무 두껍고 무거운데다, 크기도 참 컷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밥공기가 국대접이 다 무지컸었죠.. 요새는 많이 작아지고 있는데...^^
    어설프니님.. 저희 시증조할머님께서 사용하시던 그릇이라 대략 그렇게 짐작해요.. 정확한 나이는 저도..^^
    라일락향기님.. 어머님들 대개 그러시죠? 저희 친정엄마나 시어머님이나 두분다 귀한 것은 아끼고 그러세요..저도 요즘 묵혀두었던 스텐냄비 새로 꺼내 쓰는 걸요? 한참 법랑냄비니, 내열냄비 많이 썼는데, 최근 스텐이 너무 좋다고들 하시고, 또 마침 쓰던게 있어서리..그만..ㅎㅎ 다 82 선배님들덕분이죠^^

  • 13. 오렌지피코
    '05.10.8 2:58 PM

    친정에 가면 외할아버지꼐서 쓰시던 찻잔이 있지요. 100년 가까이 된 물건인데, 제가 가장 탐내는 물건중에 하나랍니다.
    님의 그런 마음을 저는 잘 알것 같아요. 그릇 구경 잘 했어요.^^

  • 14. 미루나무
    '05.10.8 3:33 PM

    파란 접시같은 무늬의 종지,
    저도 친정에서 가져다 모셔놨지요..^^
    쓰고 자라던때의 것이라 반갑네요...

  • 15. 콩쥐
    '05.10.9 1:58 AM

    정겨운 그릇들을 보니 아련한 추억이 떠올라 눈물 날라고 합니다요~
    나도 묵혀둔 울엄마 옛 그릇 꺼내서 반질 반질 이뻐해줄랍니다.
    올만에 들어와 반가운 그릇도 보고 잘 댕겨갑니다요~

  • 16. miru
    '05.10.10 9:00 AM

    어머나, 오렌지피코님께서 제글에 리플을..저 팬인거 아세요? ㅎㅎ 제 마음도 이해해 주신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에요~^^

    미루나무님.. 제가 올린 그릇중에서 저 파란 접시가 제일 눈에 익은 그릇들인것 같아요.. 님의 파란접시도 함 올려 주세요..

    콩쥐님 어머님께서 쓰시던 그릇들 버리시지 보관해놓으신게 있나봐요... 콩쥐님 추억도 함께 나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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