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푸성귀, 장류 등을 손쉽게 구할 수 있어요.
시골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엄밀히 얘기하며 푸성귀나 장 등이 쉽게 만들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죠.)
먹을 거리 외에도
흙이나 돌, 이끼 등도 있구요.
오늘 보여드릴 들풀, 들꽃들도 있어요.
밭 가장자리나 길가에 너무도 흔하게 억센 빛을 내뿜으며 서 있는 엉겅퀴 같은 것들 말이죠.

엉겅퀴를 보면 영화 '브레이브 하트'가 생각나요.
멜 깁슨과 소피 마르소가 나왔던...
거기서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상징하는 꽃이 엉겅퀴였어요.
멜 깁슨의 첫사랑 여인이 엉겅퀴를 손수건에 수놓아 건네주던가.. 했었죠.
엉겅퀴는 스코틀랜드의 국화(國花)라고 해요.
꽃말은 '독립'이구요.
잉글랜드와의 전쟁은
스코틀랜드 국민에게 질기고 독한 생명력과 투쟁심을 갖도록 했겠죠.
저는 길가에서 엉겅퀴를 보면 괜히 숙연해져요.
세상의 모든 억압에 맞서 싸워온 민초들의 강한 아름다움을 보는 것 같아서 말이죠.
스코틀랜드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민초들의 강한 생명력을 보는 기분이에요.
(이런 제 감상과는 상관없이.. ㅋㅋ)
어느날 엄마는 굵은 엉겅퀴를 가지고
꽃꽂이를 하셨어요.
저는 엄마가 시장에서 산 꽃으로 꽃꽂이 하시는 건 거의 본 적이 없어요.
사실 집을 꾸미기 위해서 생화를 사는 일 자체가 전혀 없었죠.
어쩌다 들어오는 꽃다발 재활용 정도로나 생화 꽃꽂이가 있었을까요?
엉겅퀴를 저렇게 꽂아놓으니
원래 엉겅퀴가 갖고 있던 이미지와는 또 다르게
고급스러운 맛이 나지 않나요?
수반과 침봉은 오래전부터 집에 있던 것들이고
그 밑의 대리석은 역시 아파트 A/S하면서 뜯어낸 조각을 얻어놓은 것이에요.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그 밑에는 남들이 버린 MDF 나무 상자를 받쳐놓았어요.
사실 들꽃으로 꽃꽂이 해놓으면
꽃집에서 파는 생화만큼 오래 가질 않는 것 같아요.
상품으로 나오는 생화는 무슨 처리를 하는지, 아니면 그렇게 종자가 개량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들꽃으로 해놓은 꽃꽂이는 오랫동안은 볼 수 없죠.
흙을 떠난 들꽃들은 금방 빛을 잃어요. ㅠ.ㅜ
그렇지만 오랫동안 빛을 내던 꽃꽂이도 있었어요.

지금은 시간이 너무 오래 되어서
볼품 없게 되어버렸지만
버들가지를 꺾어서 '오아시스'에 꽂았던 거에요.
풀이나 꽃이 아닌 나무라서 그런지
보들보들한 버들눈이 봄철 내내 거실 한켠을 장식해주었죠.
오며가며 툭툭 건드리는 남동생들 때문에
눈이 다 떨어져서 이젠 버려야할 지경이지요.
'오아시스' 역시 언젠가 받았던 생화바구니에서 분리해 창고에 갈무리해두었던 것이고
하얀 바구니 또한 생화바구니를 재활용한 것이에요.
바구니 하얀 색이 이쁘지 않아서 꽃을 포장하던 굵은 마 느낌의 포장재를 감쌌어요.
이런 건 꽃다발에 많이 딸려오잖아요.
또 그 밑의 받침은
'편대'에요.
제사 지낼 때 편(시루떡)을 얹던 나무 편대인데
제기(際器)를 '스뎅ㅋㅋ'으로 바꾸면서 편대도 스뎅(stainless steel)소재로 바뀌었거든요.
그 낡은 나무 편대를 도배하고 남은 도배지로 감싼 것이죠.
이 도배지, 어디서 본 듯 하죠?
지난 글, '돈 안 들었던 인테리어 - 석부작'에서
숯에 풍란을 얹은 숯부작 밑을 받치고 있던 나무원탁을 감쌌던 그 도배지에요.
이게 원래 여기에 있던 도배지이지요.

현관이에요.
사진 찍어놓으니까 실제보다 더 멋있어 보이는군요. ㅎㅎ^^;
저 벽은 포인트벽지인가, 뭔가 해서 독특한 도배지를 썼더라구요.
이음새 부분이 잘못 시공되어서 A/S 도배를 했는데
원래 있던 도배지를 뜯어내셨어요.
그때 점심시간이었는데 다른 집 A/S때문에 도배사 분들이 바빠보였나봐요.
엄마가 '치우는 건 저희가 치울게요.'하고 먼저 돌려보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뜯어낸 도배지가 아깝더래요.
그래서 이곳저곳에 쓰고 있는 거지요.
들에서 얻은 꽃은 아니지만
이렇게 화분을 꾸밀 수도 있어요.

선물로 들어온 양란이 결국 꽃을 떨구어 보기 흉하게 되어서
(역시 쓰레기통에서) 주워온 바구니에 다시 담았어요.

보통 꽃바구니와 달리 매우 튼튼하게 생긴 게
뭐라도 쓸 수 있겠다 싶어 주워왔던 건데
바구니 안쪽에 비닐을 두르고 흙을 담아
꽃이 진 양란 화분 두 개에서 나온 양란과 테이블 야자를 다시 심었어요.
물론 제가 만든 건 아니고요.

바구니 밑엔 벽돌을 깔아서 통풍이 되게 했습니다.
처음엔 안 쓰는 쟁반을 받쳐놓았었는데 모양이 예쁘지 않았고
버려진 적벽돌이 있어 '올커니' 하고 주워와 밑에 받쳐보니
나름대로 어울리네요.
다음 사진도 꽃은 사온 거에요.
작은 화분 25개에 이만원 줬대요.
24개는 '돈 안 들었던 인테리어 - 실내정원'에 나왔던 곳에
푸르던 야생초 곁에 자리를 만들어 심어줬고
1개는 신발장 모서리에 얹어놓았어요.

화분갈이 하지 않고
집에서 쓰던 작은 항아리에 넣어놓았어요.
마치 항아리에 심어놓은 것 같죠?

은은한 보랏빛이 도는 소국 종류에요.
다음에 시간이 되면 소국으로 다시 꾸민 '실내정원' 사진도 다시 올려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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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운동 가기 전에
몇 가지 사진을 올리다가 다 마무리하지 못하고 토막난 글을 올렸었어요.
그 중 몇 가지는 다음 이야기에 붙이기로 하고
다시 손 본 이 글은 꽃을 주제로 정리했습니다.
죄송하게도...
'각종 재활용품'을 주제로 한 꼭지를 더 쓰려고 했는데
'패션 70's'가 저를 부릅니다.
가능하면 내일 저녁에 꼭 올리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