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도 입주하고 A/S를 해주더군요.
몇 가지 마음에 안 드는 구석들을 꼼꼼히 살펴 신고하던 중에
안방 천정 등에 작은 균열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윗 사진의 등이지요.
둥근 모양의 큰 등이죠.
공사하면서 가운데 쇠부분을 조이다가 너무 힘주어 조였던가봐요.
새로 갈아주셨는데
그때를 놓치지 않은 우리 엄마.
"아저씨 그 등(금간 등), 가져다가 어디 쓰시나요? 그냥 버릴실 거면 저희한테 버리세요."
그래서 갈아낸 금간 등에 순간접착제를 바르고
며칠 뒤 실리콘을 다시 쏘고 말린 후,
이렇게 접시정원(dish garden)을 만들었어요.



흙은 당연히 할머니집에서 퍼왔고
(밭에 있는 흙보다 숲에 낙엽들이 쌓여 잘 삭은 축축한 흙들로 퍼왔어요.)
등 가운데 구멍은 자갈로 막았어요.
등 밑에는 너무 오래되어 디자인이 낡은 유리접시를 놓았구요.
또 그 밑을 받치고 있는 나무 원탁은
우리들의 '보물창고' 아파트 쓰레기통에서 입양한 것이죠.
거기에 심은 것은 앞줄 가장자리에 콩란을 둘러 심었고
중간에 산호스,
그 뒤쪽에 테이블 야자,
또 그 뒤에는 풍란을 얹은 돌,
그리고 양란이 죽은 뒤 갈무리 해두었던 쇠꼬챙이에
할머니 밭에서 데려온 더덕줄기를 감았죠.
그 옆엔 숲에서 퍼온 흙에 고사리 씨앗이 있었는지
넉줄고사리가 자라나 고물거리다가 손바닥을 펼쳤습니다.
여기에 든 돈은 종로 5가에서 사온 식물값, 13,000원쯤? (풍란, 콩란, 테이블야자, 산호스 등..)

이게 꽤 커요.
지름이 70cm 가까이 된답니다.
집들이 때 오신 손님들이 모두 이걸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어요.
(실제보다 사진이 덜 이쁘게 나와서 조금 실망 ㅎㅎ ^^; )
며칠 뒤,
할머니가 친척집에 가셔서 제가 모시러 간 길이었어요.
무언가를 손에 들고 오시는데
그건...
친척집 쓰레기통에 누가 버린 플라스틱 등이었어요.
우리집에 있는 유리 등을 이용한 접시정원이 생각나
그 버려진 등을 보시고는 또 집어오신 거죠.
이 접시정원은 아직 완성하진 못했고
이렇게 숯부작을 얹어 놓았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며 찍어서 그런데
이 숯이 높이 30cm, 지름은 20cm 가까이 되니 꽤 큰 숯덩이에요.
여기에 풍란과 헝겊모양 이끼(이름이 가물가물...)를 올렸어요.
곁엔 카랑코에 작은 뿌리도 붙였구요.
이 숯부작 밑에도 역시 안 쓰는 옛날 유리그릇을 받쳐놓고 물을 부어놓았죠.
숯이 스스로 물을 빨아들여 수분을 공급해요.
(그래도 가끔 스프레이 해줘야 합니다)
그 등을 받치고 있는 원탁 역시 쓰레기통에 누가 내다버린
어린이 책상이에요.
도배 후 남은 도배지로 감싼 겁니다.
이 도배지 얘기는 다음에 또 해드릴게요.
숯은 원래 집에 있던 것이고
풍란값만 엄마가 1500원 정도 줬다고 하시네요. (종로 5가)

곧 숯부작을 독립시키고
등을 가지고 또다른 접시정원을 만들어야 하겠지요.
다음엔 '돈 안 들었던 인테리어3 - 석부작(石附作)'을 올릴게요.
사진이 담긴 디카를 둘째가 갖고 외출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