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넘나 바쁜 스케줄로 정신없다가, 아산병원에서 류코보린(Leucovorin)을 처방받고 싶다는 어느 보호자의 연락을 받고 깜짝 놀라서 정신을 차리고 글을 씁니다.
1. 지난 이틀 동안 정말 많은 전문가들이 성명서에서 말한 것처럼,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연관성은 증거가 불충분합니다. 트럼트 등이 언급한 연구들은 방법론적 문제점이 많고 특히 유전적 요인이나 다른 혼란 변수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습니다.
2. 임신 중에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는 것은 열이 나기 때문입니다. 임신 중 고열은 그 자체로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어,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이 증가한 것이 아세트아미노펜 때문인지 아니면 열이 났기 때문인지 불분명합니다.
3. 240만 명의 스웨덴 아동을 대상으로 한, 형제 대조군 연구(sibling control study)에서 유전적 요인이나 산모의 건강과 관련된 여러 가지 요인들을 통제했을 때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스펙트럼장애 사이의 연관성이 사라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유전적 요인이나 산모의 건강과 관련된 요인이 아세트아미노펜 보다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fullarticle/2817406). ..
4. 현재까지 나와있는 연구결과로는, 타이레놀이 임신 중 통증과 열을 치료하는 데 안전한 방법입니다. 임신 중 고열을 치료하지 않는 것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위험성을 더 높일 수도 있습니다.
5. 류코보린(엽산 유도체)이 자폐스펙트럼장애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은 4개의 매우 소규모의 초기 임상 시험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과학적 증거가 부족합니다. 안타깝지만 현재까지 자폐스펙트럼장애의 핵심증상인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의 저하, 제한된 관심사 및 상동행동을 호전시키는 것으로 증명된 약은 없습니다.
6.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원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1) 유전적 요소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부모로부터 유전'된다는 뜻이 아니고, '유전자의 변이로부터 비롯'된다는 의미입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연구를 후원하는 사이먼스 재단에서는 자폐스펙트럼장애의 발병과 관련되는 유전자들을 데이터베이스로 정리하고 있습니다(https://www.sfari.org/resource/sfari-gene/). 현재까지의 연구들에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유전자들은 대부분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거나 태아기 뇌발달과 관련되거나 시냅스에서의 신경세포 간의 연결, 혹은 신경세포와 시냅스의 형성과 관련된 유전자들입니다.
2) 임신 중 엄마의 감염이 일부 환자에서 면역과활성화를 유발하고 이러한 면역과활성화가 태아의 뇌발달에 영향을 주어서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을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3) 그 외에도 다양한 원인들에 대해서 연구가 되고 있는데요. 현재까지의 연구를 보면 모든 아이들에게 동일하게 관찰되는 원인은 없습니다. 아이마다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생기게 되는 원인이 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의 기자회견이 보호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불필요한 죄책감을 주는 것을 현장에서 마주치는 사람으로서 너무 속상하고 안타깝습니다. 저와 같은 임상가들과 또 함께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원인과 치료에 대해서 좀더 분명한 대답을 드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