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한국 국민이 투쟁해서 민주주의 되찾아야’
-‘정상추’ 외신 번역 뉴스 사이트 ‘뉴스프로’ 창간 기념 인터뷰
-한국 민주주의 퇴보, 조직화된 대중의 정의와 평화를 위한 투쟁이 해결책
-쌍용자동차 노동자 손배소 노란봉투 동참, $47 담긴 봉투 전달
뉴스프로 임옥 기자
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과 ‘정상추’가 자체 전문외신번역 사이트 ‘뉴스프로’ 창간에 맞춰 세계의 석학이며 “생존하는 가장 중요한 지식인”으로 뉴욕타임스에 언급됐던 노엄 촘스키 교수와의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지난 해 12월부터 촘스키와 몇 번의 교신이 오고간 끝에 인터뷰가 올해 2월 말로 잡혔다.
인터뷰는 메사추세츠 공과대학 (MIT) 내의 촘스키 교수의 연구실에서 2014년 2월 26일 진행됐다.
촘스키 교수의 연구실은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유명한 건물, ‘스타타센터’ 8층에 자리 잡고 있다. 스타타센터는 빌바오의 구겐하임 뮤지엄이나 로스엔젤리스의 디즈니 음악당 등 다른 잘 알려진 프랑크 게리의 작품들과 함께 아주 독특한 디자인으로 MIT 대학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즐겨찾는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촘스키 교수의 연구실은 커다란 책상과 파일 캐비넷 몇 개를 제외하고는 모든 가능한 공간이 책으로 빽빽이 차 있는 느낌으로, 촘스키 교수의 이미지와 아주 잘 어울렸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한국의 민주주의 역행, 강정, 부정선거, 종북몰이, 쌍용차 문제 등 한국의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 촘스키는 정확하고도 단호한 어조로 한국의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한국 국민들이 투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파업에 관한 질의문답 도중, 쌍용차 노동자들이 판결 받은 벌금 47억을 내주자는 운동, 한 가정주부가 절약해 모은 돈 4만 7천원을 시사인에 보내며 십만 명이 함께 하면 이 벌금을 내줄 수 있으리라 해서 시작된 이 운동을 소개했고, 촘스키 교수도 기꺼이 이에 동참, 47 달러 현금이 담긴 봉투를 건네어 주었다. 본 기자 역시 47 달러를 봉투에 넣어 촘스키 교수가 서명한 봉투와 함께 전달했다. 촘스키 교수는 또한 자신의 저서 중 한 권에, “쌍용 노동자들께. 노암 촘스키”라고 서명하여 전달을 부탁했다.
또한 촘스키 교수는 지난 몇 주 전 조선일보가 ‘정상추’를 공격한 사실에 대해 질문 받자, “공격 자체가 최상의 격려의 메시지이고, 이는 그들이 ‘정상추’를 두려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으며, ‘정상추’는 “하던 그대로 더 많이 하면 될 것”이라는 특별한 격려의 메시지를 ‘정상추’에 보냈다.
‘정상추’는 촘스키 교수 인터뷰를 창간 기사로 하여 자체 전문외신번역 뉴스사이트, ‘뉴스프로’ ( www.thenewspro.org )를 시작했으며, 앞으로 외신번역 외에도 자체 생산하는 기사들을 사이트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인터뷰를 시작으로 특히 다양한 외국의 진보인사들과의 인터뷰를 정기적으로 가질 예정이며 이를 위해 한국의 진보 언론사와도 공동 기획을 해나갈 계획이다.
인터뷰는 본 기자와 주기자의 질문으로 진행됐다.
한국 놀랄만한 역사 만들어, 민주주의 퇴보 불행한 일
민중이 투쟁해서 얻어내야, 조직화된 대중과 행동 필요
문: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쌍용자동차 해고,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철도민영화 반대 파업 등 한국의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놓았다. 한국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답: 지난 반세기를 돌이켜보면 한국은 놀랄만한 역사를 만들었다. 50년대 한국은 아주 가난한 나라였다. 경제 상황은 아프리카 나라나 마찬가지였다. 일제 식민지로서 아주 비참한 대우를 받았고 무시무시한 한국전쟁을 겪기도 했다. 아주 비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가장 부유한 공업국가 중의 하나로 성장했다. 아주 오랜 동안 독재 체제에 있었지만 1980년대 민중의 투쟁을 통해 놀랄만한 민주국가를 만들어냈다. 문화적으로도 놀라운 발전을 이루어냈다. 한국은 전세계 젊은이들에게 문화의 아이콘이 되기도 한다. 그런 나라에서 다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쌍용자동차 해고,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철도민영화 반대 파업 사건이 벌어진다. 정말 불행한 일이다.
문: 혹시 한국인 여자친구가 있어서 한국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닌가?
답: 그런 것은 아니다. (모두 웃음)
문: 지난해 9월에는 미국 내 진보적 지식인들, 인권·평화 운동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위협적인 공세를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여당 새누리당과 국가정보원은 정치권에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축출하기 위한 마녀사냥에 주력하고 있다”는 성명서를 내놓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년을 맞았는데 아직도 변함 없나? 그뒤로 생각이 바뀌었나?
답: 바뀌지 않았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민주주의는 심각한 상황까지 왔다. 앞서 언급한대로 한국의 민주주의는 놀랄만큼 성장했다. 그러나 지금은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다. 퇴보를 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최근 남과 북이 화해를 진전시키려는 작은 노력이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문: 민주 체제의 근간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다. 국정원, 국방부 등 국가 기관의 대선 개입으로 한국의 민주주의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한 대화를 거부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 국정원의 불법 선거운동으로 이익을 받은 것이 없다고만 하고 있다.
답: 이 문제에 대해 독립적인 판단을 할 정도로 충분한 정보를 내가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국가 기관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매우 부적절한 일이다. 이건 범죄다.
문: 선거 부정보다 부정선거를 밝히지 못하는 현실이 더 안타깝다. 법이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들 때가 많다. 권력자 편은 무죄, 권력자 반대편은 유죄가 되는 현상을 너무 자주 만나게 된다.
답: 질문 자체가 곧 답이다. 필요한 것은 정직한 사법제도를 갖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애초에 한국이 민주주의를 이룬 똑같은 방법을 통하는 수밖에 없다. 누가 선물로 주는 게 아니다. 독재자가 내려줄 리는 없다. 민중이 투쟁해서 얻어내는 수밖에 없다. 이제껏 발견된 유일한 해결책은 조직화된 대중과 그들의 행동이다. 정의와 평화를 위한 투쟁이다.
문: 부정선거 진상을 밝히자고 주장하거나 혹은 정부를 비판하는 지식인과 시민은 “빨갱이” “종북주의자”로 몰리는 형편이다. 정부가 반대자들을 이런 식으로 침묵시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답: 정부뿐 아니라 언론도 이런 흐름을 만들고 있다. 정말 비통한 일이다. 1980년대 한국의 민주주의를 밖에서 누가 도와서 이루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밖에서 누가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결국 민중의 자기 희생적인 투쟁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예를 들면 1930년 대의 미국처럼 아주 진보적인 입법의 시대도 있었다. 그것은 마치 선물처럼 주어졌지만 사실은 이것은 집단적 대중조직, 노동운동 그리고 다른 그룹들의 행동을 통해 이루어졌다.
민영화 신자유주의 산물, 복지가 아닌 이윤이 목표
한국 신식민주의로 되돌아가고 있어, 불행한 일 저항해야
문: 저서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에서 “부패한 정부는 모든 것을 민영화한다”라고 했다. 한국 정부는 철도, 의료 등 여러 분야에서 민영화에 힘을 쏟고 있다. 박 대통령은 프랑스를 방문하면서 유럽 시장에 공공 부분을 개방하겠다고 해서 큰 박수를 받았다. 어떻게 보는가?
답: 민영화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대표적 산물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대중을 공격한다. 국민의 복지에 대한 책임을 정부는 민간으로 전환하는데, 민간은 복지에 관심이 전혀 없다. 그들의 관심은 복지가 아니라 이윤에 있다. 의료를 예로 들어보자. 미국은 한국이 이루고자 하는 의료 민영화가 이루어진 가장 극단적인 경우를 보여준다. 이것은 총체적인 재앙이다. 다른 나라보다 두배의 비용이 들고, 1천만명이 의료복지를 전혀 받지 못한다. 민영화 체제에서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것들이다. 보험회사는 의료복지를 제공해주는 회사가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회사다. 철도도 은행도 같은 원리다. 은행은 신자유주의 아래 규제를 없앤다. 일단 규제가 없어지면 그들은 바로 재정 위기를 맞고 정부에 구제해줄 것을 요구한다. 정부는 그 요구에 따른다. 그러면 결국 한국에서 발생했던 것과 같이 금융위기를 맞게 된다. 오늘날 전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다.
문: 파업은 탄압의 대상이다. 거의 모든 파업에 불법 딱지가 붙는다. 파업 참여자에게는 해고와 구속 그리고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진다. 자살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노동자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쌍용자동차에서 대규모 정리 해고가 있은 후 목숨을 끊은 노동자와 가족이 24명이나 된다. 많은 노동자들이 범죄자로 몰려 감옥에 갔고, 노동자들은 회사와 경찰에 47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답: 현대 육식성 사회에서 모든 것을 민영화하고자 하는 자본을 국민들이 귀찮게 하는 방법은 정부의 감독을 통해서이다. 파업같은 개별 행동을 통해서 방해할 수 있으나 파업은 쌍용차에서 보듯이 상당히 가혹하고 형편 없는 대우를 받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일이다. 몇몇 국가는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발전했다. 한국은 성장기 때 자본 유출에 대한 국제 규칙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장기 동안 한국에서 자본을 유출했을 경우 사형 선고를 받을 수도 있었다. 한국은 민영화를 거부하고 발전했다. 다른 나라들도 같은 방법으로 발전했다. 지금의 중국이 그렇다.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인 나라들은 삼류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한국은 신식민주의로 되돌아가기를 결정하고 있다. 불행한 일이다. 저항해야 한다.
문: 민영화가 국민을 이롭게 할 가능성은 없는가?
답: 국민의 이득은 중요하지 않다. 정확히 알면 국민이 민영화를 원할 수는 없다. 미국은 매우 부유한 국가이나, 신자유주의 시기인 지난 10년 동안 엄청난 부의 집중이 있었다. 성장의 약 95%가 1%의 국민들에게 편재됐다. 미국의 실제 임금은 25년 전의 수준이고, 남자 노동자의 실제 임금은 1968년 수준이다.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문: 지난 12월 “정부의 노동자 탄압에 대한 저항과 한국 노동자들의 인권을 수호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지지한다”라는 서한을 냈는데, 미국인이 아니었다면 당신도 빨갱이로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실제로 당신을 빨갱이로 모는 사람도 있다. 한국 대다수의 언론은 그런 부류에 속한다.
답: (화를 내며) 바보같은 짓이다. 러시아에서 총파업하는 것을 본 적 있는가? 러시아에서 아무 파업이나 하는 것을 보았나? 러시아야말로 공산국가 아닌가? 대부분의 국가에서 총파업은 정상적인 행위다. 이것은 독재 권력이 민주주의와 자유를 막으려 시도하는 방법의 일부다.
역사가 똑바른 길 가지 않아, 국민 물러서면 독재 세력이 이길 것
선배들의 희생 기억해야, 권력에 맞서 싸워야
문: “대다수의 언론이 권력에 종속됐기 때문에 늘 ‘찬란히 빛나는 거짓말, ‘그럴듯한 거짓말’로 권력의 편에 서거나 공생관계를 유지한다.” 당신의 말은 한국에서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 대다수의 한국 언론은 권력의 대변인으로 전락했고, 점점 권력의 동업자처럼 행동한다. 언론이 진실을 가리는데 엄청난 공을 세우고 있다. 언론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 이것은 지금 도처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미국을 예로 들면, 1950년대 약 800개에 달하는 노동신문이 3천만명의 독자층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사라졌다. 1960년대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은 좌파신문이었다. 이제는 아주 우파로 가버려서 망원경으로도 보기가 어렵게 됐다. 이런 일은 지난 100여 년 동안 계속 됐다. 두 가지 요소가 언론산업을 망하게 했다. 하나는 자금이 한 쪽에 몰렸다는 사실이다. 언론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언론산업은 아주 부유한 계층에게 제한됐다. 또 하나는 언론이 광고에 의존한다는 사실이다. 주류 언론은 부자들로 이루어진 광고주의 원하는 바를 따르려 한다. 사실 광고주들이 반 자본주의자라는 것은 대단히 흥미 있는 사실이다. 시장이라는 것은 정보를 잘 아는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것에 기초한다. 텔레비젼을 켜보라. 정보를 제대로 아는 소비자가 합리적인 결정을 하도록 광고가 도와주고 있는가? 사실은 반대다. 이들 광고는 시장을 해치려고 노력한다. 이들은 가장 반 자본주의적인 자들이다.
문: 한국은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독재 세력이 다시 권력을 잡았다. 이해가 잘 돼지 않는 부분이다. 친일에 뿌리를 두고 있는 독재 세력들은 독재 행위를 미화한다. 대통령의 아버지가 일으킨 군사 쿠데타를 혁명으로 칭송하고 나섰다. 친일파 박정희 전 대통령을 옹호하기 위해 일본의 식민지배가 정당했다는 데까지 논리로까지 비약된다.
답: 역사가 항상 똑바른 길로 가지 않는다. 국민이 방심하고 게을렀기 때문에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중은 항상 쓰라린 계급 투쟁을 하고 있다. 만일 국민이 이 투쟁에서 물러선다면 독재 세력이 이길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껏 보았던 것이다.
문: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역사마저 위협당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권력자들은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한다. 국민은 관심 밖이다.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특히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답: 한국에 민주주의를 이룬 분들이 어떤 희생을 치뤘는지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그분들과 같은 일을 해야 한다. 권력에 맞서야 한다. 싸워야 한다.
조선일보, 정상추 공격 두려워한다는 증거
인터뷰가 끝나고 창간을 앞둔 ‘뉴스프로’를 위해 추가 질문을 던졌다.
문: 대부분의 한국 주류언론은 편파적이고 진실과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다. 독자들은 종종 외신이 보다 진실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정부를 비판하는 외신은 한국 독자들이 접하지 못한다. 이것이 뉴스프로가 외신을 번역해서 분포하기로 결정한 이유이다. 몇 주전 한국의 보수 친정부 신문인 조선일보가 우리 번역팀을 공격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우리 팀에게 줄 수 있는 격려의 말 혹은 뉴스프로를 위한 축하 메시지가 있다면?
답: 난 공격 자체가 대단한 격려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그들이 여러분을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표시이다. 그리고 그들은 여러분들을 두려워하고 있다. 여러분들은 그 점으로 격려를 받고 이제껏 해온 대로, 더 많이 계속하면 되겠다. 최상의 격려는 여러분을 향한 공격이며 여러분은 계속해서 더 많이, 하던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내가 보내는 축하 메시지다.
인터뷰 스크립 번역에 수고한 뉴스프로 번역팀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