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14. 월. 오후부터 비.
오늘 부터 일주일에 두 번씩 어떤 모임에 나가기로 했다. 점점 굳어가는 머리, 점점 희석되는 기억력, 점점 소멸되는 자신감... 모든 상황이 나의 주제넘음에 태클을 걸었지만 과감한 행보를 시작한 것이다.
2시간을 허덕허덕 겨우겨우 따라붙어 첫 날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올때부터 살금살금 내리던 가을비가 여전히 조심스레 밤행보를 이어가고 있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차를 안가지고 다니기로 했던 터... 집쪽으로 걸었다.
그때 손에 쥔 전화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30년을 넘게 알아온 오랜친구의 전화였다... 그러나 선뜻 받을 수가 없었다. 최근에 악의 없는 그 친구의 지나가는 말에 상처를 입은 터였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잠시 망설이는 사이 전화는 부재중으로 넘어갔다. 전화를 걸까, 말까? 그래도 통화는 해야겠다는 생각에 전화를 걸었다. 다짜고짜 들려오는 친구의 다그치는 듯한 말투 -_-;;; 말그대로 악의는 없다. 그 친구의 성격일 뿐... 친구는 나름대로 나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던일에 내가 반응이 없자 전화를 했던것.
휴~~ 그래도 참는김에 끝까지 참아야했다... 나이드는 것에 반비례해서 내 참을성은 요즘들어 곤두박질이다. 급기야 나는 서운한 내속내를 친구에게 드러내고 말았으니... 친구의 반응은 내 예상을 훨씬 초과한 메가톤급이었다. 휴대전화 너머에서 들려오는 기가막히다는 듯한 친구의 격앙된 목소리는 길가던 사람들의 시선을 내게로 집중시켜버렸다. 졸지에 나는 대단히 큰 잘못을 저질러 상대방으로부터 커다란 꾸중을 듣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스쳐 지나가며 고개까지 돌려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시선,시선...
왼손의 휴대전화는 귀에 밀착시키고 소리가 밖으로 덜 새나가게끔 오른손으로 최대한 소리를 모으는 그때 들려오는 친구의 한마디,
"끊어라! 가시나야!"
헐~ 이렇게 고마울 수가... 나는 휴대폰을 얼른 닫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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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두박질 참을성... -_-;
은빛여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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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9-09-15 15: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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