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나물을 참 좋아합니다. 특히나 묵은 나물.(묵나물이라고 하는건가요, 원래?)
잡곡밥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저희집 밥은 흰쌀의 비율이 50%를 넘어가는 적이 없지요.
사람들이 저보고 그럽니다.
생긴건 안그런데(잠깐! 저 세련되게 생겼다는 거 절~~대 아닙니다. 다만..제가 얼핏 보면 약간 외국인 스럽게 생겼대요.), 토속적인 음식 무척 잘먹는다고.
네, 저는 커다란 양푼에 밥이랑 각종 나물 넣고 강된장 조금 퍼넣어 쓱쓱 비벼먹으면 더 이상 맛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런 컨츄리한 입맛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건 아마도.. 제가 어려서 젖떼고부터 외할머니 음식을 먹고 컸기 때문일 겁니다.
어려서는 외할머니랑 한집서 살다가 결혼하기 직전까지 한동네 살았거든요.
언제나 외할머니댁에 가면 제가 좋아하는 반찬들이 있었습니다.
평소에 무척이나 깨작거리고(!) 입짧은 저였지만, 외할머니 댁에서는 먹보 돼지였답니다.
외할머니는 제가 밥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시고, 또 그게 좋으셔서 이것저것 해먹이시고 그랬지요.
저는, 엄마 밥보다 외할머니 밥이 더 좋았어요. (이 대목에서 잠깐, 엄마 미안.....^^)
결혼하고 첫 대보름... 갑자기 결혼했다는 게 실감 나고, 그리워서 갑자기 눈물이 나더만요.
작년까지는 엄마가 부럼도 집에 많이 준비해 두셨다가 내 손에 쥐어주시고, 외할머니댁에 가서 나물이랑 밥도 많이 먹고 그랬는데.
어제 오늘 아무것도 없었어요. 당연하죠, 이젠 제가 준비해야 하는 거니까요.
(근데, 지금 제 일이 넘넘 바쁜 시기예요. 하루에 15시간을 회사에 있네요.. ㅠㅠ)
엄마가 서울까지 갖다줄까 하셨는데, 엄마가 요즘 몸이 안좋은 걸 제가 더 잘 알기에, 그냥 먹었다고 둘러댔네요. 마음 속으로는 '엄마 진짜? 진짜 갖다주는거야? 우와~~!!!' 하고 싶었죠. ㅠㅠ
오늘 아침에 피곤한 몸으로 무국 하나 겨우 끓여서 신랑이랑 밥 먹으면서그 초라한 밥상을 볼 때... 그리고 회사 와서 와이프가 준 부럼 까먹고 있는 남자직원들 보면서..
괜히 엄마 생각 많이 나네요. 외할머니 생각은 더 많이 나구요.
나도 대보름 음식 먹고싶은데... 엄마표, 외할머니표 푸근한 밥상에서 밥먹고 싶은데.
엥.....지지리 궁상 떨고 있는 방긋방긋 입니다.
오늘은 아마도 닉넴을 훌쩍훌쩍으로 할까봐여..
나도... 나물이랑 부럼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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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름에 눈물이.... --;;
방긋방긋 |
조회수 : 1,421 |
추천수 : 2
작성일 : 2005-02-23 15: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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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jacqueline
'05.2.23 4:23 PM토닥~토닥~
2. 러브체인
'05.2.23 5:03 PM저런저런...
방긋아 언니도 암것도 못먹었다..ㅋㅋ 걍 사는게 그런거지 어케 다 챙겨 먹고 살겠니..
주말에 사다가 맛나게 해먹자구..^^ 힘내!3. 김혜경
'05.2.23 6:06 PM저도 돌아가신 외할머니...그리워요...
4. 미스마플
'05.2.24 10:02 AM저는 양쪽집 조부모가 없이 자라서(장수하는 집안이 아니라서...)... 조부모에 대한 추억이 있는 분들 너무 부럽습니다.
저는 명절엔 돌아가신 친정아버지 생각이 많이 납니다. 워낙 명절 챙기는거 좋아하셨는데...5. 카푸치노
'05.2.24 12:28 PM흑흑..저도 보름이면 부럼과 나물 꼭 챙겨 먹었는데..
결혼해서도 친정엄마가 꼭 챙겨주셨는데..
올해는 엄마 아빠 여행가시고..
전 출산한지 이제 한달밖에 안되었기에 혼자 외출 불가능인데..
남편마져 출장가버려서리..
먹고싶은 나물이나 부럼 사먹지도 못하고..
이럴줄 알았음 주말에 땅콩이라도 사놓을걸..
신생아 키우느라 그것까지는 생각 못했네요..
어젯밤 두아이 돌보다 소원도 못빌었네요..
주말이면 남편도 출장에서 돌아오고, 친정부모님들도 오시니..
맛난거라도 사먹어야겠어요..
아 그래도..나도 비빔밥 먹고 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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