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 정호승
그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조용히 나의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
묵묵히 무릎을 끓고
나를 위해 울며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내 더러운 운명의 길가에 서성대다가
드디어 죽음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
그는 가만히 내 곁에 누워 나의 죽음이 된 사람이었다
아무도 나의 주검을 씻어주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춧불을 끄고 돌아가버렸을 때
그는 고요히 바다가 되어 나를 씻어준 사람이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자를 사랑하는
기다리기 전에 이미 나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전에 이미 나를 기다린
작년 이맘때 참 힘들었었어요.
항암하시는 시아버님 간병하며 처음으로 기도란 걸 했었는데
그 무렵 눈에 들어온 시였어요.
마음을 다독거려주는 느낌에 읽으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작년 3월 이맘때가 문득 떠올라 찾아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