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신입생, 동아리 선후배로 만난 여자 넷은 여사님의 연세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모두 함께 여행을 한다(물론, 둘 또는 셋의 여행은 있었지만). 여행지는 넷 중 하나인 허여사의 친정이 있는 전주.
허여사의 친정 어머니께서 늦도록 주무시지도 않고 우릴 반기신다. 저녁을 먹고 들어왔다니 서운해하신다. 떡국이라도 끓여줄까? 하셔서, 효도 차원에서 떡국을 청했다. 전주 막걸리 골목에서 안주로 배를 가득 채우고 왔는데 또 떡국이 맛있는거다. 잘 익은 파김치를 반찬으로 한그릇씩 뚝딱. 떡국을 다 먹고 어머님과 함께 50원짜리 고스톱을 몇 판 친 후 얼굴에 팩을 붙이고 뜨끈한 방바닥에 나란히 누워 잠을 청한다.
다음날, 날씬한 콩나물이 한가득 들어있는 남부시장의 칼칼한 콩나물국밥을 아침으로 먹고, 풍남문과 전동성당, 경기전, 객사를 둘러보고, 한옥마을을 산책한다. 한옥 마을에 있는 그릇 가게를 구경하고 어떤 찻집에 들어가 정성이 가득한 쌍화탕을 마신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이야기를 나누며 게으르게 앉아 있다가 우루루 이동하여 솥밥을 먹고, 1951년 개업한 오래된 빵집에서 멜론빵에 커피 한 잔 씩 마신 후 서울로 올라 온 1박 2일의 짧은 여행.
우리는 그 여행길 우연히 들어간 그릇 가게에서, 우리의 단체 여행을 기념할 접시를 세 장씩 구입하기로 했다. 여자 넷이 심사숙고해서 각각 고른 접시는 조금씩 다르지만 어딘가 닮아 있었다.
가끔 만나는 여자 넷은 두고두고 몇 년 전 짧은 여행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찬장에 있는 그 그릇들을 볼 때마다 그 시절을 추억하겠지. 스무살 청춘들은 어느새 마흔을 넘긴 중년이 되었고, 나의 중년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그녀들이 있어 조금 더 따뜻하고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