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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양육기

| 조회수 : 2,551 | 추천수 : 23
작성일 : 2004-08-30 14:22:13
아래 자스민님께서 올리신 글을 읽고,
너무너무 동감하여 주저리주저리 저의 강아지 양육기를 몇자 적어봅니다.


저에게 강아지가 한마리 있습니다.

제가 결혼하기전인 2000년 2월... 제친구의 친구가 2개월도 안된 말티즈를 선물 받아 일주일 키웠답니다.
술 취한 그 남편이 그 작은것을 집에만 오면 마치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며 때론 걷어차기도 하고,
함부로 대하더랍니다.
제 친구의 친구도 별로 특별히 강아지에 관한 책임감따위는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그 집에 놀러가서 강아지를 본 순간 왠지 불쌍하고 표현할 수 없는 끌림이 있었지만,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집에 돌아왔는데,
친구와 통화하던중 "남편도 그렇고 걔 그강아지 못키우겠데. 누구 줄사람 없나 찾던데?불쌍하지?" 하는겁니다.
친구에게 하루의 말미를 달라하고 가족들과 상의를 했습니다.

저희 엄마 어떤 엄마들이 그러시듯 "절대 안된다 .무조건 안된다." 하십니다.
그런데 심하게 강아지 공포증을 앓던(거의 병수준으로 강아지를 무서워 하던) 여동생이 강아지를 키우면 자기의 병?을 고칠 수 있을 지도 모르니, 한번 도전해 보겠다고, 우리 강아지를 키워보자고 저랑 의기투합해서 남동생의 적극적인 지지속에 엄마에게는 통보하듯 말해버리고,
별 그렇다할 강아지 물건도 없이 일주일남짓 방치하던 그 집에가서 강아지를 데리고 왔습니다.

저희 엄마 " 너 정말 이상하다. 엄마가 그렇게 안된다고 했잖아... 니가 다 알아서 해! 강아지 네 방에서 못나오게 해!"

흐흐흐 저 왈 " 걱정마셔, 내가 알아서 키움세!"
큰소리 뻥뻥!!

아침에 출근을 해야하는 저는 제방에 강아지 집과 물통, 강아지 화장실을 준비해 놓고, 바닥에 물건들을 다 치우고, 출근을 했습니다.
하루에 엄마에게 전화를 한10번정도 해가며, 불안과 걱정에 일을 제대로 하기가 힘들정도...
더군다나 강아지공포증인 여동생 침대위에서 바닥에 내려올줄 모르고 침대로 책상으로 펄쩍펄쩍 뛰어다니니...
거참 처음에는 난감하더라고요...
소변도 못가리니 퇴근후에는 제방이 온통 강아지 쉬로 범벅,,, 휴유~~
그래도 꿋꿋이 소변 교육을 시키고, 엄마를 설득시키고, 여동생은 점점 작은 강아지에 대한 공포심이 줄어들어 가고,,,

제가 출근후 여동생에게 들은 얘기인즉슨,
강아지 데려온 둘째날부터 며칠간 제 방문을 살짝 열고 훔쳐보듯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강아지를 보던 엄마는 며칠뒤가 지나고 나서부터는 제 방에 들어가 " 너는 무슨 인연으로 우리집에 왔니?"  라고 하시더랍니다.
그리고 만질수 있게되고, 안을 수 있게되고,,,,

드디어 몇개월이 지난 후부터는 막내아들이라며 애기돌보듯이 돌보십니다. ㅎㅎㅎ

여동생도 고미만한 강아지에게는 스스럽없이 너무 예뻐하게 되었구요.

쉽지만은 않은 시간들도 있었습니다.
바닥에 판타롱스타킹 벗어 놓은거 두번이나 먹어 병원가서 구토유도제먹고 죽을뻔한 고비도 넘겨보고,
제 막내 남동생과 놀다가 의자에 찍혀 발톱이 부러져 새벽1시에 눈물 콧물 범벅으로 병원으로 업고 뛴적도 있습니다.
발톱을 뽑는데 애기라 마취를 할 수가 없다던 의사의 말을 듣고, 제 남동생 죽도록 저한테 맞았습니다.
ㅡ.ㅡ 조심성 없다며...


그렇게 자라나 성견이 되었을무렵... 제가 힘든 일이 생겨 정신못차리고, 몸도 마음도 아파할때가 있었습니다.
강아지도 키우는것이 힘들었습니다. 그무렵 제친구 하나가 강아지를 너무너무 키우고 싶다며 누구를 줄거라면 자기를 주라며...

언뜻 엄마에게 "고미 친구에게 보내서 행복하게 살게 하면 어때??" 라며 의중을 떠 보았습니다.
엄마하시는 말씀, " 너 미쳤구나, 너 단단히 미쳤어!! 데려올땐 언제고, 저 작은걸 다른데로 보내면 그집서도 버리면??? 어느집이 우리보다 고미를 귀하게 대하고, 잘 해줄거 같애? 조금 힘들다고 강아지를 버리면 너 벌받는다. 너 책임감에 대해 내가 그렇게 가르치디??  한번 집에 데리고 온 생명을 귀찮다고 다른데 보내고 너 두다리 뻗고 잘 살수 있어?? 독한년!!"

눈물을 흘리시며, "니가 안 키우면 내가 죽을때까지 키울테니 저리가!!" 하십니다.
여동생도 "언니 나도 고미 목욕도 시키고, 밥도 사주고, 할께. 엉엉엉"ㅜㅜ

그래 내가 잠시 미친 생각을 한거구나!! 무슨 벌을 받으려고,,,ㅜ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열심히 목욕도 시키고, 산책도 시키고, 정성껏 돌보면서 힘든시간을 강아지와 함께 보냈습니다.

결혼직전, 코로나 장염에 걸려 혈변을 하루종일 흘리고 다니며 고통스러워 할때 저도 정말 고통스러웠고, 회사에서 조퇴까지 하고 병원에 데리고 다니며 일주일간 치료끝에 다 나았습니다.
그때 저희 남편이 함께 강아지를 데리고 다녀주었구요,,,^^


----------------------------------------------------------------------------------------------
결혼후 잠시 엄마와 살던 고미를 저희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이제 남편은 강아지 미용시키는 것이 취미가 되었고, 지금은 고미없이는 정말 못 살거 같다고 합니다.
황당하게 이따금 제 눈치를 보며, 강아지 한마리 더 키우고 싶다고 합니다. 저는 죽어도 안된다며, 강아지는 고미로 내 인생에 끝이라 말합니다.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책임감이 없다면 강아지를 키우는 것은 죄악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혼후 2년 남짓 저희 부부와 살고 있는 저희 고미 입니다.
저희 엄마는 너희 힘들면 언제든 집으로 데리고 오라며, "천사같은 내새끼" 하십니다. 허걱^^;;
하지만 저희 남편, "고미 죽을때까지 저희가 기를거예요." 합니다.

앞으로도 이녀석 건강하게 행복하게 함께 살아주기를 바라며...


이쁘게 봐 주세요.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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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혜경
    '04.8.30 5:01 PM

    애기가 이쁘게 생겼네요...
    저도 강아지를 동서네에서 하나 얻으려고 했는데...정성으로 키울 자신이 없어서 포기했습니다. 강아지도 생명인데 최선을 다해야죠...

  • 2. 고미
    '04.8.30 5:37 PM

    그 예쁜 강아지가 고미라구요?
    저도 고미인데...
    강아지 참 예쁘게 잘 키우셨네요.
    전 고양이 두마리를 키우고 있어요.
    근데요. 많은 분들이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몇 자 적어 봅니다.
    고양이는 요물이다, 무섭다, 주인에게 보복을 한다 이렇게 알고 있는 분들이 있더라구요.
    근데 아닙니다.
    고양이는 예쁜 애완동물입니다.
    요즘 길거리게 떠돌아다니는 소위 도둑 고양이들도 사람들이 기르다가 버려지거나 아님 스스로 가출(?)한 아이들입니다.
    고양이는 발정기가 되면 이상한 애기 소리를 내기도 하구요, 밖으로 나가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어요.
    이때 짝을 만나게 해준다거나 아님 미리 중성화 수술을 시켜준다거나 하면 가출하는 불상사는 없을거예요.
    고양이도 주인을 알아봅니다. 시골에서 고양이가 주인 신발에다 쥐를 잡아 넣곤 하죠. 그게 바로 주인에게 충성을 표시하는 겁니다. 고양이에게 있어서 쥐는 뭡니까? 먹이입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먹이를 주인에게 갖다 바치는 겁니다.
    비싼 품종의 고양이건 도둑 고양이건 모두 소중한 생명이에요.
    길거리를 보시면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고양이를 보세요. 얼마나 불쌍한가.
    온 몸에 새까맣게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고 가끔 한 발을 절거나 아님 꼬리가 뭉텅 잘려나간 것들도 있어요. 또 비대한 몸집의 고양이들도 많이 있죠. 그런 고양이들의 평균 수명은 2년밖에 안된대요. 원래 수명은 15년정도라는데... 비위생적인 음식과 위험한 환경 때문에 교통사고도 많이 당하고 해서 그렇다네요.
    거리에서 도둑 고양이를 보시면 너무 무서워 하지 마세요. 실은 고양이들이 더 무서워할지도 몰라요. 사람들이 자기를 너무 싫어하니까요.

  • 3. 깜찌기 펭
    '04.8.30 6:05 PM

    고미.. 첨 예쁘게 잘키우셨네요. ^^
    임신하셔서도 그맘 편한없이 오래 잘키우셨으면 좋겠어요.
    저희집 애완견 죽은뒤, 제가 임신될걸 알고 주변사람들 대부분이 잘됬다..그러더라구요.
    어찌나 맘상하던지..--;

  • 4. jasmine
    '04.8.30 6:34 PM

    눈물이 다 나네요.
    정말 좋은 주인 만난 강아지네요.
    저는 정 한 번 힘들게 뗀 후론, 못 키우겠어요. 아프기 싫어서.....

  • 5. carmine
    '04.8.30 6:35 PM

    선생님! 강아지를 입양하셨으면 가족돌보시랴, 시어머님도 계시고, 선생님께서 너무 힘드셨을꺼예요.
    아무래도 성인의 자녀가 있더라도 엄마들의 일이 많아지는거라...

    고미님! 저희 고미는 저희 엄마가 지어준 이름이구요, 높을고 아름다울미 이랍니다.^^;;
    엄마께서는 아름다움의 극치인 강이지가 되라구 그렇게 지어주셨어요.
    저희 엄마께서도 고미를 키우기 전에는 고양이를 특히나 무서워 하셨어요. 특히 가끔가다가
    밖에서 도둑고양이들의 이상야릇한 울음소리도 싫어하셨고, 새벽기도 가시다가 집앞에서
    고양이에게 정말 된통 놀라신적도 있구요, 그런데 고미를 키우고 나서는 밖의 도둑고양이를
    보시면 꼭 한마디씩 하세요. 불쌍한 애기들, 배고프지? 밥은 먹었니? 등등... 모든 동물이
    사랑스럽고, 이뻐 보인다 하세요...
    고양이 이쁘게 기르시구요, 저도 고양이 안 무서워 하도록 노력할께요.^^

    펭님! 임신이라...
    당분간은 생각이 없지만,,,^^;;
    어른들은 특히 강아지를 키우면 아이가 안생긴다느니, 그런 말씀들을 하시죠??
    주변사람들 말씀 너무 신경쓰시지 마세요. 맘대로 되는건 아니시겠지만요.
    저도 맘상했을꺼 같네요. 애완견도 가족인데 잘됬다고 그러는건요...ㅡ.ㅡ

  • 6. carmine
    '04.8.30 6:38 PM

    자스민님! 맞어요... 정 떼는거 고통스럽지요.
    강아지 키우셨었군요... 저도 고미와 먼 훗날 늙어서 헤어진다면 다신 강아지 안키우렵니다.

  • 7. 모니카
    '04.8.30 7:12 PM

    원글님 글 잘 읽었어요..
    원글님 어머님 맘 너무도 잘 이해할 것 같아요.
    고미 엄미 고미 잘 키워주세요! 화이팅

  • 8. 노아
    '04.8.30 7:23 PM

    저도 jasmine님 글은 공감하며 읽었지만, 사진은 차마 끝까지 다보지 못했어요.
    친구가 S대 수의학과 나와서 꽤 큰 동물 병원을 합니다만, 보신탕에 들어가는 개고기가
    애호가들이 주장하는 식용?개만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얘기지요.
    그래도 차마 그 글에는 답글을 달기가 무서워서(사진때문에..맘이 아파서) 쉼호흡 좀 하고
    다시 와서 카~민님 글에 답글 달아요.
    강아지, 끝까지 가족처럼 기르시는 책임감에 맘이 훈훈해집니다.
    저도 그런 생각으로 강아지를 너무 좋아하지만 아직 기를 엄두를 못내고 있어요.
    부디 끝까지 행복하게 강아지랑 좋은 추억들 만드시길... 건강하세요.

  • 9. 꼬마신부
    '04.9.1 9:53 AM

    강아지 키우면 애 안생긴다 주변에서 반대하길래
    '차라리 잘됐네~ 따로 조심할 필요 없이 ㅎㅎ' 큰소리치며 애기강아지 입양해온 아짐임다. :)
    고미 넘 이쁘네요~ 얌전하구. 원래 키우던 말티즌 아주.. 쌈개가 따로 없었거든요. ㅋㅋ
    저렇게 얌전히 찍힌 사진 십년 같이 살면서 한장도 못 찍었어요. 부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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