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식품첨가물회사의 톱세일즈맨에서
지금은 첨가물 반대 전도사로 180도 변신한 아베 쓰카사 의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 이라는 책에서 발췌된 것입니다.
...... 그날은 큰딸의 세 번째 생일이었다. ...... 식탁에는 아내가 준비한 생일 음식들이 가득했다.
그 가운데 내 시선을 끈 것은 미트볼. 미키마우스가 앙증맞게 디자인된 나뭇개비들이 하나하나 꽂혀 있었다.
식탁에 앉은 나는 무심코 미트볼 한 개를 집어 입에 넣었다. 순간 내 몸이 돌처럼 굳었다. 그 미트볼은
내가 직접 개발한 제품 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릴수 있었다.
...... 내가 먹은 미트볼에서는 화학조미료, 증점제, 유화제 등의 맛이 진동했다. 모두 내가 공급한 첨가물들이다.
"이거 산건가? 00회사 제품 같은데 봉지 좀 보여줄래요?"
내가 불쑥 묻자 아내는 포장지를 꺼내며 대답했다.
"맞아요. 00식품 거예요." ...... "값도 싸구요, 애들이 굉장히 좋아해요. 이것만 꺼내놓으면 서로 먹으려고
난리예요."
과연 딸애는 물론이고 아들놈까지 미트볼을 입 안 가득 물고 맛있다는 듯 오물오물 씹어 삼키고 있었다.
"저, 저, 잠깐, 잠깐!"
순간 내 몸에 소름이 끼치는 듯했다.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가 미트볼접시를 막았다. 돌발적인 아빠의 행동에
어리둥절해하는 가족들의 표정이란!
그 미트볼은 한 대형마트의 기획상품이었다. 얼마 전 거래 회사로부터 의뢰받고 개발한 제품이었다.
그 회사는 잡육을 싼 가격으로 대량 들여오게 됐다고 했다. 잡육가운데서도 그 고기는 최하품이었다.
소뼈를 깎아 모은, 고기라고도 말할 수 없는 저급품이었다. 보통 그런 잡육은 애완견 사료로나 쓴다.
"이 고기들 좀 어디 쓸 데가 없을까?" 그 회사에서 나에게 아이디어를 물어왔다. 대충 살펴보니 이미
흐물흐물해져 물이 질질 흐르는 것이 도저히 먹을 상태가 못 됐다. 이런 고기는 저며서 쓰기에도 마땅치 않다.
왜냐하면 일단 맛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 쇠고기는 쇠고기다. 값이 아주 싼 '싸구려 쇠고기'다.
'이걸 어디다 쓴담?' 다행히 내 머릿속에는 이미 복안이 떠오르고 있었다.
우선 폐계를 구한다. 폐계는 계란 생산이 끝난 닭이니 가격이 쌀터다. 폐계육을 저며서 섞으면 양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육질이 질겨질 것이다. 그래서 반드시 넣어야 할 첨가물이 대두단백. 이 물질은 '인조육'
이라고도 부르는데 싸구려 햄버거에 거의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이렇게 해서 대략 제품틀이 잡히면 이제 맛을 내야 한다. 맛을 내기 위해서라면 두말 할 것도 없이 화학조미료와
향료를 쓴다. 여기에 적합한 향료는 동물성 향료로서 보통 비프농축액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울러 씹을때
매끄러움을 주기 위해 라드와 변성전분을 넣고, 공장의 기계작동을 원활히 하기 위해 증점제와 유화제를 넣는다.
또 먹음직스런 색깔을 내기위해 색소를, 보존 기간을 늘리기 위해 보존료/ ph조정제/ 산화방지제 등을 쓰는데
이때 산화방지제는 색상을 바래지 않게 하는 효과도 있다.
이런 작업을 거치면 비로소 미트볼이 완성된다. 다음은 소스와 케첩이다. 소스와 케첩 역시 원가가 가장 중요한만큼
시판되고 있는 일반 제품은 사용할 수 없다. 어떻게 값싸게 만들 것인가. 우선 빙초산을 희석해서 캐러멜색소로
색을 낸다. 여기에 화학조미료로 맛을 맞추면 그럴듯한 모조 소스가 만들어 진다.
케첩도 마찬가지다. 토마토 페이스트에 색소로 색을 내고 산미료와 증점제 등을 넣으면 역시
모조 케첩이 완성된다.
이렇게 만든 소스와 케첩을 미트볼에 발라 진공팩에 넣고 가열 살균하면 완제품이 된다. 첨가물이 20-30종류는 사용
되었을 것이다. 쉽게말해 첨가물 덩어리라고 말할 수 있지만 원가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산업폐기물이자 쓰레기같은 고기, 여기에 첨가물을 무차별 투입해 만든 '식품아닌 식품'
그것이 바로 오늘 내 딸과 아들이 맛있게 먹던 미트볼이었다.
...... 고기 같지도 않은 고기지만 일단 첨가물의 신통력이 작용하면 멋진 미트볼로 환생한다. 내 아이들이 좋다고
먹는다. 그걸 먹는다는 것은 그 안에 들어 있는 폴리인산나트륨, 글리세린지방산에스테르, 인산칼슘,적색3호,
적색102호, 소프빈산, 캐러멜색소 등을 먹는 것이다. 내가 가장 아끼는 둘도없는 내 분신들의 입속에
그런 것들이 들어가다니! 피가 거꾸로 흐르는 듯 몸에 소름이 끼쳤다.
...... 소문에 따르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가 유독 많다고 한다. 물론 주로 어린아이들인데
그 가운데 몇 천분의 1은 내 책임이 아닐까. 아이들은 스스로 먹을 음식을 선택할 입장에 놓여있지 않다.
부모가 주면 의심이고 뭐고 할 것도 없이 그대로 입에 넣는다. 불현듯 죄책감이 엄습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내가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나라에서 정해준 기준을 철저히 준수해서 첨가물을 사용해왔다. 사용량은 물론이고 사용방법이나 라벨표기에 이르기까지 지침을 어긴 것이 없다.
그렇다면 나는 떳떳한가? 문제는 바로 그것이었다. 죄책감이 나를 억누르고 있었다.
......이튿날 나느 회사에 사표를 냈다.
혹시 우리는 무심결에 이런 것들을 먹고 있지는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