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마스떼~
남편이 여행을 가서 산행 도시락도 안 싸도 되고, 밥도 안해도 되고 시간이 널널
해서 유자차를 좀 앞당겨 담기로 했어요. 주말 유자 공장 여사장 되시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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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차로 갈아타기 전에 편강 팁 몇가지 알려 드릴게요.
3주 내내 편강을 만들었더니 이제 좀 도가 텄어요. 편강 쓴 맛은요, 굳이 삶아주는 것
보다 물에 담가서 매운 기를 빼는 게 더 좋아요. 전날 밤에 편 썰어 찬물에 담가 놨다가
아침에 보면 전분이 나와 뿌옇거든요. 그럼 그걸 뽀드득 뽀드득 하게 씻어서 두어번 물
갈아줘요. 전분을 잘 제거해 주면 나중에 엉겨 붙는 것도 방지할 수 있죠.
아주 노랗게 잘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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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한 편강은 다른 분 것에 비해 넘 짙은 갈색이 나서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엉겨 붙는 게 불안해서 넘 약한 불로 오래도록 끓인 게 문제였던 것 같더라구요.
불 세기를 조금 더 높인 후, 끓이는 시간을 단축해 줬더니 이렇게 생강 고유의 색깔을
간직한 노오~란 편강이 완성 됐어요. 편강은 불 조절이 관건인 것 같아요.
생강 양과 썬 두께, 냄비 상태에 따라 잘 조절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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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농장에 무농약 인증 받은 유자를 일찌감치 주문해뒀어요. 원래 11월 말쯤 주문해
12월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드릴 계획이었는데, 신종플루도 극성이고 해서 좀 일찌감치
서둘렀죠. 최고 좋은 상품으로 주문 했는데, 10kg에 80개 정도가 들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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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으로 문질러 깨끗이 씻은 후 물기를 제거하고 나란히 나란히 줄 세워 봤어요.
유자는 배꼽이 깊게 들어가고 겉면이 울퉁불퉁 한 게 좋은 거라잖아요. 지대 울퉁 불퉁
하죠? 흐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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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차 담을 용기는 라벨을 떼고, 깨끗이 씻은 후 팔팔 끓는 물을 두번 부어 소독해
줬어요. 뜨거운 물을 부은 후 따라내고, 엎어 놓으면 열기 때문에 바짝 말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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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짠~ 가내수공업 현장! 위생상태 100%! 불만제로팀이 쳐들어와도 하나 안 무서워요.
단 시간에 끝낼 수 없는 요리를 할 때는 일이 아니라 놀이라 생각하면 힘들지 않아요.
(명절 때 전부치면서 터득한 방법.) 원래 놀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르잖아요.
진짜 유자채 이쁘게 써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시간 가는 줄은 몰랐는데,
일어나니 온몸이 쑤시더라는. 하긴 뭐 놀때도 과격하게 놀면 담날 몸살나긴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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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에 칼집을 내서 과육과 껍질을 분리해줬어요. 분리해 한 후 흰 속 부분과 겉껍질은
칼로 저며서 분리해줬구요. 저 하얀 부분을 넣느냐 버리느냐 의견이 분분한데, 전 그냥
버렸어요. 아무래도 텁텁한 맛이 나니까요. 설탕에 오래도록 재워두면 텁텁한 맛이 가실
테니까 오래두고 드실 분은 저 부분도 채 쳐서 넣음 색깔도 이쁘고 좋을 것 같긴 해요.
전 소량 씩 선물할 거라 금방 먹어야 하기 때문에 깔끔한 맛나라고 겉껍질만 넣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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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길이가 4cm 넘지 않도록, 굵기는 1mm를 넘지 않도록 채썰어 줬어요. 껍질을 눕힌
후 사선으로 채썰어 주면 껍질 크기와 상관 없이 일정한 길이를 유지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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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렇게 채써는 동안 무한도전에서도 신나게 칼질 하더군요. 장금이는 여기 있느니~
유진이 인연 만든다고 통통 거리며 뛰어 다니고, 왕종명-손정은 앵커가 부산 사격장에
불났다고 전해주네요. 담날엔 우리 연아가 쇼트 프로그램을 한대요. 연아 홧팅!
루비, 비취, 산호가 앙칼지게 따져 묻기 시작하는 동안 잠깐 <그대 웃어요>로 갈아탔다가
돌아와 보니 <세바퀴>가 시끌시끌. 자자, 여기까진 그나마 괜찮았어요.
공중파 방송 끝나는 시간이 오니 갑자기 외로워지고, 힘은 들고, 아직 동글동글한 유자
몇개는 뺀질뺀질 하게 저를 빤히 쳐다 보고 있고. 흑.
앗, 그때 남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인도에 도착 했대요. 인도 갔거든요.
갔다와서 지리산 들어가 살자고 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청정한
영혼을 가진 남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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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잘 도착했다는 남편 전화를 듣고 맘 편히 썰다 보니 어찌 어찌 80개를 모두 다
분해 했습니다. 짝짝짝!!!
여러분은 프로포즈 어떻게 받으셨나요? 전 남편 만나기 3년 전부터 커플링을 사서 목에
걸고 다녔어요. 제 반지가 쏙 들어갈 크기로 남자 반지까지 맞춰 두개를 팬던트 처럼
걸고 다녔죠. 그거 탐냈던 사람 무지 많았어요. 믿거나 말거나~ ㅋㅋ
남편 만난지 100일째 되던 날, 그 커플링을 주었더니, 울집 앞에서 제 반지도 빼달라고
하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고 다시 껴주면서 결혼해달라고 하더구만요. 지금 생각하면 넘
저렴히 팔려온 것 같아 심술 나지만, 그땐 정말 감격~ 상쾌한 밤바람과 달빛 위로 흘러
가던 구름이 넘 아름다운 밤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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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 썰면 다 끝나는 줄 알았더니 여전히 동글동글한 자태를 뽐내는 아이들이 색깔만
달리 한 채 처분을 기다리고 있군요.
그런데, 실질적은 프로포즈는 그 이전이었어요. 만난지 2달 쯤 지나서인가 남편이
저에게 헬렌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을 선물 하더군요.
- 난 나중에 이렇게 살고 싶다. 너도 이렇게 사는 걸 싫어하지 않았음 좋겠다.
저도 나이 들면 텃밭을 일구며 전원 생활하는 게 꿈이라 그때 이미 결혼할 마음을
먹었던가 봐요. 그저 막연한 꿈이었는데, 82cook분들 보다 보면 꿈이 훨씬 구체적으로
그려져요. 이미 제 꿈처럼 살고 계신 분들도 많은 것 같구요.
그런데, 철딱서니 없는 저, 그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죠.
- 좋아. 대신 화장실은 깨끗한 걸로 지어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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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가 정말 정말 많아요. 누르면 쏙쏙 잘 빠지는데, 어찌나 많이 눌러대야 했는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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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가 이렇게나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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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지 않고, 그대로 병에 넣어 청주를 1 대 1로 부어서 유자 스킨을 만들려구요.
1달 지나 알콜이 날아가면 스킨으로 쓰면 된다더만요. 글리세린은 안 넣어도 된다고 해서
패스. 실은 어디서 사야 하는지도 몰라요. ^^;
이러고도 씨가 많이 남아서 일단 냉동실에 얼려뒀어요. 또 어디에 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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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육은 이 상태로 비닐 덮어 하룻밤 놔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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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유자차 만들기~ 채썬 유자를 깔아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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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에 설탕 깔아주고, 또 유자 깔아주고, 설탕 깔아주고 한 세번 했나봐요.
설탕은 유기농 설탕이라 갈색이에요. 하얀 색이면 때깔은 더 나겠지만, 이왕 좋은
유자 산 거 설탕도 좋은 걸로 하자 싶어 유자 주문할 때 같이 주문 했어요.
설탕과 유자는 같은 양을 넣어줘야 하는데, 나중에 유자를 병에 담고 위에 설탕 마개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그걸 감안해서 설탕 양은 조금 덜 깔아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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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지나면 이렇게 과육에서 물이 나옵니다. 따로 즙 낼 필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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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날 설탕이 녹은 유자채에 과육에서 나온 즙을 섞어 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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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소독한 유리병에 유자를 담은 후, 설탕 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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즙이 아래로 빠졌어도 과즙이 꽉 찬 달달한 유자 과육. 이건 절대 버리지 마세요~
전 가위로 일일히 가운데 하얗고 뻣뻣한 부분은 잘라줬어요. 손질한 과육이 아주 포실
포실 사랑스럽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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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량의 설탕을 넣어 끓여 줍니다. 뭐할지 감이 오시죠? 유자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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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계속 저어줘야 해요.
이벤트의 모후(여왕은 접니다, 저!)였던 엄마는 매년 제철 과일로 쨈을 만드셨죠.
봄엔 딸기쨈, 여름엔 포도쨈, 가을엔 유자쨈... 그런데, 젓는 건 항상 제 차지였어요.
저한테 저으라고 시키고 엄마는 뒷정리를 하거나, 쨈 발라 먹을 따끈한 빵을 굽거나
하셨죠. 그런데, 엄마는 그냥 '저어!' 하지 않으셨어요.
- 우리 **는 주걱질을 해도 어쩜 그렇게 깔끔하게 잘하니. 네가 하면 냄비에 눌러
붙는 법이 없다.
아우, 그러시는데, 냄비에 눌러 붙으면 체면이 뭐가 되나요. 다른 사람 보다 1.5배는
빨리, 열심히 저었던 것 같아요. 울 엄마 촘 짱이셨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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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근하게 계속 저어 주면 이렇게 과육이 다 풀립니다. 유자쨈, 제대로 됐죠? ^^
주걱질만 그런 게 아니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는 물건
찾는데 선수', '**는 정말 귀신 같이 잘 찾는다' 였거든요. 가위가 보이지 않는다거나,
줄자를 어디 뒀는지 모르겠다 싶을 때면 엄만 항상 절 휙 돌아보셨어요. 진짜 귀신 같이
찾아냈죠. 어떡해요, 제가 선수인데, 귀신인데... 정말 모든 상상력을 동원해서, 악착
같이 찾아내고야 말았어요.
물건이 없어지면, 일단 정신을 가다듬고, 평소 엄마의 동선이나 그 물건을 마지막으로
사용했을 것 같은 사람의 동선을 떠올려요. 이때 절대 선입견이 들어가선 안돼요.
항상 있던 자리에 있는 물건은 잃어 버리지 않거든요. 아주 의외의 장소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못 찾는 거잖아요.
전 시장 갔다 온 후로 보이지 않는 엄마의 지갑을 가스렌지 위에 놓인 빈 냄비 속에서
찾거나, TV 리모콘을 냉장고 속에서 찾아낸 적도 있어요.
하여간 엄만 그렇게 절 지능적으로 부려먹으셨죠. ^^
그게 엄마의 교육 방식이기도 했어요. 많이 칭찬해서 더 많이 노력하게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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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유자차와 유자쨈이 완성 되었어요~ 유자차는 어르신들께, 유자쨈은 후배들에게
줄거예요. 갈색 설탕을 사용했는데도, 유자 껍질만 얇게 저며서 했더니 색감이 참 고와요.
이래 놓고 Feel 받아서 고흥 농장에 10kg 더 주문했답니다. 이러다 진짜 유자 공장
차리겠어요. 그런데, 음식 장사는 정말 아무나 하는 거 아닌 것 같아요. 전 채썰다가 넘
힘들어 대충 썰어버릴까 싶을 때면, 이거 먹을 가족, 그리고, 선물 드릴 분들 얼굴을
떠올렸거든요. 절대 대충 대충 할 수 없더라구요. 하지만, 장사는 불특정 다수에게 갈
거니까 자칫 함부로 할 수도 있겠다 싶어요. 가족에게 주는 음식이라 생각하며 재료를
팔고, 음식을 만드는 장인들이 많이 늘었음 좋겠어요.
음, 제가 선물하는 걸 원래 좋아하는데요, 이런 선물 어떨까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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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남편 생일 선물로 준 통장 편지예요. 해보신 분들 많죠?
보내는 사람란에 편지를 써서 매일 얼마씩 이체하는 거예요. 은행 마다 보내는 사람란에
쓸 수 있는 글자수가 다르니까 꼭 확인하고 하셔야 해요. ^^;
감동 100배!!....까지는 모르겠구, 돈이라고 몹시 좋아라하긴 하더라구요. ㅋ
그럼, 낙엽 흩날리는 쌀쌀한 가을, 외로운 싱글들의 가슴에 지대 염장 지르고,
전 퇴청하옵니다. 휘리릭~ (돌 던지지 마세요. 닭 표시 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