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드디어 내일부터 휴가예요! 어찌나 대형 사건 사고들이 팡팡 터지는지,
휴가 못 가는 거 아쉬워할 여지도 없이 마음이 참 우울했던 여름이네요.
게다가 건강에도 좀 이상이 생겨서 여기 저기 검사하고, 다행이 큰 문제는
없는데 건강은 절대 장담해선 안된다는 걸 절감 했답니다.
건강의 기초는 잘 먹고 잘 먹고 또 잘 먹는 거죠. ^^

웰빙 처자, 에스테틱 원장님이 텃밭에서 가꾼 무농약 풋고추예요. 풋고추 수확했다길래
좀 달라고 했더니 좀이 아니라 저렇게나 많이 줬네요. 생긴 건 세련쟁이 도시 처녀 같은데,
마음 씀씀이가 얼마나 포근하고 푸짐한지 몰라요.
그나저나, 선물 받은 음식 절대 안 버리는 저. 저걸 다 어쩔까요...

고추 장아찌! 마늘 장아찌 한번 담그기 시작하더니 이제 장아찌 앞에서 주름잡고 있어요.
간장, 물, 설탕, 식초를 3 대 3대 1 대 1 비율로 섞어 팔팔 끓여줘요.

고추는 잘 씻어 이렇게 이쑤시개로 군데 군데 구멍을 내어 양념이 잘 배이도록 하구요.

이렇게 또 1주일에 한번씩 간장 끓여 부어주기 릴레이중이에요. 두번 했으니까 이번 주말에
한번 남았네요. 마늘 장아찌 부어주기는 2주 전에 끝났는데, 아삭아삭 어찌나 맛있는지!
한접 담아서 세 통인데, 선물 준다고 호언 장담을 하고 다녀서 한 접 더 담아야 할까봐요. ^^;
자 다음 번은 누구? 다음 달에 고구마 캐준다고 하셨는데, 고구마는 장아찌가 안되나요?
그럼 고구마로 뭘할까요? 음.. 잘 말려서 스넥 만들어 먹어야겠어요. 흐흐.

밀가루에 소금과 계란을 풀고(시판 부침개 가루는 닝닝한 조미료 맛이 나서 패스), 냉동실에
얼려둔 오징어 하나 꺼내어 총총 썰고, 양파도 같은 크기로 썰어 부침개물을 만둘어요.

동그랗게 지져 한쪽면이 투명하게 익을 때 쯤 채 친 풋고추를 얹어줘요. 부추전 응용하기.

풋고추가 많이 맵지 않아서 부침개에 넣어도 맛이 강하지 않고 매콤하니 맛있더라구요.
부추 보다 씹히는 식감도 더 좋았구요.
이건 냉동실에 얼려 보관할 거라 완전히 다 익히지 않고 90% 정도만 익혀줘요.
나중에 꺼내서 해동 안하고, 프라이팬에 약불로 데워 주면 되거든요.

이쁘게 생긴 고추는 쌈장 찍어 먹으려고 냉장 보관, 된장 찌게나 각종 요리에 넣을 채썬
풋고추는 냉동 보관해서 두고 두고 먹을 거고, 비닐 봉지에 있는 건 풋고추전.
10장 부쳐서 종이 호일로 하나씩 하나씩 싸서 냉동 보관. 그리고 풋고추 장아찌.
아, 뿌~듯~

지지난 주에는 사이드 없이 김밥만 싸기로 했어요. 참치 김밥과 소고기 김밥 두 종류.
김밥만 싸자니 심심해서 한창 때(김밥 소녀 시절) 김밥 싸서 사람들과 나눠 먹던 때
하던 방식대로 계란을 테두리에 두르기로 했어요.
계란 지단을 두툼하게 부쳐 썰지 않고, 네모로 납작하게 부쳐 밥 위에 얹어 줘요. 계란만
하면 재료들이 떨어져서 속이 쏙쏙 빠져 먹기가 불편하기 때문에 가운데 김을 한장 더
깔아주면 접착제 역할을 해서 좋아요.

때깔이 훨 이쁘죠? ^^ 앞에는 소고기 김밥, 뒤에는 참치 김밥이에요. 내용물은 다 같구요,
소고기 김밥에는 소고기와 시금치, 참치 김밥에는 마요네즈 버무린 참치에 샐러리를
넣어줬어요. 마요네즈랑 샐러리가 궁합이 그만이잖아요. 아주 옛날 이상아의 깜찍한
마요네즈 광고가 생각 나네요. 샐러리 찍어 먹던 거 넘 이뻤는데.
그런데, 김밥 때깔 생각해서 재료를 가지런하게 썰다 보면 남아서 버리는 부분이 생기잖아요.
전 유통 기한 지난 건 과감히 버리는데, 생음식은 잘 버리지 않아요. 모아뒀다가 유통
기한 지나서 버리는 한이 있어도. ^^;;;; 김밥 재료들은 알록달록 색깔도 이쁜데 버리기
더 아깝잖아요. 그래서 전 엄마가 하시던 대로 남은 밥과 재료로 꼭 주먹밥을 만들어놔요.

남은 재료를 모두 총총 썰어 남은 밥에 넣어 잘 섞어줘요.

초밥틀에 찍어주면 이렇게 알록 달록 이쁜 주먹밥 탄생. 이뻐도 1분 천하예요.
확 테두리를 둘러 버릴 꺼거든요.

자, 이쁘려는 노력 과감히 무시해주기. 계란물을 풀어 담가서 계란 밥을 하면 계란옷이
두껍게 입혀 지지 않아요. 이렇게 수저로 계란물을 칙 뿌려준 후 동글 동글 말아줘요.
계란이 적당히 익었을 때 말아주는 게 포인트죠. 너무 익으면 계란 옷이 잘 붙지 않고,
덜 익으면 두껍게 입혀지지 않거든요.

네 개는 김 입혀주고, 네 개는 남은 게맛살 빨간 부분만 저며서 돌돌 말아줬어요.
김밥 싸고 남은 거 하루 종일 먹으면 물리잖아요. 이렇게 두어개 쌀 밥은 남겨서 주먹밥
만들어 먹으면 1타 2끼 해결 된답니다. ^^

주먹밥은 이렇게 손으로 먹어야 제맛이지. 주부 손톱이 요모양이라 죄송.
요리 할때는 꼭! 라텍스 장갑 끼고 하니까 용서해 주세요. ^^; 헤이스님 덧글 생각나
음흉한 미소 쓱 한번 지어주시고.
지난 주에는 산행 도시락을 싸지 않았어요. 대통령님 국장 때문에 주말에 근무했거든요.
담당인 저만 나가도 되는데, 초기화면 담당하는 후배가 집에 있으니 맘이 안 놓인다며
같이 주말 근무를 자청 했어요. 느무 느무 이쁜 후배예요.
제 김밥을 참 좋아하는 후배인데,

앗, 산행 도시락 안 싼다고 토요일에 장을 안봤더니 시금치와 소고기가 없네요.
냉동실에 쟁여둔 소고기가 있으나 그건 카레용이고, 휴가 때 냉장고 정리할 예정이라
요 며칠간 냉장고 몸 불리기는 금지에요.
오므라이스 하려고 보니 청피망이 없네요. 풋고추 씨를 발라내고 맵지 않도록 최대한
얆게 썰어줬어요. 색감을 내야 하기 때문에 초록색을 안 넣을 순 없죠. 풋고추 진짜 알뜰하게
먹고 있죠? ^^ 냉장고 속 빨강, 노랑, 주황 미니 파프리카는 이로써 싹 다 정리.
냉장고 속 음식을 해치울 때마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에요. 음핫.

빨강, 노랑은 프랭크소세지 케찹 볶음에 넣어주고. 여기에도 청피망 없는 게 아쉽죠.
마트 갈때마다 꼭 빼놓지 않고 사오는 게 청피망과 브로콜리인데, 어쩜 두분이 짝 맞춰서
가출 하셨네요.

올리브유를 두른 후 재료를 달달달 볶아 줘요.

야채와 소고기가 70% 정도 익으면 밥을 넣어 볶아 줘요. 밥알을 잘 펴가며 볶아 줘야 밥알이
뭉개지지 않아 식감이 살아요. 전 튀김용 젓가락으로 흩어가며 볶는 게 좋더라구요.

음 맛있겠다. 역시 초록이가 부족한 게 아쉽죠.
주제 파악 잘하는 풋고추가 자기가 있을 자리가 아닌 줄 알았던지 가뜩이나 없던
풋고추들이 밥 속에 다 묻혔네요.

이렇게만 먹어도 느무 느무 맛있지만.

계란옷 없음 오므라이스가 아니죠~ 이렇게 똑같은 접시에 계란 지단을 깔고, 밥을 얹어 준 후,

폭 엎어 주면 이렇게 모양이 이쁘게 잡혀요.
고수님들은 프라이팬에서 쓱쓱 잘 하시지만, 안되는 거 자꾸 흉내내다 실패하면 실의에
빠지게 돼요. 그럴 땐 연장의 힘을 빌려야죠. ^^

같은 방식으로 폭 엎어준 도시락. 도시락 위에는 케찹을 뿌리기가 좀 그래서 케찹 소스를
듬뿍 넣은 소세지 야채 볶음을 했어요. 같이 먹으니까 맛있더라구요.
하는 업무는 우울했지만, 후배와 함께라서 훈훈했던 주말 근무였답니다~
내일 부터 시작되는 휴가에는 냉장고 정리를 할 거예요. 저 82cook 따라쟁이잖아요. ㅋ
여기에다 먼저 신고해야지, 안 그럼 휴가 내내 뒹굴뒹굴 미루고 미루다 못할지 몰라요.
아, 내일 비 온다는군요. 저 아침에 빗소리 들으며 늦잠 자는 거 제일 좋아하거든요.
반대로 비 오는 날 출근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어요! 흐흐
학교 다닐 때는 비가 오면 강의에 들어가지 않고, 강의실 앞 소파에서 창밖의 빗줄기를
바라보며 음악을 듣곤 했답니다. 근데, 꼭 강의실 앞에 있어야 하냐구요.
그러니까 어린 마음에 '너희는 공부하는 바보야. 자연을 느끼고, 낭만을 즐길 줄도
모르면서 무슨 문학을 배워?' 머 이런 객기였던가 봐요. 아, 그럼 시인이라도 되던가.
돌아오는 건 바닥에 깔린 학점 밖에 없더라구요. ^^;;
암튼 늦여름 잘 보내세요~ 아, 자꾸 웃음이 배실 배실 나와요. 휴가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