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82님들,
대부분 잠자리에 들어 계실 시간이네요. ^^
저는 두시에 주방일을 끝마쳤는데,
샤워를 하고나서 잠자리에 들까...하다가
오늘이 아니면 또 언제 사진을 올릴까 싶어서
졸린 눈을 비비며 솔이네 소식을 전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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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올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이잖아요.
82님들도 12월에 약속과 모임들이 많으시겠죠?
저도 12월에 중요한 약속이 있는데, 처음 뵙는 분들이라
최대한 안 부어 보이고(엉엉) 예뻐보이려고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했지 뭐에요...
그런데요, 시작한 지 닷새만에 남편과 김장 양념 속의 유혹때문에
그만 다이어트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답니다...ㅠㅠ
엄마랑 김장을 마치고 친정부모님과 함께 먹는 보쌈과 배추쌈이
왜 이리 달고 맛있는건가요... 배추에 수육이랑 굴 올려서
야무지게 먹고 다시 다이어트 시작해보려구요.^^
친정부모님과 저희 집에서 가끔 식사를 함께 하려고 하는데,
아버지는 집까지 오시기 힘들다고 하셔서, 아버진 친정에서 드시고
엄마만 저희집에 오셔서 식사를 하실 때가 있어요.
소고기 미역국과 김치전을 엄마가 정말 좋아하셔요.
이날은 엄마 맞춤형 점심 밥상이었네요.
요양사분이 아버지를 돌보시는 날에는 저랑 남편이
엄마를 모시고 가까운 강화도에 가서 함께 바람도 쐬었어요.
강화 풍물시장에서, 회와 무침, 구이가 코스로 나오는
벤댕이정식을 먹었는데 양도 푸짐하고 아주 맛있었어요.
식사를 마치고는 요즘 강화도에서 엄청 핫하다는
'조양방직' 카페에 갔어요. 실제 방직회사를 카페로 개조해서 만들었다는데
부지가 매우 넓고 빈티지한 분위기에 사람들도 참 많았습니다.
카페에는 재봉틀, 이발소 의자, 녹슨 벽 등 빈티지한 소품이 많아서
남편이랑 저는 사진을 찍으며 신나게 구경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엄마 표정이 막 좋아하시지는 않는 것처럼 보이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엄마, 여기 안 좋아? 여기 사람들이 엄청 좋아하는데야."라고 했더니
엄마 하시는 말씀이....."난 여기처럼 허름한데서 살아서 이렇게 허름한 건 싫어."라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공감이 되어서 남편이랑 조금 웃었는데,
젊은이들에겐 빈티지한 분위기의 카페가
엄마에게는 어려웠던 옛기억을 떠올리시게 했나봅니다.
강화에서 돌아오는 길에 소라를 이만원어치 사고 돌게도 4만원어치 샀어요.
소라는 바로 삶아서 소주 안주로 먹고, 돌게는 엄마가 돌게장을 담으셨지요.
엄마가 담가주신 돌게장이랑 계란찜, 사골국까지 곁들여
모처럼 주말에 우리 네가족이 한자리에 모여서 푸짐한 밥상을 함께 했답니다.
친정부모님이 이사오시고나서 제가 집에서 반찬을 만들 때,
별건 아니지만 친정부모님댁에도 반찬을 꼭 챙겨드립니다.
이 날은 간단하게 월남쌈 싸서 드시라고
파프리카, 오이, 지단, 크래미, 불고기 등을 가져다 드렸어요.
김장철이라 여기저기서 챙겨주신 배추를 넣고
흰콩을 불려서 삶아서 갈아서 그 콩물을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
비지찌개도 한솥 가득 끓여서 친정부모님이랑 나눠 먹었습니다.
3주 전에는 남편의 큰고모님, 그러니까 저의 시고모님댁에 갔었어요.
연세가 여든이 넘으셨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반찬도 제대로 못챙겨 드신다길래
돼지갈비찜이랑 마약계란, 굴을 듬뿍 넣은 채장아찌를 만들고 동치미랑
친정엄마가 담으신 맛난 알타리김치를 챙겨 가지고 갔습니다.
갈비찜도, 동치미도, 알타리도 한참동안 드시라고 푸짐하게 싸가지고 갔더니
시고모님께서 고맙다고 몇번씩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오늘 새벽 두시까지 만든 따끈따끈한 반찬들이에요. ^^
나눠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낮에 장을 봐왔어요.
소고기 세근으로 장조림을 만들고, 오징어채는 한봉지 무치고,
연근은 1.5키로 졸이고, 파래는 여섯덩이로 부지런히 반찬을 만들었어요.
친한 친구가 수요일에 수술을 해요.
수술을 하고 삼일동안 병원에 있어야 한다는데
식구들 먹을 반찬 걱정할까봐 반찬을 몇가지 만든 거였어요.
내일 아침에 친구집앞에 슬쩍 놔주고 오려구요.
친구는 덤덤한데, 왜 제가 더 떨리고 걱정이 되는지 모르겠네요.
친구에게 가져다줄 반찬을 만들었더니
저희집이랑 친정부모님 반찬도 자동적으로 채워졌습니다. ^^
3-4일은 솔이네랑 승민이네랑 우리 친정집이 모두 같은 반찬으로 상을 차리겠네요.
예전에 부녀회장님께서 음식을 만드셔서 주위사람들에게 막 퍼주시길래
제가 "회장님, 사람들한테 다 주시면 회장님은 뭐 드세요." 라고 했더니
회장님께서는 "음식은 남아서 주는 게 아니에요.
원래 음식 만든 사람이 적게 먹고 남에게 나눠 주는 거에요."
라고 하셨어요. 그 말씀의 여운이 한참동안 제 마음속에 머물러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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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빨 좋으신 우리 82 식구님들,
제 친구가 무사히 수술 잘 마치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마음 속으로 기원 부탁드립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저도 이만 자러 갈께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