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사 중에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중년 여성은 몇 명이나 돼?”
직장인 친구 몇 명에게 물었다. 예상대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숫자가 나왔다. 이들은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 시기는 대학교에 입학하는 여학생 수가 급증한 때이기도 하다. 교육통계연구센터의 교육통계연보를 보면 전국 대학교에 입학한 여학생 수는 1970년 9523명, 1975년 1만5523명에서 1981년 4만7866명으로 크게 늘었다. 그런데 이들은 또래 남성과 같은 교육을 받았지만 이후 삶의 방식은 크게 달랐다.
흔히 중년 여성을 일반 기업에서 보기 힘든 이유로 유리천장, 조기퇴직 등을 꼽는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당시 대학을 졸업한 여성이 취직하는 것 자체가 드물었다는 것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은 대학을 졸업하면 직장을 갖지 않고 바로 결혼하거나, 일을 하더라도 1~2년 후 임신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2. 27세도 노처녀…대학 졸업 후 전업주부로
대졸 여성이 취업을 원해도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1980년대 들어 고학력 여성이 갑자기 늘면서 이들을 다 받아줄 만한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았다. 공장 노동자, 봉제사, 미싱사 등 육체노동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많았지만, 대졸 여성은 이를 원치 않았다. 주로 일을 하더라도 학교 교사를 하거나 간혹 대학교수가 됐다. 기자가 만난 취재원 상당수가 교사자격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들은 “워낙 취업이 어려우니 교사를 꿈꾸지 않는 이도 너도나도 교사자격증을 취득했다”고 전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배은경 교수는 “직장에서 자아실현을 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여성들도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워낙 적으니 좌절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대학에서 남성과 똑같은 교육을 받았지만 사회 진출 문턱은 그 높이가 확연히 달랐다”고 설명했다. 취업 대신 결혼을 택한다는 뜻의 ‘취집’이라는 말도 이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3.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이 세대 여성들은 많은 교육을 받은 데다 이전 세대보다 가사노동 부담이 줄어 거의 모든 에너지를 자녀 교육에 집중한다”고 분석했다.
요즘 여학생들이 ‘알파걸’로 불리며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40, 50대 엄마의 힘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석희 씨 역시 “나는 대학까지 졸업하고도 주부로 살고 비합리적인 관습도 견뎌냈지만, 내 딸은 나와 다른 삶을 살게 하고 싶다”며 “이런 생각을 하는 친구가 많다”고 전했다.
4. 중년 여성들은 대개 자식이 진학, 취직, 결혼 등을 통해 자기 길을 가게 되면서 정체성을 상실하는 일명 ‘빈둥지 증후군’을 앓는다. 전문가들은 특히 우리나라 주부들이 이런 증상을 더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자녀 교육에 몰두했던 에너지를 끝도 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쓰는 점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배 교수는 “깊이 있게 배운다기보다 문화센터를 옮겨 다니며 이것저것 배우는 것은 일종의 학원 쇼핑이자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오랜 시간 직장 경력이 단절됐지만 교육 수준이 높고 인생의 경험도 풍부한 편이다. 사회적으로 활용할 만한 방안을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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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이녀 취집이냐, 사회적 활용 방안 없을까
음.. 조회수 : 196
작성일 : 2011-02-21 11:12:49
IP : 152.149.xxx.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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