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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당신에게 저는 뭐였나요?

며느리 조회수 : 4,683
작성일 : 2011-02-19 16:41:56
83세 시어머니가 계십니다.
파킨슨병이 심하셔서 걷기가 불편하신데, 걷다 넘어지셔서 다리 골절로 더욱 거동을 못하십니다.

자녀는 1남6녀, 저는 외며느리입니다.
이렇게 자식이 많아도 아무도 모실 사람이 없습니다. 관계가 안좋아서가 아니라 모두들 그럴만한 사정이 있습니다.
위에 시누이들은 다 60세 넘어 자신들의 손자손녀 봐주시거나,
본인이 암투병등...아래 시누이들도 다 직장생활 합니다.
우리집은 결정적으로 남편이 장애인입니다. 생계를 제가 책임지고 있답니다.

어머니는 요양원에 계십니다.
지난 토요일에 요양원에서 전화가 와서 눈병이 걸리셨으니 병원에 모시고 가라고 했습니다.
가보니...눈에 눈꼽이 잔뜩 끼어서 눈도 못뜨고,
기력이 너무 없는 분을 요양사와 밀고 당기고 겨우 차에 태워 안과로 가다보니
이건 눈병이 문제가 아닌 듯해서...종합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혈액검사, 소변검사...여러 검사결과...폐렴, 결막염에 제일 심각한 건 요로염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열도 별로 안나고 기침도 별로 안하고...그러니 요양원에서도 눈병만 있다고 생각했나봅니다.
응급실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새고도 다음날 낮에야 병실에 갈 수 있었습니다.

병원에 입원하고...어떡할까...간병인을 구하나...시누이 모두들 간병인을 쓰라고 했지만
의사가 병력에 관해 물어보는게 많은지라...며칠은 내가 하고 입원이 길어지면 간병인을 쓰려고 했어요.
하던 일 문닫고, 집도 방학 중인 아이들에게 맡기고.

어머니는 입원한 지 하루가 지나 기력을 되찾고 눈도 뜨셨습니다.
아들, 딸, 사위...전부 왔습니다.  
다행히 모두들 알아보시네요.
그런데...
저만 못 알아보십니다.
빤히 쳐다보시며...‘아줌마는 어디서 왔어요?’하시는데...
어머니가 지금 장난을 하시나...했습니다.

5박6일동안 잠도 제대로 못자고
딸들도 안하는 똥기저귀를 손에 묻히고 옷에 묻히면서
하루에도 4-5개씩 갈아 채우며
아픈 어깨로 어머니 일으켜 세워 밥 먹여드리고 닦아드리는데...
나를 알아보지도 못하는 어머니가 황당스러워서
저는 정신적으로 상처받고 기분도 나쁘고 힘이 빠져서 아무 일도 못하겠는겁니다.
모두들 치매인가보다...하면서 환자가 하는 소리에 상처받지 말라고 하시는데
안 당해본 사람은 제 심정 절대로 모르실거에요.
그러다가도 누구 당신 자녀가 오면 잘 알아보기에
꼭 내게는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았거든요.

생각보다 빨리 퇴원은 하셨습니다.
다시 요양원에 모셔다 드리고 나오는데 눈물이 나오데요.
고집세고 어거지도 잘부려서 평생 마음에 상처를 주더니 이제는 이렇게 상처를 주는 어머니가 정말 밉고 싫은데...
저렇게 몸 아프고 정신없고 치매에 걸리신게 불쌍하기도 하고
나는 그동안 당신에게 뭐였나...파출부? 하녀? 분노가 치밀기도 합니다.

당신 아들만 잘나고 늘 나를 하찮게 여기더니
당신 무의식 속에는 내가 늘 그런 존재였나 봅니다.

어머니! 이번에 저의 마지막 효도입니다.
다시는 어머니 간병하느라 밤새우지 않을거구요, 똥기저귀도 다시는 갈지 않을겁니다.
이렇게 마음 속으로 소리쳐 보는데
한편으로는 한 인간이 마지막 길을 걷고 있는데 이래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 싶습니다.
    

IP : 175.198.xxx.195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2.19 4:53 PM (175.115.xxx.69)

    너무 서운해하지 마세요
    그렇게 잘해드리는데 못알아 보시는게 아닙니다.
    나중에 안하신다해도 또하시게 되더라구요
    저도 지금 님과 같은 입장이니까 말할수 있는겁니다
    환장하지요. 다른자식이오면 곰살맞게 잘하셔도 나에겐
    그러지 않으시니 말입니다.
    의사선생님 그러시더라구요 . 제일 믿고 고맙고한걸 다아신다고...
    어찌보면 참 불쌍하시고 다음엔 안가 안할거야하면 어느샌가
    또 요양원가려고 준비하고있는 한사람입니다
    제가 토닥토닥 해드리고 싶어집니다
    여러모로 힘드시지만 힘내세요.. 그런분들이 많으시니까요^*^

  • 2. .
    '11.2.19 5:07 PM (114.203.xxx.33)

    울언니랑 같으시네요.
    참 이상하게도
    다른 사람이 오면 멀쩡하고
    언니 앞에서는 이상한 짓을 너무 많이 해서
    언니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힘든걸 과장하거나 거짓말 하는 것처럼 되어서
    그게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자기 골탕 먹이려 일부러 그런것같다고
    하던데요.
    제 생각에는 님 한테 그런 거는 그 와중에도 면목이 없어서 그런거 같아요.
    님! 너무 힘들어 마세요.
    울 언니 시어머님은 돌아가셨어요.
    언니 많이 서운해했어요.

  • 3. .
    '11.2.19 5:16 PM (121.124.xxx.126)

    아~ 정말 뭐라 말씀드릴지.. 대단하시네요. 그리구 원글님 복받으실꺼에요.
    지금은 못알아보셔도..
    떠나실때 원글님을 가장 애틋하게 생각하실꺼에요. 마지막엔 온전한 정신이 돌아온다잖아요.

  • 4. ,
    '11.2.19 5:17 PM (221.158.xxx.244)

    원글님 많이 속상하시겠어요... 그런데.. 그 분들은.. 자신이 낳은 자식이잖아요...
    속상하더라도 맘 푸세요...

  • 5. 사람은
    '11.2.19 5:53 PM (222.237.xxx.83)

    몰라줘도 원글님 고운마음은 하늘이 알겁니다. 자녀분들이 복받으실거예요.

  • 6. ..........
    '11.2.19 6:03 PM (114.207.xxx.137)

    너무 서운해 마세요
    저희 시할머니가 그러셨어요
    40년을 같이산 저희 시어머니만 못 알아보더라구요
    돌아가실때까지..
    저희도 참 의아했었어요..

  • 7.
    '11.2.19 6:13 PM (124.55.xxx.133)

    윗분들 얘기처럼 님에게 제일 미안하고 면목없어서 무의식중에 미안한 맘이 그리 나오는거 아닐까요...너무 서운해하지 마시고요..아마 님의 고운 마음씨와 희생은 나중에 꼭 보답받을거에요..

  • 8.
    '11.2.19 6:15 PM (175.124.xxx.160)

    복 많이 받으세요. 눈물납니다. ㅠㅠ

  • 9. 절대절대
    '11.2.19 6:25 PM (125.182.xxx.57)

    속상해 하지 마세요.
    돌아가신 외할머니께서 젊어서 혼자 되어 엄마와 외삼촌- 남매를 고생 고생하면서 키웠어요.
    머리 좋고 공부 잘하던 엄마가 중학교를 그리 가고 싶어했다는데
    할머니와 둘이서 호롱불 아래서 삯바느질로 외삼촌을 공부 시켰고 외삼촌 잘되었어요.
    그후 엄마는 결혼해서 아버지의 일이 잘 안되어 오랫동안 생활고에 시달렸는데
    외삼촌댁에 계시던 할머니가 늘 마음이 아파하고 엄마를 그리워 했어요.
    살짝 치매기가 있었는데 돌아가시기 직전에 엄마가 병원에 갔더니 엄마 손을 잡고 그랬어요.
    "니 엄마는 왜 안오나? 돈이 없어 못오나? 내 죽고 난뒤 와서 울지말고 한번 오면 안되나?"
    다른 식구들 다 알아 보면서 오매불망 기다리던 외동딸의 얼굴만 못 알아보신거예요.

    그때 알았어요.
    너무나 특별한 사람도 못알아볼 수 있음을.

  • 10. ㅂㅂ
    '11.2.19 6:25 PM (122.32.xxx.71)

    복 받으실거에요..

  • 11. 혹시
    '11.2.19 6:29 PM (116.39.xxx.198)

    정 떼려고 가려고 그러시는건 아닐까요?
    원글님 정말 고생많으세요.
    고생도 많고 또 그만큼 미운정도 많으실거예요. 또 그만큼 미련도 많으실테고.
    그거 생각해서 무의식중에라도 정떼려고 그럴수도 있을거라고 봅니다.
    원글님이랑 원글님 자녀분들에게 그 복 다 갈겁니다. 너무 서운해마세요.

  • 12. 치매오시면
    '11.2.19 6:37 PM (125.57.xxx.22)

    본색이 드러나십니다. 아들 며느리 몰라봐도 아들차 타고 갈때는 똥 안싸다가 며느리가 차 몰고 갈 때만 똥 싸신다는 시어머니도 있어요. 무의식적으로 며느리는 남이라는 잠재의식이 있다는거 저는 종종 뼈저리게 느낍니다.

  • 13. ...
    '11.2.19 6:53 PM (112.170.xxx.186)

    남의 핏줄한테 잘해줘서 뭐하나 싶은 맘 드네요..
    모시던 안모시던 딴 형제들은 다 뭐한대요?
    앞으로 나서지 마세요.. 정말..

  • 14. 치매
    '11.2.19 7:47 PM (221.138.xxx.206)

    치매라는게 기억이 옛날 그 어디쯤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원글님을 며느리로 들이기 이전의
    그 어느날에 멈춰 있어서 그럴겁니다...

  • 15. .
    '11.2.19 8:28 PM (222.233.xxx.190)

    맘 푸시고 속상해하지마세요. 주변에서보니 그렇게 심신이 많이상했을때 형제들도 못알아보고 자식들만 알아봤어요. 그러려니하고 가실때까지 맘가는대로 대해주세요..나중에 후회하지않도록...

  • 16. 가로수
    '11.2.19 8:57 PM (221.148.xxx.189)

    너무 섭섭해하지 마세요
    우리친정어머니는 아들넷에 외동딸인 저만 못알아 본답니다
    오히려 사위이름까지 기억하고 제딸도 그이쁜거.. 하면서도 금지옥엽이라던
    저만 못알아봐요
    매주 찾아가서 몇시간씩 같이 먹고 놀다오는데도 모르세요
    전 우리엄마에게 제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도 절 기억못하세요
    상처받지 마세요 좋은 며느님이시네요

  • 17. 원글
    '11.2.19 10:06 PM (175.198.xxx.195)

    위로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그런 분들이 많으시다니 섭섭함이 좀 풀어지네요.

    며느리가 가족인가 아닌가...82에서도 논란이 많았지만
    가족은 아니고...그저 우리집에 들어 온 사람...아들과 같이 사는 사람...정도인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무의식 깊은 곳에까지 들어있는 존재는 아닌...의식해야만 알 수 있는 존재.

    그래도 내가 당신에게 간병은 잘했는지
    퇴원할 때...'내가 전화하면 또 오세요' 하더군요.
    그 정도로 만족해야 할까봐요.

  • 18. 지나가다
    '11.2.19 10:13 PM (112.146.xxx.23)

    글속에 원글님의 선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네요 ㅠㅠ
    아무리 남이라 해도 어찌 그런 선한 마음을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아마도 위에 여러분들이 말씀하신 그런 사정이 아닌가 하네요.
    상처받지마시고 힘내세요!!!

  • 19. 치매
    '11.2.20 11:13 AM (112.186.xxx.168)

    원글님의 시어머니는 치매이신 거예요.
    치매이시니까 정상인이 살짝 기억력이 감퇴하신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원글님은 마음이 맑으신 분 같은데요,
    치매이신 분이 못 알아보는 거 그냥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하심이 옳으세요.

    저희 시할머니는 저희 남편을 너무도 끔찍히 사랑하셨거든요.
    그런데 돌아가시기 전에는 저하고 남편이 가면
    뉘시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그렇게 사랑하던 손자도 못 알아보시고는.
    그런데 당신의 아들과 딸은 다 알아보시더군요.
    그나저나, 저하고 남편도 언젠가는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도 못 알아보도록 살 생각을 하면
    너무 허무하네요.
    아예 미리 유언을 써서 공증을 할까요? 서로를 못 알아보는 치매에 걸리면
    그냥 요양만 해주다가 존엄사하도록요. 심폐소생술 같은 건 절대 하지 말아달라구요.
    저는 정말 그렇게 치매 결려서
    나의 인격이 모두 없어진채, 사랑하는 사람도 못 알아보면서 목숨을 부지한다는 건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 예의가 아닌 것이고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만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싫네요.

  • 20. 감사
    '11.2.20 2:01 PM (180.68.xxx.159)

    글읽으면서 눈물이~~ 자식도 아닌 며느리 입장에서... 에효... 원글님 모든것은 내가 뿌린대로 거두어 드린다고 하잖아요.. 어머님이 그러시는것 너무 서러워 하지말고 정성으로 간호해주시는 복 .. 원글님이 언제가는 보답받을날이 꼭 올거라 생각합니다.. 원글님이 받지 못하면 원글님의 귀한 자녀들에게 그복이 돌아가리라 믿어요..
    병간호 정말 힘든일인데.. 마음 에 상처 입지말고 힘내시고, 진심으로 간호해 드리세요.. 원글님 화이팅입니다..

  • 21. 토닥토닥
    '11.2.20 2:31 PM (180.182.xxx.12)

    펑펑 소리 내어 많이 우시고 후련해지셨으면 좋겠네요.
    그냥 몸 고생이 아니라 마음 아픔까지 감당해야 하는 치매 병수발.
    며느리니까 해 낸다는 걸 이 세상 시어머니들이 처음 며느리 들였을 때 알 수 있으면
    며느리한테 그렇게 가혹하게 하는 일은 최소한 없을 텐데... 싶습니다.
    복 받으려고 하는 거 아니고 인간의 도리를 다 하려고 하시는 것이겠지만,
    복 받으실 거예요. 힘내세요.

  • 22. 미소
    '11.2.20 3:06 PM (125.176.xxx.22)

    윗님 말씀처럼 시어머님의 기억이
    '원글님을 며느리로 들이기 이전의
    그 어느날에 멈춰 있어서 그럴겁니다... '
    라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원글님 마음과 몸이 많이 고단하시겠지만
    힘내시기 바랍니다.
    복받으실꺼예요^^

  • 23. 슬퍼라~
    '11.2.20 3:07 PM (221.151.xxx.35)

    제 친구, 친정어머님 투병하실 때 혼자서 병원에서 숙식하면서 간병했어요.
    나중에 가족들 다 모여서 한 명 한 명 이름 부르면서 마지막 인사 나눴는 데, 친구만 못 알아보셨데요. 막내 딸을 보고 이 분은 모르는 분이 정말 고마운 분이라고.
    평소의 고마운 정도와 상관없어요.
    병 인데 어쩌겠어요, 원글님 정말 착하신 분 같아요.
    위로드려요, 토닥토닥^^

  • 24. 서운해도
    '11.2.20 3:33 PM (221.154.xxx.208)

    원글님! 시어머니가 몰라도 하늘이 아니까 섭섭해 마세요.
    반대로 시어머니가 다른사람 다 몰라보고 며느리만 찾아도 힘드시잖아요.
    그렇게 정을 떼고 얼마 못가서 돌아가실 수 있어요.
    그냥 본인이 하고 싶은대로 효도하시고 섭섭해 마세요.
    인연이 거기까지고 그것이 시자들의 한계인가보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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