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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진짜 이해가 안 되었던 표현들

깍뚜기 조회수 : 1,417
작성일 : 2011-02-16 14:37:54
한글을 떼고 국민학교에 들어가 제 딴엔 '논리'라는 걸 알게 된 때
혼자 곰곰히 생각해도 풀리지 않던 신비스럽던(?) 표현이 몇 가지 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런 표현을 쓰는 문맥이랄까, 어른들의 관용어이기도 한데
곧이 곧대로 알아들으려 하니 이해가 안 되었던 거죠 ㅋ

1) 올 해는 무슨 띠가 좋다, 무슨 띠는 나쁘다.

아니 그럼 우리반애들은 '빠른 태생' 몇몇 빼고 다 같은 띠인데 이번 시험의 운명은 어찌 된다는 것인가.
친척 언니는 올해 대학 시험을 치르는데 전국민 같은 띠 중에서 과연 누가 붙고 떨어질 것인가.
다른 띠 애들, 그러니까 재수생과 '빠른~'애들이 다 붙는건가.
띠는 12개 밖에 안 되는데 올 해 무슨 띠가 좋으면 나머지 11개 띠 전국민은 다 망하는 걸까.


2) 부모 복, 남편 복, 자식 복

외할머니가 늘상 읊으셨던 표현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외갓집에 가면 제가 외할머니 말씀을 재밌어해서
쌩뚱맞게 받아치면서 말동무도 많이 했는데...

'부모 복 없는 녀ㄴ, 남편 복 없고, 남편 복 없는 녀 ㄴ, 자식복도 없다'

할머니가 뭔 말씀을 하실 때마다 래퍼들이 '아임 요~어쩌구' 시그너처 각운처럼 저 말로 당신의 한스런
세월을 시작하시곤 했죠.

그렇다면 할머니의 부모님의 복은 어떻게 결정된 것인가, 할머니의 부모님의.... 남편복도 없다고 하시는데, 할아버지의 부모님의 복과, 그 부모님의 복은... 올라가고 올라가면 제일 처음 복이 없었던 사람은 왜 복이 없게 된 것일까. 최초의 인간은 누구이며, 그는 왜 불행했던 거지??
게다가 할머니의 자식들도 제 각각인데 누군 복이 더 있고, 누군 더 없는 것일까.

결정적으로! 우리 엄마 입장에서는 복이 없는 할머니를 엄마로 두었기 때문에 우리 엄마도 복이 없는 것이고,
엄마는 남편복도 없고, 자식복도 없다는 결론인데, 나는 엄마에게 복을 앗아가는 존재가 될거란 뜻일까.
그럼 결국 나도 불행해지는건데, 내가 누군가와 결혼하면
'부모 복 없는 녀ㄴ, 남편 복 없고, 남편 복 없는 녀 ㄴ, 자식 복도 없다' ===> 무한반복 ㅠㅠ

비관적인 운명론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느낌.

어짜피 인생이 결정되어 있는 것이라면, 나는 열심히 살아도 소용이 없다는 것일까.
꿈벅꿈벅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머릿 속으론 참 복잡한 생각이 오갔거든요.
그런데 또 할머님 말씀의 대단원은 '그래도 ** 야, 넌 잘 돼야지'

이러시는데, 국딩의 어리숙한 논리로는 '절대 내가 잘 될리는 없는 거잖아요' 흑.
그렇게 피곤함 끝에 할머니 옆에서 잠이 들었던 기억이 꽤 되었어요.


3) TV 프로그램이 끝날 때 화면 밑에는 꼭 '다음 이 시간에...'라고 나오잖아요.
어라, 저 프로그램이 7시에 시작해서 지금 8시에 끝나는데,
다음 이 시간이라면 내일 8시에 시작한다는 말이고, 그럼 9시에 끝나면
또 다음날 그 시간은 9시이고....
시작하는 시간이 매일 한 시간씩 뒤로 밀리면 우앙 ㅠㅠㅠㅠㅠ
이상하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는 걱정이 없어서 그런가, 별게 다 걱정이었던 것 같아요 ㅎㅎㅎ
IP : 163.239.xxx.205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2.16 2:40 PM (116.37.xxx.209)

    비관적인 운명론의 소용돌이 ㅋㅋㅋㅋ

  • 2. .
    '11.2.16 2:42 PM (116.37.xxx.204)

    올라가고 올라가면 제일 처음 복이 없었던 사람은 왜 복이 없게 된 것일까. 최초의 인간은 누구이며, 그는 왜 불행했던 거지??
    정말 최초시작은 누구였을까요?

    3번은 저도 공감.
    국딩이었던 저도 그 생각했어요.^^

  • 3. ㅋㅋ
    '11.2.16 2:48 PM (210.101.xxx.100)

    3번은 정말 공감!
    그리고 어른들이 뜨거운 목욕탕에 들어가면서 아이고~ 시원하다~ 그러는거..
    그것도 이제는 이해가 되네요 ㅋㅋㅋ

  • 4. ㅋㅋ
    '11.2.16 2:48 PM (210.101.xxx.100)

    아 그리고 얼큰한 국물 드시면서도 아이고~ 시원하다~ ㅋㅋ

  • 5. 웃긴다
    '11.2.16 2:56 PM (1.227.xxx.68)

    저도 국딩때 가요 들으면
    당신이 떠난후에~, 왜 날 떠났나요? 맨 이런 가사라서
    우리집은 이사도 안해보고 어디 가본적이 없는대
    남들은 여행도 이사도 자주 다니나보다 부럽다 했어요 ㅋㅋ

  • 6. 막말이 아닌데
    '11.2.16 3:01 PM (218.50.xxx.182)

    막말했다고 화내던 삼촌ㅋ
    삼촌이 제대해서 울 집에서 잠깐 지내던 시기에 삼촌 친구가 놀러왔다가 삼촌이랑 뭔 일로 서로 다툼이 있었던지 삼촌더러 [잘 먹고 잘 살아라]하고 갔는데..
    삼촌이 엄마더러 00가 자기더러 막말 하더라고 했던 말..
    잘 먹고 잘 살라는데 왜 막말이라는거지???로 삼촌=이상한 사람으로 오래동안 단정지었던 일!

  • 7. ㅋㅋㅋ
    '11.2.16 3:06 PM (121.130.xxx.42)

    울 할머니랑 사촌고모가 맨날 육촌오빠 대입 낙방을
    삼재 때문이라고 하시더군요.
    재수 삼수 했는데 기어코 원하는 대학에 못들어갔는데 (무려 설 공대)
    제가 10살 정도였는데도 이해가 안가더라구요.
    아니 대체 그 오빠만 삼재고 다른 수험생들은 모조리 다른 띠란 말인지.
    그 오빠가 혼자 월반했거나 학교 몇년 늦게 들어간 게 아닌 이상
    왜 자꾸 삼재 타령인지.
    그리고 왜 떨어진 사람들은 몽땅 어디 대 무슨 과 쳤는데 낙방했다는 걸 훈장처럼 내세우는지
    진짜 설 법대 칠 정도였다면 (예비고사 본고사 있던 시절 이야기임)
    왜 다른 대학은 안된건지?????

  • 8. 저도
    '11.2.16 3:08 PM (203.232.xxx.3)

    삼재는 진짜 우스웠어요.
    그리고 또 정말 이해 안 되었던 말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도대체 씨나락은 뭐며, 귀신이 왜 그걸 먹으며, 그걸 먹을 때 내는 소리는 무슨 소리냐..
    혼자서 곰곰히..

  • 9. ...
    '11.2.16 4:02 PM (203.249.xxx.25)

    원글님....너무 똑똑했던 것 같아요...ㅋㅋㅋ 재미있네요.

  • 10. 쓸개코
    '11.2.16 4:19 PM (122.36.xxx.13)

    '부모 복 없는 녀ㄴ, 남편 복 없고, 남편 복 없는 녀 ㄴ, 자식복도 없다'
    → 이말 저도 싫어하는 표현이에요^^; 무한반복이자나요 정말~
    저도 이해안되는 표현 하나 있어요.
    사투린데요,
    부모님이 전라도 고향이신데 엄마가 친한아주머니들이랑 헤어질때
    올라갑시다잉~, 갑시다잉~ 이표현이 신기햇어요~ㅎㅎ
    헤어지는데 또 어딜가는지 잘가란 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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