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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나쁜 며느리입니다.

통통곰 조회수 : 2,225
작성일 : 2011-02-08 18:55:40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예요.
그런데 같이 살면서 어느 순간 완전 지쳐버렸어요.
객관적으로 충분히 지치게 행동하셨어요. 여기 계신 분들이 입을 모아 이혼 안하는 네가 바보다 할 정도로.
나중에는 어디 나가 죽고 싶다 생각될 정도로.

그래서 어머님께, 어머님 소원대로 아들과 이혼해 드리고 애들 데리고 나가겠다 했는데
(제게 직접 그러셨거든요. 내가 아들에게 말해서 너 이혼시키는 건 쉽다. 내가 참아서 이혼 안당하는 줄 알아라..)
그 날은 완전 난리도 아니더니 며칠 후에 갑자기 남편 앞에서 저를 불러 말씀하시는 거예요.
네가 날 오해한 거다, 내가 널 얼마나 아끼는지 아냐.
그 이후 반 년 더 지났는데 이전같이 행동 안하세요. 조심하시죠.

새해도 되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으니 조금 더 살갑게 대해드려야 하지 않을까 했어요.
그런데 막상 그 분 얼굴 보면 무슨 말도 하고 싶지 않아요.
아침에 출근 인사를 해요. 그럼 웃으면서 말씀하시죠.
날 추운데 조심하고 잘 다녀와라.
'네.' 그 말 이상은 못하겠어요. 이 분의 예전 모습이 떠올라서.
퇴근 인사를 하면 힘들었지? 고생 많았다 하세요.
이 때도 역시 '네' 이상은 말씀 못드리겠어요.
저 애 낳고 몸 아플 때 돈 벌어오라고, 요즘 며느리들 돈 벌어오는 거 당연하지 않냐 악다구니 하시던 모습 떠올라서.
그러시면서 시동생 회사 그만 두니 잘했다고, 몸 상하면서 회사 다닐 필요 있냐 하신 모습이 겹쳐 보여서.

남편 통해 용돈도 드리고, 생신이나 제사 등의 행사도 챙깁니다.
그렇지만 제가 말을 거는 일은 없어요. 길게 대답하는 일도 없죠.
전할 말이 있으면 남편 통해 해요.

게시판에 고부 관련 글에 가끔 그 분과의 관계를 신랄하게 쓴 댓글을 달아요.
그리고 종종 내가 이래도 되나 생각하죠.
이제 그 분은 예전같이 행동하지 않으시는데, 평생을 미워하고 살 수도 없을텐데 하고.

하지만, 지금도 그 분이 제게 다정하게 말씀 거실 때마다 위선자란 생각이 듭니다.
그 마음에 담긴 말들을 나는 이미 다 들었는데.
똑같은 입으로, 마치 한 번도 그런 폭언은 하지 않은 양 웃으며 저런 말씀을 하실까.

네.. 저도 나쁜 며느리예요.
IP : 112.223.xxx.51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1.2.8 7:04 PM (222.111.xxx.145)

    님 충분하게 그럴 자격 있으세요
    결혼한지 얼마나 되셨는지 궁금하네요
    전 이제 11년 되었는데 저희 어머니랑 님과 똑같이 지내고
    있거든요
    첨엔 님처럼 마음에서 약간에 갈등(?)이 일어나고 했거든요
    헌데... 그것도 세월가니 편해지더라구요
    이젠 연로하신(?)어머니가 제 눈치를 보고 계십니다.

    전 장남인데 신혼여행갔다온 첫날 새벽 5시 30분에 깨우시더라구요
    아침하라고.. 일어났더니 남편옆에 누워 더 주무셨구요
    아버님 첫 제사날 막걸리 3병 드시고 제 치마에 다 토하시고
    남편 끌어안고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하면서 엉엉 우셨죠...
    결정적으로 회갑잔치날 잔치는 안하고 온 식구 장남 돈으로 콘도에 놀러갔는데...
    또 술 드시고 저랑 남편에게 서운한거 이야기 하시다 엉엉우니
    남편의 남동생이 우릴 잡아먹으려고 하더군요 상이 다 엎어지고 난리도 아니였습니다.
    그 뒤로 님처럼 네네만 하고 살아요

    지금은 저희 용돈으로 사시구요
    저 사실 어머니 얼굴도 잘 안쳐다봐요
    그래도 전 나쁜 며느리 아니라고 생각해요
    며느리가 다 착할 필요는 없죠

  • 2. 푸른바다
    '11.2.8 7:07 PM (119.202.xxx.124)

    저 세상에서 모든 거 다 자신 있어도
    시부모랑 한 집에 같이 살 자신은 없는 사람이에요.
    시부모님 평범하신 분들이지만
    사흘만 같이 살면 숨이 막혀 죽어버릴 거에요. 아마.
    그래서 같이 사시는 분들 정말 대단하다 싶어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이런 상태로 계속 사시지 않았음 좋겠어요.
    분가 하세요.
    이대로 가다가는 님 영혼 다 파괴됩니다.
    어머니도 마찬가지죠.
    집 가까운 데 단칸방을 얻더라도 어머니 분가시키세요.
    인생 건강하게 살 수 있는거 65세까지랍니다.
    그 이후에는 관절염이다 뭐다 온통 아프고 고통스런 삶이죠.
    님 인생 몇년이나 남았다고 생각하세요?
    이렇게 감정 소비 하시지 말고 빨리 벗어나세요.
    님 인생이 너무 너무 아깝네요.

  • 3. 나쁜며늘2
    '11.2.8 7:08 PM (121.148.xxx.150)

    여기도 있습니다.
    결혼 막해서 매주 시댁 다닐때 재료 내놓으면 제가 만든 반찬 2~3가지 아주 쪼금
    싸놓고 주시더니 어느날 시아버지 무릎 꿀려 놓고 6시간 동안 반찬값에 대한 반대급부를
    말씀하시길래 저 기절 하는줄 알았습니다
    그 뒤로는 반찬 안가지고 옵니다.
    그외 숱한 일들이 너무 많아서...
    지금은 제가 반찬 해다 드립니다
    기가 차서 말도 안나온답니다.

  • 4. ..
    '11.2.8 7:21 PM (180.68.xxx.7)

    나쁜 며느리 아니에요.사람 다 거기서 거기고 좋고 싫은것도 거의 비슷하지 않나요?함께 사시는것만 해도 이미 엄청난 스트레스의 연속이실텐데 안좋은 추억들이 그리 많은데 당연한 반응이라고 봐요.저도 결혼 14년차지만 10년간 그놈의 기본도리 한답시고 이래저래 참고 살다 몸만 축나고 정신도 피폐해졌네요.안보고 산 지 3년 됬어요.남편도 학을 떼서 그런지 혼자라도 다녀오라 해도 본인부모형제인데도 부담스러워하고 싫어하네요.하긴 자식편애 하고 착하고 무른 자식한테 앓는 소리 하는거 아무리 아들이라도 싫겠지요.전 제 스스로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 전혀 안해요.모든 결과물에는 그만한 이유가 존재 하는거니까요.나쁜 며느리 아니세요.

  • 5. 매리야~
    '11.2.8 7:49 PM (211.33.xxx.209)

    통통곰님 오랜만에 오셔서
    반가운 마음에 클릭했더니
    마음 아픈 글이 보이네요.

    통통곰님. 가까이 사시면 정말 쐬주 한 잔 하고픕니다.

  • 6. 네네네
    '11.2.8 7:52 PM (121.166.xxx.240)

    저도 처음엔 좋은 며늘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효자인 아들 믿고 무엇이든지 저한테 떠넘기십니다.
    어떤 상황이 어머니한테 불리하면 제가 했다고 합니다.
    당신이 벌리신 일이 가족간에 분란이 일면 은근 슬쩍 저에게 미룹니다.
    그리고 아들에게 이야기를 비틀어서 얘기하십니다.
    이래저래해서 여러번 부부 싸움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죽일 년 됐습니다.
    두 동서들도 여러 번 당해서 우린 서로 동지(?)애로 뭉칩니다(웃기죠?)
    이젠 그려려니 해도 가끔씩 치밀러 올라옵니다.

  • 7. 저도 나쁜며늘
    '11.2.8 8:43 PM (175.116.xxx.66)

    저도 나쁜 며늘입니다. 16년 동안 같이 살면서 이웃도 없고, 친구도 직장맘이 주말에는 시부모계시다고 집에도 못와 서서히 떨어져나가 없고, 돈은...시어머님이 신혼초기에 관리한다고 가져가셔서 주식투자로 다 털어드시는 바람에 빚진 울 남편이 저혼자 관리한다해서 돈도 없이 삽니다. 있는건 은근한 싸움과 감정이죠.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는 동네방네 떠나가는데도 아이앞에서 고래고래 싸우십니다. 저는 그것만은 안하겠다고 다짐해서 입 뻥긋 안하고 살아요. 요즘 시어머니는 남편 대변인도 하십니다. 남편과 냉전하는데 대변인하면 미치겠어요. 남편이랑 싸워야하는데, 시어머니랑 싸우죠. 그것도 깨갱하고 말싸움 한번으로 꼬리내야 돼요. 제가 반찬 만들면 제 뒤 졸졸 따라다니면서 많다, 적다, 중간 점검까지 하십니다. 그냥 놔두면 될 걸 그리 잔소리 하십니다. 시어머니가 살림하시니 예쁜 그릇 없어요. 요즘은 밥짓고 빨래하고(빨래는 그분의 자존심이자 낙이라 제가 못합니다. 세탁기 돌려도 다 끌어내서 손빨래 하세요.) 운동하시느라 바쁘실텐데도 말소리만 나면 건건이 참견하십니다.

  • 8. 미투
    '11.2.8 9:51 PM (58.143.xxx.219)

    같이 살자고 하면 어찌하겠냐고 떠 보시는 시어머니...

    세상에서 나를 가장 무시하고 깐죽대는 사람이랑 한 집에 산다고 생각하니

    지옥문을 열고 들어가는 느낌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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