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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항사 승무원 고민하셨던 교대졸업생님, 보세요.

초보엄마 조회수 : 2,715
작성일 : 2011-01-02 11:40:18
제가 댓글을 달다가 애가 깨는 바람에...
그러고는 그만 집안일하고, 연말이라고 친정에 놀러와서 글을 잇지 못했어요.
글이 많이 넘어간 듯 하여 다시 새 글로 보내드립니다.

(그 댓글에서 말했던 것처럼)
젊은 시절의 치열한 고민은 사람을 깊고 아름답게 해줍니다.
님이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을 '헛된 망상'이나 '배부른 투정'으로 평가절하하지 마시고
기왕 고민되는 것, 처절하고 뜨겁게 고민하시길 바랍니다.
그 와중에 생긴 상처는 나중에 빛나는 훈장이 될 거에요.
특히, 고민의 끝에서 다시 교사의 길을 택한다 해도
치열한 고민 끝에 접어든 길과 어쩌다보니 들어서게 된 길은 질적으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요.
일단 님의 진지한 고민 자체를 즐기시면서 이번 기회에 나 자신을 잘 돌아보고 한 계단 성숙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드세요.

이제 현실적인 조언 조금 해드릴게요.
교대 임용고시가 아무리 어려워졌다한들 중등처럼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매달려도 3,4년이 기본인 그런 시험은 아닙니다.
특히 자신의 뜻이 확고해진 다음에 하게 되는 공부는 마지못해 하는 공부와 질적 차이가 있으므로
목표가 뚜렷하면 노력도 재미있답니다.
당연히 결과도 좋습니다.
그러니 지금 고민이 될 때, 과감히 다른 경험을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꼭 외항사 승무원이어야하는 건 아니지요.
(실은 제가 이쪽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직업을 갖게 되면 인생의 폭넓은 경험보다는 그 직업군의 조직 문화에 휩쓸리기 쉬워
님이 진짜 하고싶었던 '경험'을 제대로 못할 수도 있다는 점도 생각해보세요.
물론 그런 직업에 따른 문화도 넓은 의미에선 인생의 경험이 될 수도 있겠지만요.
그래서 저는 어딘가에 매어있거나 스케줄이 빡빡하고 조직문화가 강한 직업보다는
본인의 경제적 문제를 최소한도로 책임지주면서(이제 학교도 졸업했으니 부모님께 손 벌릴 수는 없지요)
20대만이 할 수 있는 일탈과 무모한 도전, 폭넓은 경험 등에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하셔도 좋겠어요.

그러고나면 뭔가 '나 자신을 정직하게 마주보는 일'이 가능해질 겁니다.
그러면 그 끝에 답이 나와요.
그게 정답입니다.

그럼에도 님에게 선배(?)로서 한 마디 더 붙이자면
그 고민의 끝이 교사의 길이어도 그리 나쁘진 않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직업적 안정성, 세간의 평가.... 이런 모든 것을 떠나서 참 좋은 직업입니다.
내가 풍부하면 풍부할수록, 내가 넓게 배우면 넓게 배울수록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나눠줄 수 있는 귀한 직업이에요.
그래서 감히 말하건대
엄마아빠가 시키는대로 모범생의 삶으로서 큰 고민없이 교대 들어가고 졸업하고 임용된 친구들보다
님처럼 중간에 삐딱선도 타보고 교직에 대해 의심도 해보고, 다른 경험도 해보려했던 친구들이
훨씬 더 좋은 교사의 자격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은 '폭넓은 경험자로서의 교사의 능력'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그렇게 선택한 교직은 '나의 양심과 소신'을 갖게 되기 때문에
좋지 않은 조직 문화나 불합리 때론 부당하기까지한 학교 안 어떤 문제들에 대해
좀더 당당하고 힘있게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을 거에요.
제 짧은 생각으론 이 두 가지, '폭넓은 경험자로서의 능력' 과 '교직에 대한 나의 양심과 소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거든요.

사족으로 덧붙인다면
자기계발 측면에서도 교직은 좋은 직업이에요.
물론 이런 자기하기 나름이지요.
정신없이 선배교사들 쫓아가다보면 자기계발도 교사로서의 양심도 흐지부지되기 쉬워요.
하지만 20대의 치열한 고민 끝에 선택한 길이라면 좀더 의미있고 단단하게 자신과 자신의 직업과
자신과 함께하는 아이들이 함께 성정할 수 있는 직업으로 만들 수 있죠.

저는 앞댓글에서 말씀드린대로
20대의 고민 끝에 다시 교대에 들어가 초등교사가 된 사람이에요.
그래서 이 직업에 대한 애착도 많고, 욕심도 있지요.
그런데 애를 낳고 (처음에는) 할 수 없이 휴직을 했어요.
학교를 쉬는 게 너무너무 싫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3년째 휴직을 연장하면서 휴직하길 잘했다 생각합니다.
단순히 내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육아에 올인하면서 지역공동체를 돌아보게 되고 엄마들의 마음을 알게 되고
건강한 육아관을 위해 공부했던 이 모든 과정들이
'교육'이라는 큰 길 안에서 결국 다른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랍니다.
교사란, 이렇게 모든 경험을 자신의 교육으로 녹여낼 수 있는 좋은 직업이에요.
그것이 꼭 육아나 여행이나 독서나 다른 직업적 체험이 아니더라도
때론 후회될만큼 어리석은 경험일지라도
'교육'의 틀 안에서 건강하고 빛나게 녹여낼 수 있죠.

후배님, 고민 열심히 하세요.
아프고 힘들 정도로 열심히 하세요.
그 답이 무엇이 되어도 그건 빛나는 결정이 될 거에요.
그리고 만약 님 같은 분이 후배교사가 된다면
뜨겁게 반갑게 안아줄게요.
저 역시 아직 한없이 부족해서 함께 공부해야하는 입장이지만요... ^^
IP : 221.148.xxx.104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렇게
    '11.1.2 11:47 AM (125.129.xxx.113)

    좋은 글 남겨주신 원글님,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제가 더 감동받고 갑니다.

  • 2. 로긴했어요
    '11.1.2 11:49 AM (112.155.xxx.26)

    아름다운 글에서 아름다운 마음이 묻어납니다. 감사합니다...

  • 3. 울딸이
    '11.1.2 12:42 PM (125.182.xxx.49)

    임용시험중입니다.교사가 아님 할게 없다구 투덜되는걸 보니 왠지 맘이 무겁더라구요.이글 읽으라 해야겠네요.

  • 4. 이렇게
    '11.1.2 12:54 PM (116.38.xxx.6)

    좋은 생각을 가지신 분이 선생님이시라니,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모든 말들이 들어있는 감동적인 글입니다.

  • 5. 맞아요
    '11.1.2 1:00 PM (175.116.xxx.87)

    교대 졸업하고 바로 학교에 임용된 교사들 보다 다른 직장에 다니다가 교사가 되고 싶어서 다시 공부해서 초등교사된 분들이 대체적으로 훨씬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열심히 지도하시더군요. 업무처리할 때도 능동적이고, 융통성있게 합니다. 그리고 육아휴직한 후에 복직한 교사들이 아이들을 훨씬 많이 이해하시고, 사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교사들도 10년마다 한번씩은 안식년이나 휴직을 할 수 있도록 하여 다양한 경험들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대 졸업하고 줄곧 학교 현장에만 있는 교사들 잘못하면 편협적이고, 자기들만 최고라는 우물안의 개구리가 되기 쉽상이더군요.

  • 6. 좋은 글
    '11.1.2 11:08 PM (112.153.xxx.145)

    오랜만에 정말 좋은 글 보고 갑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생각을 가지신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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