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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도 아빠는 보고 싶어서...
아버지 산소가 있는 충청도 지역은 눈이 어제까지도 많이 왔다기에 아이들을 데려갈까 고민하다가 혹시나 싶어 애들은 가고싶어 노래부르는 시댁에 어젯밤에 보내놓고는 일찌감치 잠을 잤어요.
오늘 새벽에 일어나 남편이 자는 사이 육수 내서 떡국 끓여 죽통에 담고 삼겹살 굽고 매실주 걸러서 작은 병에 담아 차례음식 마련해서 이거저거 준비해서 남편과 아침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해결하려고 일찌감치 서울서 나섰어요. 황태 밤 대추 이런 거 가져가는 건 문제가 아닌데 아버지 좋아하실 거 가져다 드리고 싶어서 저렇게 준비했네요.
그래도 고속도로는 길이 다 녹았더라구요. 아버지 공원묘원도 길을 다 치워 놓아서 언덕도 쉽게 차가 올랐어요. 오늘 같은 날에도 삶과 죽음은 반복되는지라 어느 댁 어른도 가족들과 이별하러 오셨더군요.
아버지께서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시면서부터 언젠가는... 하면서 남편과 주말마다 아버지 묻히실 곳을 찾아 몇 달을 다녔답니다. 살아계신 아버지를 두고 아버지 모실 곳을 찾는 건 참 못 할 짓이지만 나중에 급하게 정하느라 또 안 좋은 곳에 모시는 건 더 가슴 아플 것 같아 먹먹한 가슴으로 고르고 고른 곳이 지금 묻히신 곳이세요.
까탈이 많으신 친정엄마도 나중에 여기 묻히게 되어서 다행이다 그러실만큼 저도 우리 가족도 다들 맘에 든 곳...
눈이 어찌나 왔는지 종아리까지 푹푹 빠지고 아무도 지나가지 않을 길을 헤쳐 맨 손으로 아버지 상석에 눈을 치우고 닦고 화병에 꽂아둔 꽃의 눈도 털어주고...사위가 담은 매실주도 따라 드리고요. 전에 제가 아버지 드린다고 매실주 담았다가 그거 다 익기전에 돌아가셨는데...그래서 다시는 매실주 제 손으로는 안 담았는데 올해는 남편이 애들이랑 담더라구요.
하얀 눈이 어찌나 포근한지 이불을 덮고 계신 거 같더라구요. 새해 첫 날 아버지 만나고 와서 오늘은 참 행복하고 마음이 좋아요.
며칠 전에 젊은 할아버지가 크록스 털신 신고 신호등 건너던데, 그거 보면서 우리 아버지 저거 사다드리면 동네서 잘 신으셨겠다...싶고, 시아버지 목도리 뜨면서 우리 아버지도 이런 거 하나 못 떠 드리고 보냈네 싶고...며칠 전에 편의점에서 바밤바 보니 문득 한 번에 10개씩 사다가 냉동실에 쟁여두고 드시던 것도 생각이 나고...
아빠...너무 보고 싶어요...
1. *^*
'11.1.1 9:04 PM (114.202.xxx.230)돌아가신 부모님 보고싶은게 나이와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아.....눈물 나올라 그래요......
힘내세요.....2. plumtea님
'11.1.1 9:14 PM (211.41.xxx.187)우리의 인연은 참 길고.....
올해 첫 새벽을 아버지 뵈려 가는 길로 열고 .....
아버지는 언제나 멀리서 지켜보고 계실터이니
이제 홀로 남으신 어머님 잘 챙겨드리고 내내 행복하세요3. ㅈ
'11.1.1 9:42 PM (114.201.xxx.75)대학2학년때 아빠 돌아가시고 어언 15년여 시간이 흘렀네요...산소가 멀어서 명절때도 한두번 갔나;;;; 가서 아빠를 볼수있는것도 아닌데 뭘가,,,그러면서 산소가서 절한번 하는걸 늘 마다했네요...막내딸을 얼마나 이뻐해주셨는데,, 사위도 생기고 했는데 2월 구정땐 꼭 한번 가뵈야겠어여
4. 눈물만
'11.1.1 10:29 PM (112.150.xxx.92)저도 얼마전 아빠 산소에 다녀왔네요. 아빠 돌아가신지 6개월정도밖에 되지않았어요.
아직 어려서 죽음이 무언지 잘 모르는 아이들과 살아생전 참 이뻐하셨던 사위인 제 남편과
다녀왔습니다. 제 아버지 고향도 충청도라 선산에 모셨어요.
다행이 갔던날, 춥진 않아서 준비해갔던 과일과 술, 아빠 좋아하셨던 웨하스챙겨서
아이들과 절하고,, 아빠 무덤 왜그리 휑하던지,,낙엽과 잡초 치워드리며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네요.
아빠 살아계실때 좀 더 잘해드릴걸, 병원에 자주 찾아뵐걸,,후회가 산을 이루고 눈물이
강을 이루면 뭐하겠습니까..
저는,,못해드려 죄송한것보다 아빠와의 추억,,좋았던 것들만 더 생각이 나서
,,술한잔하고있는 지금도 주체할수없이 눈물이 나네요..
아........5. 그립다
'11.1.1 10:58 PM (86.138.xxx.167)전 돌아가신 아버지 까맣게 잊어버리고 살다가 제가 힘든일 있거나
술 한잔 마시면 갑자기 생각나서 "아빠~~ 아빠~~"하고 대성통곡합니다.ㅠㅠ6. 그리움
'11.1.2 2:33 PM (110.9.xxx.198)아빠
한번도 불러보지못한 호칭
아주아주 촌스러운 이름을 지어주시고 두살때 돌아가신 아빠
제 기억엔 없지만 아빠의 기억속의 저는 맘아픈 존재였지요.......
내가 저걸두고 어찌죽냐고하셨다던......7. plumtea
'11.1.4 1:43 AM (112.172.xxx.155)설겆이 하다가도 울컥 생각나는 아빠...
엄마에 대한 마음과는 또 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