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항상 사랑스럽고 저에게 힘이 되는 식구들.....
이어야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죠~ㅎ 저희 집 구타유발자들을 소개합니다.
첫번재 후보 - 중1 아들 녀석
휴일 낮에 아내와 딸아이가 동네 아줌마들과 극장을 가는 바람에 아들 녀석과
오랜만에 둘이 있게 되었습니다. 빈둥거리는 아들 녀석과 오랜만에 DVD 한편을
봤습니다. 스릴러물입니다.
영화에 집중하는 제 스타일과 달리 아들 녀석 처음부터 산만합니다.
"아빠 누가 범인이야?"
"아들~~아직 등장인물도 안나왔다...지금 영화 제작사 올라가잖냐.." 잠시후..
"아빠, 왜 죽었어?"
"아들~~쭉~ 보고 있으면 나중에 다 이해되니까 좀 진득하니 봐라~" 잠시후..
"아빠, 아까 그 부분 다시 돌려봐~~~~나 잘 못 봤어~~" 여기서 느꼈습니다.
어찌 그리 애미하고 똑같은지....영화 시작한 지 30분이 채 안 된 시점에서 폭탄 발언이 나옵니다.
"아빠~~~저 남자가 범인이야~~" 아들 녀석은 손에 들린 핸드폰으로 뭔가를 열심히 검색합니다.
"검색하니까 다 나오네" 그리고 아들 녀석은 핸드폰 게임을 합니다. 이런 놈이 크면 극장 앞에서
브르스 윌리스가 유령이네~~라며 소리 지를 놈입니다. 콱~~
두번째 후보 - 마흔 살 아내
마트에 들렸다 딸아이 패딩 잠바를 본다며 의류 매장으로 향합니다.
"송이 패딩 잠바 있잖아?" 올겨울 초에 장만해줬던 옷이 생각나서 물었습니다.
"그건 어두운 색깔이라서 좀 밝은색 하나 더 있어야겠데... 송이가~~~"
여기저기 매장을 둘러보며 자기가 옷을 입어 봅니다.
"핑크색이 잘어울려...송이가", "거위털로 사달라네..송이가", "어디 메이커로 사달라네...송이가"
말끝마다 송이를 강조합니다.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 핑크색 거위털 메이커 패딩 잠바를 아내가 입고 다니며 가끔 제 눈치를 보며
겸연쩍게 웃으며 혼잣말을 합니다.
"내 딸년이지만 까탈스럽기는.... 아무거나 입지.......가시나"
저도 혼잣말합니다........ "잘 어울린다... 큰 가시나야~~콱"
세번째 후보 - 80세 아버지
항상 무언가 부지런히 움직이시는 분인데 늘 식구들의 원성을 듣습니다.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새 아파트로 이사 온 첫날... 방에 콘크리트 못 다섯개를 박으시고 모자와 파리채 등을 걸어 놓고
흐뭇해하시다 어머니에게 3일 금식령을 받으셨던 분입니다. 이것이 바로 아버지의 3단 콤보중에
첫번째 신공 멀쩡한 벽에 못 박기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콤보 청테이프 신공입니다. 청테이프로 다 돌돌 말아 버립니다. 얼마 전 손잡이에
금이 간 청소기도 여지없이 청테이프 공격을 받았습니다. 전원 스위치까지 발라 버려서 감으로
전원 스위치를 누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아끼시는 화초 꽃대가 부러져도 얼마후 청테이프로
감겨 있는 꽃대를 발견합니다. 근데 신기하게 살아납니다.
세번째 신공이 모든 식구들에게 악명 높은 본드 신공입니다. 아내는 아버지를 제임스뽄드라고
부릅니다. 늘 손에 노란색 돼지표 본드를 들고 다니십니다.
화장실 타일이 깨져서 A/S를 신청했는데 어느날 노란색 본드가 삐져 나와 붙어 있는 타일을 발견한 어
머니와 부츠 뒷굽에 삐죽 나와 있는 노란색 본드를 본 아내와, 어그부츠에 딸린 하얀색 장식 방울에
붙어 있는 노란색 본드의 흔적을 본 딸아이....이렇게 세 여자의 공분을 한꺼번에 들을 때도 있습니다.
어제는 세 여자의 공격에 의기소침해 있던 아버지를 위해서 깜짝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얼마 전부터
제가 개인적으로 쓰던 조그만 상이 있었습니다. 상 위판과 다리 부분이 떨어져서 너덜거렸습니다.
허리춤에 상을 숨기고 아버지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물끄러미 쳐다보시는 아버지 앞에 상을 내려놓았
습니다.
"아버지 이거 못 보셨나 봐요? 며칠 전부터 떨어져서 불편했는데.........붙여 주실 거죠?"
뒷걸음질쳐서 나오는 저의 눈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아버지의 눈망울과 어느새 손에 들려진
노란색 본드....
그리고 전 보았습니다...........한 땀~~한 땀 본드를 바르시는 이태리 장인의 모습을......ㅎ
이런 가족들과 저는 내년 한 해도 분노하면서 살아갈 겁니다. ㅎㅎㅎ ~~~올 한해 마무리 잘하시고
행복한 새해 맞이하세요~~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저희집 구타유발자들,,,(펌글)
ㅠ.ㅠ 조회수 : 489
작성일 : 2010-12-29 10:14:38
IP : 203.250.xxx.223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ㅎㅎㅎ
'10.12.29 11:41 AM (121.163.xxx.198)재밌게 그리면서 읽었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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