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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금) 무개념 아줌마들 VS 무개념 조폭

노트닷컴 조회수 : 1,502
작성일 : 2010-12-27 01:57:20


영동고속도로.


여주 -> 서울 방향



숫자 12와 6이 큰바늘 & 작은바늘과 적나라한 스킨십을 이루는 정각 6시.


같이 낚시 안해주면 연말결재 절반만 해줄거라며 으름장(?) 놓던 자칭 '김회장' 게르세이와
별 관심도 없는 민물낚시를 이 추운 날씨에 3시간이나 같이 해 주고선, 차를 몰고 서울로 향하던 중 분에 못 이긴 갈증과 허기가 온 몸을 타고흐른다.


-여주 휴게소-


'먹고 가자, 기름도 넣어야 하고...'


혼잣말을 되뇌이고선 우측 깜빡이를 켜 놓고선 휴게소 방향으로 핸들을 꺾었다.


크리스마스 때문이었는 지, 여가를 즐기러 다녀온 인파로 휴게소는 그야말로 인산인해.
혼자라는 사실이 괜스레 위화감을 느끼게 만든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하고 기름도 넣어야 할 터, 가뜩이나 뻔뻔한 얼굴이 더 두껍게 실드가 쳐진다.

화장실을 먼저 들른 후 식당으로 향했다.

'오.. 이 곳은 뭔가 다른데?'

생전 처음 보는 "고속도로 휴게소 식당뷔페"다.


'와.. 반찬 쩐다'


평소에 보던 휴게소 음식과는 차원이 달랐다.
"감자&햄 볶음" 김치&참치 볶음" "고등어 자반" 등등등...

일반 식당에서도 보기 힘든 찬 종류에 '이게 웬 떡이냐' 하면서 낼름 낼름 주문에 들어갔다.

'이거 주세요, 저거 주세요, 이거, 저거, 저거, 이거, 저저저이이이........'

반찬을 담아주던 아줌마는 아무런 불평없이 친절하게 웃으며 담아주신다.
그 모든 것이 다, 모든 밥값에 포함 되는 줄 알았다. 그때까지는...

이제 결재코너.

한 이쁘장한 아가쒸가 날 미췬넘 보듯 바라보면서 '잠시만요'라고 말 하더라.

'감자볶음 2,100원, 햄쏘시지 1,700원 육계장 2,200원...' 등등등 내가 가지고 온 반찬을 보면서 계산기를 두들긴다.

'22,100원이요'

'네? 네....'

이미 반찬마다 계산기를 두들길 때 알아봤다.

'아.. 쉬밤.. "따로국밥" 이구나..'

반찬을 다시 물르기엔 이미 늦었다.
이쁜 아가쒸가 보고 있으므로...
가오가 안 산다.
이쁜 여자가 보고있는데 반찬을 되물린다는 것은 나같은 "대장부"가 할 짓이 아니다.
반찬을 되물리면 계산기를 두들기던 그 어여쁜 손까락이 얼마나 무안해 할 것인지 생각하면 도저히 되물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냥 먹지 뭐...계산한 아가쒸가 이쁘잖아 ㅠㅠ'

그냥 다 들고 식탁으로 향했다.
그 많은 인파속에서도 운좋게 빈자리를 발견했다.
그러나... 아뿔싸! 장애인 전용식탁이다.

'어쩌지... 서서 먹을 수도 없고..'

그래도 마냥 죽으라는 법은 없는 법.
그순간 그 옆자리의 한 일행이 탁자를 박차고 잔반을 들고 일어선다.

'앗싸 가오리'

그런데 그 빈자리에 앉으면서도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남들은 기껏해야 반찬 2~4가지 놓고 먹고 있다.
나는 4인기준 식탁에 혼자 앉아서 반찬이 한 가득... -_-;;

거짓말 안 하고 다들 한 번씩은 처다보더라.

'저넘 뭐지?'
'부잣집 자식인가봐'
'돼지인가?'
'짜식 생긴 건 드럽게 없어보이는데 돈 좀 있나보네'
'조상 중에 굶어 죽은 귀신 있나...'

물론 이렇게 얘기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다 그냥 내가 느낀 자괴감일 뿐.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은 그냥 호기심 많은 사람들의 일반적인 시선일 뿐.
더도 덜도 아닌 그냥 지극히 일반적인 호기심일 뿐이다.

'왜? 처음 봐?'

물론 나도 이렇게 얘기하진 않았다.
혼자 속으로 외쳤을 뿐.


맛있게 처묵처묵했다.(의외로 맛있다.)

그러던 중, 내 밥공기가 1/3쯤 비워질 때 아줌마 한 그룹이 서스럼 없이 장애인 전용 탁자에 음료수만 들고 앉는다.
무거운 밥공기와 찬을 들고 먹는 것도 아닌, 단지 음료수 마실 공간이 없어서 장애인들을 위한 공간을 차지한 것이다.

'모르고 앉은 것이겠지..'

그런데 안 일어난다.
스뎅 밥공기의 바닥에 드디어 내 얼굴이 비쳐져 보인다.
그래도 안 일어난다.
이럴 때일 수록 더 오지랖이 넓어지는 난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저기요... 혹시 모르실까봐 말씀드리는데요, 거기 장애인 전용 식탁입니다.'

휴게소에서 반찬 12가지를 혼자 처묵하고있던 나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아줌마들... 순간 싸늘한 시선을 나한테 주더라.

'아.. 네... 안 그래도 갈려고 그랬어요.'

알면서도 앉아 있었다는 소리다.
그래도 어쩌겠나. 간다는데...
1분정도 더 지나서야 그 아줌마들은 그 자리를 떴다.
나름 자존심이 상했겠지.. 하면서 이해했다.

그런데 그 때,

어떤 깍두기 비스꾸리한 아자씨 2명이서 그 장애인 전용 탁자에 또 앉는다.
아줌마한테는 한 마디 하면서 저런 깍두기들 한테는 할소리 못한다면 내가 또 아니다.
그래서 더 강하게 나갔을는 지도 모른다.

'저기요, 거기 장애인 전용 탁장이거든요? 아자씨들 장애인이세요?'

이렇게 얘기하고선 난 시선도 안 마주치고 다시 밥을먹는"척"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아자씨들, 역시나였다.

'근뒈? 이 자리가 니꺼시여? 나도 세금내고 앉아있는건데 니가 무슨 상관이여? 금방 나갈꺼니까 신경 끄드라고잉?'


무서웠다. 그래도 저런 강압적이고 저렴한 멘트에 저자세로 나간다면 그 또한 내가 아니다. 그래서 바로 한 마디 해 줬다.


'네, 편히 쉬다 가세요'


그래도 나 나름대로는 무서워도 한마디 한거다 ㅠㅠ  그 와중에도 밥공기의 밥알은 없어질 줄 모른다.
살얼음을 디디고 있는 듯한 상황에서 드디어 밥을 다 먹고선 굴욕적인 마음에 다시 그 깍두기 아자씨들한테 한마디 더 건넸다.

'저기요, 거기 계속 계시면 어떡해요?'

'그래서 우짜자고라고라고라~ ? '

살벌한 말투에 난 '나라도 여기서 기죽으면 안 돼'라고 스스로 다독이며 용기내어 다시 그 깍두기들한테 한 마디 쏟아 부었다.



"두 손을 쫙 펴고 가지런히 모은 상태에서 내가 앚아있던 자릴 가리키며, 무릎은 15도 각도를 유지하고선"

'저기요, 거기 말고 제 자리가 더 편해요. 제가 자리도 다 뎁혀 놨어요. 여기가 편해요 이리 앉으세요.'



더 말 할 필요없다. 잔반은 잔반통을 못 찾은 채 난 그냥 "뚜벅날렵하게" 그 자리를 뜰 뿐이다.
오른손은 차의 리모컨 키를 이미 찾고있고 시동을 걸어주는 2번키를 꾸~욱 눌러주시고...

화장실은.. 그냥 다음 휴게소일 뿐이다.

- 끗 -



뱀말 : 장애인들의 삶에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훼방은 놓지 맙시다.
IP : 124.49.xxx.56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ㅍㅎㅎㅎ
    '10.12.27 2:06 AM (211.63.xxx.199)

    이거 펀글 아니시죠?
    근데 요즘엔 식당 테이블도 장애인좌석이 있군요.
    우짜뜬 용감하시네요~~~ 아줌마와 조폭은 무대뽀가 거의 동급이라죠??

  • 2. 노트닷컴
    '10.12.27 2:07 AM (124.49.xxx.56)

    오늘 힘들게 운전 하면서 제가 겪은 일이랍니다. 논픽션이며 가감이 조금 있지요 ^^

    재미를 위해서 ^^

  • 3. ..
    '10.12.27 2:16 AM (58.76.xxx.49)

    정말 잼나네요~~
    글도 잘 쓰시네요~

  • 4. 쓸개코
    '10.12.27 2:30 AM (122.36.xxx.13)

    이분글은 참 교묘하고 알쏭달쏭.

  • 5. 노트닷컴
    '10.12.27 2:39 AM (124.49.xxx.56)

      L 교묘하다고 하니... 제가 사기꾼인가 봅니다. 그냥 님하는 짝퉁사다가 진품인지 감정만 받으러 다니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님들아~ 제꺼 짝퉁인가요 아님 진품인가요~' 이렇게... ^^

  • 6. 노트닷컴
    '10.12.27 2:40 AM (124.49.xxx.56)

    ../ 칭찬 감사합니다. 그런데 글 정말 잘 쓰시는 분들 보면 웃어요 ㅎㅎ

  • 7.
    '10.12.27 6:13 AM (118.36.xxx.14)

    원글에 대한 감상은 스킵하겠습니다만,
    교묘하다는 표현에 냅다 '사기꾼'을 연결시키시는 걸 보고 폭소했습니다.
    교묘하다의 뜻을 제대로 모르시거나,
    저 댓글 다신 분과 기존에 다른 글로 서로 설전중이시거나,
    정곡이 찔리셨거나...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여러모로 상상력이 자극되어졌거든요 ㅋㅋㅋ

  • 8. 마고
    '10.12.27 9:41 AM (125.178.xxx.158)

    얼마전 82에서 욕을 처묵처묵 하시는 분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어서 읽었는데
    색다른 스탈의 논객이신가.....하는 생각이 드네요.
    마이클럽에서 활동하시던 남자회원분 한분이 연상되기도 하구요.
    글 잘 읽었습니다

  • 9. 시절인연
    '10.12.27 12:27 PM (211.54.xxx.196)

    재밌게 잘 읽었네요 ㅋㅋㅋ
    모습이 눈 앞에 자동으로 쫙 떠오릅니다~

  • 10. 쓸개코
    '10.12.27 12:48 PM (122.36.xxx.13)

    저 이분글에 첨 글달았어요~ 사기꾼 어쩌고 짝퉁 어쩌고
    굉장히 민망하네요 괜히 글달았어요..

  • 11. 노트닷컴
    '10.12.27 1:08 PM (124.49.xxx.56)

      L "교묘하다"라는 말은 긍정의 의미에서 쓰여지는 형용사가 아닙니다. 교활하고 약삭빠르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거든요.. 긍정의 의미가 강한 자매품 "오묘하다" 란 단어가 있습니다.

  • 12. 그렇담
    '10.12.28 5:41 PM (125.187.xxx.40)

    교활하고 약삭빠르면 사기꾼인가보죠?
    자매품? 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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