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만에 얼굴에 팩하고 있네요.

[팩녀]

오늘 제가 주도해서 하는 집안 행사가 있어서..
손님 치르고 남편하고 커피한잔 마시면서 앉아있는데,
남편이 수고했다며 이마에 뽀뽀를 해주더군요. ㅡ_ㅡ; (염장지르는거 아님)
뭐 감흥도 없고.. 부스스한 머리한 머리 북북 긁으며 멍하니 있다가
머리 감으려고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을 보니....

두둥~
왠 할머니가 서 있네요. ㅠ ㅠ

맨날 고양이 세수만 하다가 정성껏 꼼꼼히 닦아주고 지금 얼굴에 팩 붙이고 앉아 82해요.

이젠 남편이 아닌 딸래미의 뽀뽀에 더 흥분하고 행복해하는 엄마가 되었고.
거울 속의 저 여자는 내가 남자라면 이마에 뽀뽀같은거 하고 싶지 않을거 같단 진심어린 생각에
가슴이 아플 뿐이고.
오랫만에 얼굴에 각질제거하고 수분크림이란 것도 발랐는데 가뭄으로 마른 땅에 물 스며들듯
발라도 발라도 뽀송함을 유지하여, 결국 언제적 것인지도 모르는 팩까지 꺼내 붙이게 된
내 모습이 한심하고.
안하던 오래된 팩을 해서 오히려 낼 아침 트러블 생기는거 아닌지 걱정도 되고.

82의 모든 여인들이여.. '나'를 잊고 살지 말아요~

막걸리가 땡기는 밤이네요.

[..]

자주 하셔요.팩하면 기분이 잠깐이나마 좋긴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