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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3 울딸이 쓴 소설이랍니다.^^

심사부탁~ 조회수 : 1,072
작성일 : 2010-10-22 22:19:11
초등 3학년 여자아이가 큰 딸인데요, 학교 숙제 한다고 컴퓨터 만지더니
자기가 소설 한편 썼는데 아직 완성이 안 되었으니 보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어째 어른이 되어도 남이 하지 말라는 건 더 하고 싶어지는 건지,
아이 몰래 살짝 들여다보고 너무 웃겨서 글 남겨봐요.
이 사실을 알면 이 엄말 가만히 안 두려 할 텐데..ㅋㅋ

소설이라 해도 등장하는 친구들 이름만 죄다 가명이고
일기 쓴 수준이네요.
사흘동안 봉사활동한다고 30분씩 일찍 등교해 쓰레기 줍더니
그 일을 소재로 쓴 글 같아요.
자기 딴엔 고뇌하듯, 시니컬하게 쓴 것 같아서
읽는 동안 어찌나 오글거리던지..ㅋㅋㅋ

82님들, 이 아이 글솜씨 어떤가요?
아직 미완성 작품이란 걸 염두에 두시고 읽어주세용~~^^



<학교 가는 길>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듯이 시작되었다.
밥 먹고, 씻고, 옷입고, 머리를 빗고......
이런 할 일들이 끝나면 방에서 책가방을 챙겨서 나온다.
오늘도 헐레벌떡 뛰어서 가는 아이들과  느긋하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버스 정류장에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나도 어제와 같이 지긋지긋한 은행냄새를 맡으며 간다.
교실에는 아이들이 있다. 웃으며 반겨주는 아이, 내가 온 것도 모르고 자습하는
아이, 친구와 떠드는 아이 등 학교 교실에 들어서도 (물론 시간표는 다르고)
똑같은 생활이 시작된다.

오늘은 봉사활동 하는 날이다. 학교 갔다  집으로 오는 길이라서 누구보다
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잘 아는 것만 같다.
내 생각에도 그렇지만, 인생은 계속  반복되는 것 같다.
학교를 갈 때, 그 짧은 순간에도 난 지루하다.
지긋지긋한 은행을 피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그냥 걸어갈 뿐이다.
그 짧고 짧은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하지만 무심코 지루하게만 느껴져왔던 길에 떨어져있는 쓰레기를 주우면서 느꼈다.
'이렇게 지저분하고 더러웠었다니!!!!!! 그냥 지루하게만 느껴졌는데!!!!!!!'
하지만 금세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지루한 거리를 내가 왜 신경써야하지?
날 지루하게 만드고 쓰레기만 가득차 있는 거리를!'
그래, 생각해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
상황을 바꾸어서 생각해보면 지금 A랑 B라는 애들 중에서
A가 왜 B는 맨날 나를 못살게 구는데 왜 나는 B에게 잘해주어야 할까?
B는 맨날 잘난 척만 하고 날 맨날 때리는데 왜 나는 얘 한테 잘해주어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내 제일 친한 친구인 같은 반 친구 은혜랑 교실로 향했다.
은혜와 다정이, 소정이, 인영이, 예지, 민서는 우리반에서 나랑 가장 친한 친구들이다.
그리고 위에서 빼먹은 또 한 명의 친구, 서연이. 서연이는 못 하는 것이 없다.
글짓기 대회에서 매번 상을 받아왔고 그리기 대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공부도 잘하는 척척박사다! 지난 중간고사와 이번 기말고사 때, 아니 아니지,
1학년 때부터 매번 올 백을 맞아왔다. 노래도 잘할 뿐만 아니라 악기도 잘 다룬다.
내가 서연이보다 잘하는 게 딱 한 가지 있다면 컴퓨터다.
나는 컴퓨터를 잘한다. 벌써 자격증을 3개나 땄다.
서연이는 말을 잘한다. 오늘은 나한테 이랬다.
"은행 때문에 지긋지긋 하지만, 우리가 쓰레기를 주워서 거리를 깨끗이 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게 너무 기뻐.
그리고 깨끗해진 거리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게 되어서 너무 좋아~~!! 그렇지 않니?"
나는 얼떨결에 "응....나..나도 그래."라고 대답하였다.
방과후 학교가 끝났다. 그리고 집으로 갔다. 그런데 사람들이 깨끗해진 거리를 보고 웃고 있었다.
나는 아래를 보았다. 진짜 먼지라곤 눈꼽만큼도 없었다.
이제 내가 지루한 거리라고 했던 이 거리에게 가까워진 것 같다. 너무 좋아졌다.

IP : 125.128.xxx.35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냥
    '10.10.22 10:22 PM (61.85.xxx.39)

    평범

  • 2. ..
    '10.10.22 10:27 PM (180.66.xxx.7)

    딸의 지적재산권을 존중해주심이..^^;;
    나중에 완성되면 허락받고 한번 더 올려주세요^^

  • 3. 우리아이..
    '10.10.22 10:30 PM (113.60.xxx.125)

    초3남아...
    우리아이 일기적은것보면,수준이 2년정도 차이나네요...ㅎㅎㅎ (우리아이-하, 원글님 딸-상)
    일단,저렇게 길게 적을 수 있다니 놀라울따름입니다...

  • 4. 초3이
    '10.10.22 10:33 PM (119.207.xxx.244)

    요즘 이렇게 문장도 정확하고 조숙한가요?
    놀랍네요.

  • 5. //
    '10.10.22 10:34 PM (124.48.xxx.98)

    소설이라기 보다는 그냥 일기같은 느낌?
    뭔 말인지는잘모르겠지만 초 3이 그렇게 길게 쓴다는 건 대단해 보이네요 ㅎ

  • 6. 원글이
    '10.10.22 10:39 PM (125.128.xxx.35)

    윗님 그쵸? 저도 뭔 말인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퇴고를 거치지 않은 습작이라 그런지..ㅋㅋ
    한 20분 타이핑하더니 나중에 다시 쓴다고 저장해 놓더라구요.

    주절주절 내용도 산만하지만 본인이 쓴 첫 소설이라는 데 의의를 두렵니다.^^

  • 7. ..
    '10.10.22 10:41 PM (116.127.xxx.250)

    본인은 뭔가 어른스럽고 우울하거나 고독한 분위기를 내고 싶었나본데...

    사실 어린아이 일기가 너무 어른스러워보일려고 억지를 쓰는 느낌이에요.

    저도 어릴때 글쓰면서 그런게 좀 있었던지라....ㅎㅎ

    그냥 힘을 좀 빼고 쓰면 더 좋을듯 한데요....

  • 8. 제법
    '10.10.22 10:46 PM (114.207.xxx.90)

    그래도 제법 글이란걸 쓸줄 아는거 같은데요...글에 멋을 낼줄도 알구요..
    단지 손질이 안되어있고, 글에 멋을 잔뜩 냈다던가 뭐 그런 비평은 할수 있겠지만,아직 어린아이라는걸 생각하면,,,,,,,,,,
    사실 초 3 아이가 앞부분에 학교가는 길에대한 느낌을 쓴건 제법 대단한걸요...~?

  • 9. 원글이
    '10.10.22 11:06 PM (125.128.xxx.35)

    답변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다들 3키로씩만 감량되소서!!^^
    요건또님 의견 고맙습니다. 동화를 희곡으로 각색해보는 작업, 참 좋은 방법같네요.
    희곡을 읽혀보란 의견도 꼭 실천해봐야겠네요.
    댓글 달아주신 분들 말씀처럼 기본기가 없이 겉멋만 가득한 글쓰기에 벌써부터 익숙해질까봐
    조금 걱정되긴 합니다. 저도 학창시절에 써놓은 글들 보면 참 오글거리지만요.^^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이라도 당하지 않으려면 얼른 글 내려야겠어요. ㅋㅋ
    관심 갖고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10. 너무
    '10.10.22 11:10 PM (112.149.xxx.70)

    놀라운데요?~와우 초등3학년이라는것이 믿기지가 않는 장문에
    내용도 일기형식이지만,소박하고,작은일상을 잘 포착한듯하네요.

  • 11. 잘 쓴 거에요
    '10.10.22 11:18 PM (183.102.xxx.63)

    저도 매우 놀랍다고 생각합니다.
    잘 썼어요.
    문학적 감수성 좋고, 문학적인 관찰력도 좋고, 표현력도 좋아요.
    초3이라 스토리를 멋지게 만들만큼의 경험 (직접 간접 경험 모두 포함)이 적을테니
    당연히 자기 일상에서 스토리를 만들겠지요.
    일상에서의 섬세한 관찰력이 좋아요.

    잘 키워주세요^^

  • 12. ㅡㅡ
    '10.10.22 11:33 PM (121.182.xxx.174)

    중1 우리 딸이 쓴 것보다 10만배는 잘 썼네요.
    울 딸의 글은 당췌 알아먹을 수가 없답니다.
    말인지, 욕인지,~

  • 13. 우와
    '10.10.23 3:04 AM (114.205.xxx.98)

    이게 정말 초3의 실력이에요??? 정말대단한거같은데요?? 감수성이 굉장히 풍부한 아이같아요...
    아직 어린나이에 저정도 실력이라니...5년후 10년후....정말 기대가되는 어린이군요..ㅎㅎㅎ
    어쩌면 귀여니같은 어린나이의 소설가가 될지도 몰겠어요~~ 부럽당~~ 원글님!!!

  • 14. 문장력 좋으네요
    '10.10.23 10:05 AM (221.143.xxx.92)

    평범하다고 하신분 초등 아이가 없는가봅니다. 3학년인데 감성이 좋으네요. 칭찬 많이 해주시고 앞으로 더 발전할수 있게 엄마가 지원 해주세요. 부럽네요.

  • 15. ...
    '10.10.23 10:30 AM (115.140.xxx.112)

    울딸 초등 5인데 절대 저렇게 못쓴답니다
    일기를 써도 10줄이 가장 길어요~~
    따님 예쁘네요...

  • 16. ..
    '10.10.23 11:17 AM (218.232.xxx.210)

    한 5학년정도가 썼다면 믿을정도인데요
    3학년이라는 나이에 비해서는
    잘 쓴거 같아요
    아야기를 저렇게 풀어갔다는 것 자체만 보더라도요^^

  • 17. 복숭아 너무 좋아
    '10.10.23 12:53 PM (125.182.xxx.109)

    와우~~ 초3학년이 저렇게 글을 잘 쓰나요? 정말 놀라울 따름인데요.
    너무 대단한걸요?

  • 18. phua
    '10.10.23 1:17 PM (218.52.xxx.110)

    따님 소설(ㅎㅎ)읽다가 다시 올라 가서
    학년 확인을 햇답니다.
    저보다 낫네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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